"나중에는 파티 형식으로"...확 달라진 SKT 주총

'주주와 소통' 강조…1시간 넘게 발표하고 질문하고

방송/통신입력 :2019/03/26 15:07    수정: 2019/03/26 15:33

SK텔레콤의 주주총회가 확 달라졌다. 딱딱한 진행 발언과 장내를 울리는 의사봉이 사라진 자리는 각 사업 부문장들의 발표와 질의 응답으로 채워졌다.

일반적인 주주총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웃음소리도 들렸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농담 섞인 발언들로 주주들과 소통하며, 자사가 지난해 거둔 성과와 올해 계획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SK텔레콤은 26일 서울 을지로 소재 본사에서 '제3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주와의 소통’을 핵심으로 내세운 이 날 주주총회는 한 시간을 훌쩍 넘겨 이어졌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6일 주주들에게 경영성과, 사업비전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Sk텔레콤)

이날 박정호 사장은 “올해 주주총회는 기존의 안건 승인만 하던 형식을 벗어나 주주와 경영진이 소통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며 “기존 (주주총회) 방식은 주주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고 생각해 이를 바꾸고자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SK텔레콤이 지난해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사회 공헌을 강조하는 SK그룹의 기조에 맞춰 지난해 요금제·로밍 서비스 개편을 추진했던 SK텔레콤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한문으로 작성된 정관을 한글로 바꾸는 안건도 승인했다.

박정호 사장은 “회사의 중요한 분들인 주주들께 내부 상황을 알리고 의견을 듣고자 소통을 강화하는 형태로 주주총회를 바꾼 것”이라며 “실적이 좋아지고 사업구조가 변화된 이후에는 (주주총회를) 파티 형식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MNO는 ‘5G’·미디어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승부수

지난해 사업 성과와 올해 계획을 소개하는 방식도 변했다.

발표에는 유영상 MNO사업부장, 윤원영 미디어사업부장, 최진환 보안사업부장, 이상호 커머스사업부장 등이 직접 나섰다, 이들은 SK텔레콤의 핵심 4대 사업 부문인 ▲이동통신(MNO)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에 관해 주주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이 26일 주주들에게 MNO사업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난해 실시한 '가입자 친화적 서비스'가 MNO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지표로는 가입자 해지율이 0.99%를 기록, 역대 최저치를 달성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특히 SK텔레콤은 다음 달 상용화 예정인 5G를 통해 ‘압도적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클라우드 게임 등 콘텐츠 사업과 스마트팩토리 및 데이터 분석을 통해 B2B 사업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5G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정호 사장은 “SK텔레콤은 경쟁사에 비해 가장 청정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고 있고, 보안성을 높일 수 있는 양자암호 기술 및 인공지능(AI)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AI를 기반으로 하는 5G 지능형 서비스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원영 SK텔레콤 미디어사업부장이 26일 주주들에게 미디어사업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SK텔레콤)

미디어 부문에서도 올해 커다란 변화를 예고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케이블 사업자인 티브로드의 인수·합병 및 지상파 3사와 공동 OTT 출시 등을 준비하며 사업 강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SK텔레콤은 올해 핵심 전략으로 ▲4분기 내 티브로드 인수합병 완료 ▲3분기 내 지상파 3사와 옥수수 결합한 토종 OTT 출시 등을 꼽았다.

박 사장은 “케이블 인수를 통해 1000만 가입자에 육박하는 유료방송 가입자를 확보할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반도체 만큼 중요한 미래 먹거리 분야인 만큼, 글로벌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SK텔레콤은 ▲지난해 완성한 ‘ADT캡스·SK인포섹·NSOK’ 등 3사 라인업을 통한 물리·정보보안 사업 시너지 강화 ▲이용자 경험 혁신을 통한 e커머스 사업 강화를 통한 11번가 흑자 전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중간지주사 전환도 준비 중…서두르지 않을 것”

박정호 사장은 SK텔레콤을 둘러싼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주주의 질문에 박 사장은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서는 시장이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는 만큼 완벽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특히 올 하반기부터 시장 상황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우려되는 사항까지 모두 고려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박 사장은 “올해 5G를 기반으로 변화가 확대되면서 회사의 형태도 중간 지주 형태로 자연스레 변화될 것”이라며 “시장이 원하고 주주가 원하고 구성원이 원할 때 협의를 통해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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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SK텔레콤은 ▲2018년 재무제표 승인 및 현금배당 확정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 주요 안건도 원안대로 승인했다.

기존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김석동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도 신규 선임했다. 또한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주요 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안건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