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사업에 눈 맞춘 애플, 성공할까

구독자 규모, 저작권자와 관계가 성패 좌우

홈&모바일입력 :2019/03/26 11:39    수정: 2019/03/26 16:13

애플이 TV 스트리밍, 유료뉴스, 게임 등 구독 기반 서비스를 대거 선보였다. 신용카드인 애플카드까지 선보여 금융업에도 진출했다. 사업 초첨을 서비스로 이동하는 애플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애플 이벤트의 가장 큰 관심사는 TV서비스였다. 애플은 오리지널 TV 프로그램, 영화 및 다큐멘터리를 애플TV플러스란 서비스로 제공한다. 애플TV 앱과 애플TV 채널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TV, 맥, 스마트TV 및 스트리밍 기기에서 TV 프로그램, 영화, 스포츠, 뉴스 등을 탐색하고 시청하게 해준다. 아마존프라임, HBO 등을 IPTV처럼 한 플랫폼 안에서 유무료 TV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애플의 강조점이다.

애플뉴스플러스는 신문, 잡지 등의 유무료 미디어 콘텐츠를 한곳에 모아 서비스한다. 월 9.99달러에 300개 이상의 잡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애플아케이드는 월 정액제로 유료 게임을 무제한 이용하는 서비스다. 애플아케이드의 요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애플은 미디어 행사를 열고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볼 수 있는 세 가지 새로운 방법을 소개했다. (사진=씨넷)

■ 왜 TV 스트리밍 서비스인가

애플에게 TV 서비스는 두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주수입원 변화와 TV 콘텐츠 이용 행태 변화 등이다.

애플은 맥이란 개인용 컴퓨터에서 시작됐다. 2000년 애플 매출의 86.2%를 차지했던 맥 매출은 작년 9.6%만 차지한다. 아이팟, 아이폰 등으로 주력사업이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반면, 애플의 서비스 사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앱스토어, 애플뮤직, 애플페이, 애플케어, 라이선스, 기타 등의 작년 매출은 370억달러다. 맥(255억달러), 아이패드(188억달러), 기타제품(174억달러) 등을 뛰어넘었으며, 줄곧 증가했다.

이젠 지난 10년 간 애플을 떠받치던 아이폰이 매출 정체와 감소를 보이며 맥의 행보를 따라가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분기실적에서 애플 아이폰 매출은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전년보다 100억달러 줄어든 것인데, 이는 제록스, 코닝, 세일즈포스 등의 연간 매출과 같다.

애플이 아이폰 매출을 단기간에 반전시킬 방법은 별로 없다.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견고한 성장을 기록해온 서비스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애플의 지난 4년간 서비스부문, 맥, 아이패드, 기타 제품 매출(출처: 스태티스타)

TV 콘텐츠 소비행태는 지난 10년 사이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시청자는 전통적인 방송사의 TV콘텐츠보다 HBO, 넷플릭스 같은 유료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를 더 즐겨본다.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의 가입자는 대폭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100만 이상의 미국 소비자가 케이블TV, 위성방송을 해지했다. 2010년 이래로 1천만 이상의 미국 가정이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을 탈퇴했다.

미국 소비자가 TV를 전보다 덜 보는 게 아니다. 오히려 TV시리즈 제작은 늘었다. 데드라인헐리우드의 보도에 의하면, 작년 창작된 TV시리즈는 160개였다. 이는 2014년보다 385% 증가한 것이다.

시청자는 전통 방송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했고, 시간과 장소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이 TV를 보고 있다. USA투데이가 작년 딜로이트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시청자 37%가 일주일에 4시간 이상 TV를 본다고 답했다. 소비자는 평균 3개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중이었다. 작년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수는 전통적인 유료TV 가입자수를 넘었다.

■ 개척자에서 추격자로, 애플의 새 처지

애플은 그동안 자기잠식이란 방법으로 주력사업을 이동함으로써 성장해왔다. 맥에서 아이팟으로, 다시 아이폰으로 이어지는 변화는 기존의 핵심사업의 타격을 감수하는 도전이었고 결국 성공했다.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개척자 이미지를 쌓았다. 서비스 사업으로 이동은 기존 애플의 행보와 궤를 달리한다. 음악, TV, 뉴스, 게임 등의 구독 서비스는 이미 형성된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팟은 디지털 음악 사업의 흐름을 뒤집었다. 아이팟 출시 후 2년만에 애플은 디지털음원 다운로드 시장의 74%를 차지했다. 아이폰은 소비자 기기, 통신 등의 산업 주류를 모바일로 일거에 틀어버렸다.

음악 다운로드에 만족하던 애플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서 실기했다. 판도라, 스포티파이가 등장해 음악감상 방법을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바꿨다. 아마존, 구글 등이 뒤이어 자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고, 애프은 2015년에야 애플뮤직을 출시했다. 판도라보다 15년, 스포티파이보다 9년 늦었다. 애플은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19%를 차지하며 36%로 1위 점유율을 기록중인 스포티파이를 추격중이다.

애플은 스트리밍 TV 서비스에선 괴이한 관계를 형성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TV를 취미라고 했고,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이 애플TV에서 서비스됐다.

미국 소비자의 스트리밍 서비스 선택 이유(출처: 스태티스타)

소비자는 콘텐츠의 품질을 따진다. 디자인과 기능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없다. 콘텐츠의 다양함, 독특함, 탁월함 등을 갖지 못하면 아무리 잘 만든 서비스도 성공하지 못한다. 가격도 중요하다. 스트리밍 서비스 소비자는 더 좋은 품질로, 더 싸게 이용할 수 있길 요구한다.

고품질 콘텐츠 수급이란 장애물을 넘어선 애플이 부딪힐 또 다른 장애물은 '콘텐츠 노출'이다. 소비자가 수많은 콘텐츠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쉽게 찾아 이용하게 해야 한다.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방대하게 쌓더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걸 찾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애플TV플러스, 애플TV 채널 등에 혼재된 콘텐츠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가가 애플의 TV서비스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사업 양상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서비스 사업은 첨예한 갈등 한 건으로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제품이야 애플 내부에서 완벽한 통제 하에 개발하면 됐다. 부품 공급사와 완제품 제조 파트너를 관리하면서 운영체제와 앱스토어로 외부 개발자 생태계를 관리하면 된다. 서비스 사업은 저작권 보유자, 경쟁자면서 협력자인 서비스공급자 등까지 관리해야 한다. 콘텐츠 생태계에서 통제란 방식은 저작권자에게 통하지 않는다. 수많은 저작권자의 복잡미묘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

벌써부터 쉽지 않은 게임이란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애플의 TV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30% 수수료에 반기를 들었다. 애플뉴스플러스에선 뉴욕타임스가 수익배분을 이유로 빠졌다.

■ 고정수입을 얻고, 갈등을 떠안다

서비스 사업의 주 수입원은 월 구독료다. 애플TV플러스, 애플TV 채널, 애플뉴스플러스, 애플아케이드 등은 월 10달러 내외에 이용하게 된다. 가입자 수가 증가하면 매출도 비례해 증가한다. 구독 모델의 경우 소비자 만족도를 일정 수준 충족시키면 수입이 꾸준히 이어진다. 1년 단위로 아이폰 매출이 증감하는 것과 다르게 안정적인 고정수입을 어느정도 안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저작권자 수입 배분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지고, 갈등의 여지는 상존한다. 주요 저작권자의 이탈은 구독자 감소로 이어지기 쉽다. 이를 방지하려 저작권자에 더 많은 수입을 보장하면 사업의 수익성이 줄어든다. 월마다 고정매출을 획득하는 대신 영업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새로 출시되는 애플의 여러 서비스는 혼재된 콘텐츠 서비스를 한곳에 모아주는 플랫폼 성격을 갖는다. 애플 독자 서비스와 동종업계 경쟁서비스가 한곳에 모인다. 소비자가 이리저리 다니며 일일이 가입하지 않고, 각 서비스에 매번 다른 계정으로 인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점으로 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TV 등의 판매가 서비스 안착의 단기적 변수다. 소비자가 아이폰을 구입하지 않으면 구독서비스를 애써 이용할 여지도 줄어든다.

애플TV앱은 오는 5월 새롭게 업데이트된다. (사진=애플)

애플은 자사 기기에 종속된 서비스란 제약을 없애는 시도를 시작했다. 올해부터 삼성전자의 스마트TV에 아이튠즈 앱을 내장하기로 했고, 애플TV 앱도 삼성, 소니, LG 등의 스마트TV와 로쿠 같은 셋톱박스에서 이용가능하다.

관련기사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폰을 사지 않는 소비자도 애플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출발점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애플 기기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종속이란 과제는 쉽게 풀리기 힘들 전망이다. 아이폰보다 애플뮤직, 애플TV플러스를 먼저 접한 세대가 소비층 주류를 형성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콘텐츠 기업과 관계는 장기적인 변수다. 세계 최대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가 대표적이다. 디즈니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중인데다, 드라마, 영화, TV쇼 등 콘텐츠 영향력에서 애플과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기업을 압도한다. 애플에서 자체 제작하는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 콘텐츠가 공존할 지, 경쟁할 지 현재로선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 애플과 디즈니의 빅딜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