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 등급 규제,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이슈진단+] 플래시 게임 금지 조치 파장(下)

디지털경제입력 :2019/03/14 11:08    수정: 2019/03/14 17:42

지난 2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미성년자,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플래시게임 사이트에 심의 미준수 게임을 유통했다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 사건이 일으킨 파장이 멈추지 않고 커지고 있다. 해당 사이트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학생들이 만든 게임을 모두 삭제했고 이 소식을 접한 게임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 탁상공론에 게임산업 ‘유소년 리그’ 고사 위기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탁상공론 정책 때문에 게임산업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 그런데이제는 게임산업의 ‘유소년 리그’까지 고사할 작정인 듯 하다”며 “취미로 게임을 만드는 초등학생들에게도 성인과 똑같은 법을 적용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단순히 게임물관리위원회를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계기로 게임물 등급 규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현행 심의제도가 유독 게임에만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출시 전 심의가 필요한 게임과 달리 도서, 음악, 방송 등 다른 문화 콘텐츠는 사전심의 없이 배포되고 있으며, 배포 후 후 문제가 적발될 시 법적 조치가 진행된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사전심의가 이뤄지는 콘텐츠는 영화가 있다. 하지만 영화를 심의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등급분류 예외대상’을 별도로 관리하며 소규모 영화, 단편영화, 국제 문화교류 목적 영화에는 사전심의를 하고 있지 않다. 똑같이 사전심의가 이뤄짐에도 상기한 플래시게임 차단 사태 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등급분류 예외 기준

■ 게임업계, “뿌리가 시들면 줄기도 마른다”

기업의 이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임에도 게임업계가 크게 반응하고 나선 것은 아마추어 개발자들의 개발 의욕이 이번 사태로 인해 꺾이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이후 만나본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위가 사전심의나 강제적 심의 집행을 했다는 것보다 비영리목적 게임을 개발한 아마추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개발자는 “중학생 때부터 게임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든 게임을 친구들과 즐기기도 했다. 아마 이 시기에 누군가 내 게임을 삭제해버렸다면 게임 개발자로 진로를 정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전심의 제도를 폐지할 수 없다면 영리 목적 게임과 비영리 목적 게임을 구분해서 심의를 해야만 한다. 게임을 개발하는 학생들, 아마추어 개발자는 모두 미래 한국 게임 산업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다. 뿌리를 보호하지 않으면 결국 줄기도 시들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주전자게임즈에 보낸 공문

■ 대응 나선 정치권, 현실적 해결책 기대하는 게임업계

이번 사태에 대한 게임산업계의 반발이 심해지자 정치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비영리 게임물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는 내용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마추어 개발자의 창작의욕을 고취시켜 게임산업의 근간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은 “철학이 없는 집단이 만들어낸 비극이라 생각한다. 기계적인 잣대를 들이밀면서 게임 개발 생태계를 밑바닥부터 망치고 있는데 어떻게 좋은 게임이 나오겠는가”며 게임물관리위원회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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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의원은 이번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사태를 개선할 수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며 3월 중 발의할 계획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법 개정안 중 현실성을 반영한 법안이 발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탁상공론에 머무는 법안이 아닌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이 있어야 게임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