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심의위 '혁신성' 기준 삼아야"

[한서희 변호사 칼럼] 샌드박스 3법 '전시행정'으로 안그치려면

전문가 칼럼입력 :2019/03/14 10:52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 3법(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융합법·지역특구법)이 지난해 10월 16일 공포됐고 그중 산업융합촉진법과 정보통신융합법 2개 법안이 올해 1월 17일부터 시행됐다. 산업융합촉진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정보통신융합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역특구법의 주관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다.

위 법안들이 통과되었을 때 정부에서는 그 추진 배경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존의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신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롤 도입하고 신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 3법의 핵심은 '임시 허가'와 '규제 특례 신청'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임시허가는 규제가 모호한 분야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 규제특례신청은 명백한 규제가 존재하지만 제한된 요건 하에서 규제를 해제해주는 조치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는 그렇게 도입됐지만 실제 그렇게 운용이 될지는 미지수다. 각 법령에서는 해당 부처 장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여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규제특례 심의위원회를 두고 있다. 그리고 위 위원회에서 '국민의 생명·건강·안전·환경·지역 균형 발전 저해여부 및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처리 등을 고려하여 규제 특례·임시 허가 허용 여부를 심의'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각 부처 심의위원회에서 어떤 사업을 어떤 기준으로 통과를 시키느냐가 이 제도의 성공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들려오는 소식은 어떠한가. 우선 과기정통부에서는 지난 2월 14일 블록체인 기반 송금 서비스인 '모인'에 대한 심의를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사업 지정 여부를 위해서는 심의 안건에 등록되어야 하는데 1차 심의위원회에서는 관계부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안건으로 등록되지 못했고, 오는 3월 열리는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심의위원회의 결과가 한 사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도 첫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사업 지정을 위한 제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사진=뉴스1)

한편 규제 자유특구와 관련해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규제자유특구에 선정되기 위해서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과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하는데 심의위원회에서 과연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할 지는 미지수다.

많은 사업자들이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도입에 박수를 보냈다. 그만큼 기대하는 마음으로 신청을 준비한 업체들도 있다. 하지만 정작 심의위원회의 심의절차 및 결과에 대해서 만족하는 목소리는 적다.

심의위원회의 심의 기준은 대체 무엇인가. 만일 '국민의 생명·건강·안전·환경·지역 균형 발전 저해 여부 및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처리'에 아무런 문제 없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려한다면 사업자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런 의문들이 남게 된다.

규제 샌드박스는 아직 시행 초기단계다.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는 기업들을 통해서 '기존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신제품 서비스'가 많이 창출되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그렇지만 만일 심의위원회가 혁신성을 기준으로 사업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 법 체계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기준으로 사업을 심의한다면 사실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도입은 아무 의미없는 '전시 행정'에 불과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준다. 규제샌드박스제도의 도입이 혁신의 씨앗이 되어 국가발전에 기여할지 아니면 전시행정의 대표적 사례가 될지는 앞으로 이 제도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2007 : 제49회 사법시험 합격, 2008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10 :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2012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경제법),2010 : 대우증권,2011 : 현재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