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블록체인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 품은 삼성, 기회와 과제 분석

컴퓨팅입력 :2019/03/03 10:55    수정: 2019/03/04 22:21

삼성전자가 블록체인 왕좌를 차지할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삼성의 최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이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다.

여기에 개인 중심 기기인 스마트폰이 탈중앙화 철학을 가진 블록체인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까지 더해져,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갤럭시S10이 실제 블록체인 대중화를 견인할 플랫폼로 성장하려면 남은 과제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중 사용자 교육과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이 블록체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갤럭시S10, 블록체인 플랫폼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9에서 '삼성 모바일 비즈니스 서밋' 행사를 열고 회사의 블록체인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삼성은 갤럭시S10에 블록체인 개인키 저장소 '키스토어'를 내장하고, 암호화폐 지갑 같은 블록체인 서비스가 키스토어에서 개인키를 불러올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는 키스토어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개인키는 사용자와 블록체인 세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블록체인에서 사용자는 특정 주소(계좌)로 존재하는데, 이 주소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가 개인키다. 암호화폐 송금이나 결제, 디앱 안에서 아이템·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교환할 때 모두 개인키가 쓰인다.

개인키가 스마트폰 안에 저장되면, 디앱 사용이 훨씬 쉽고 간편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임원급 관계자는 "갤럭시S10에선 별도의 지갑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고 각종 추가 인증을 받을 것도 없이 바로 지문만 인식해 개인키를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갤럭시S10에서 개인키 관리가 고도화되면 암호화폐 지갑을 포함해서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의 사용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앱 개발사 입장에선 다른 스마트폰보다 갤럭시S10이 디앱 만들기 좋은 플랫폼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신제품 3종. (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전자는 이날 발표에서 블록체인 사업 분야 중 디지털 아이디(ID), 디지털 월렛,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통한 암호화폐 비접촉식 결제에 관심을 드러냈다.

키스토어를 빼면, 삼성이 어떤 기능을 직접 개발하고 어떤 기능을 외부에 맡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디지털 월렛은 싱가포르 기반 블록체인 업체 엔진이 만든 엔진 월렛을 탑재해 출고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삼성이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능에 관심을 두고, 갤럭시S10 출시 초기에 지원하려 한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완성도를 높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블록체인 업계는 이런 점에서 키스토어 탑재로 갤럭시S10이 '블록체인 플랫폼'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블록체인 전문 기업 관계자는 "이제 삼성이 하드웨어 기업을 넘어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할 이슈"라고 말했다.

삼성, 블록체인 대중화 이끌까?

삼성이 블록체인 분야에 뛰어 들면서 대중화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삼성의 참전 만으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디앱 업체 마케터는 "갤럭시S10이 약 4천만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블록체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 블록체인 개발자는 "대중들은 블록체인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는데 대기업이 나와서 쉽게 설명하는 영상을 만들고 사용방법을 교육시키는 것만으로 블록체인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MWC 2019에서 '삼성 모바일 비즈니스 서밋' 행사를 열고 회사의 블록체인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삼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디지털 ID나 암호화폐 비접촉식 결제가 실제 서비스되면, 대중이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을 크게 실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ID가 구현되면, 지문 인식만으로 본인인증이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미 삼성과 금융투자협회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디지털ID 내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금융회사에서 신원을 확인한 뒤 이를 스마트폰에 넣어 비대면 상품가입 같이 본인인증이 필요한 경우 활용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 블록체인이 활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암호화폐 비접촉식 결제는 암호화폐 사용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경시킬 기술로 주목받는다.

현재 암호화폐 결제는 매장의 지갑주소 QR코드를 소비자가 폰으로 인식해 결제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암호화폐 비접촉식 결제가 가능해지면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는 것 만으로 결제가 끝나게 된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경험과 비슷할 정도로 간편해 지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갤럭시S10에 소프트포스(SoftPoS)라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면서 가능해졌다. 소프트포스는 안드로이드폰을 결제단말기(PoS)로 만들어준다.

갤럭시S10에 탑재된 블록체인 설명 동영상(사진=지디넷코리아)

갤럭시S10, 블록체인 플랫폼되려면..."삼성 강한 의지 있어야 가능"

하지만 갤럭시S10가 실제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끌려면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밋빛 기대보다 현실적으로 예상되는 과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제언이다.

우선 사용자 교육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기술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실수가 큰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폰을 분실했을 때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고 있어야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업계 임원급 관계자는 "폰을 분실했을 때 일반 하드웨어 월렛처럼 복구키를 이용해 개인키를 복구할 수 있다고 해도, 사용자가 복구키까지 잃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키를 분실한 상태에서 복구 문구가 없으면 암호화폐를 찾을 방법이 없어진다. 복구 문구가 노출될 경우 누구나 개인키를 재 생성해 암호화폐를 탈취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복구 문구 관리에 대한 사용자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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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갤럭시S10과 긴밀하게 연동되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풍성해지도록 생태계 조성 계획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일회성으로 키스토어 기능을 탑재하는 것에 끝나면 안되고 삼성에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시그널이지만 역으로 잘 안쓰이는 기능으로 버려지면 산업에 역효과가 될 수 있다"며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정말 잘되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