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 벤처 취소로 "사람 뽑기 막막"

"도박장 취급하는데 어떤 인재가 오고 싶겠나" 한탄

컴퓨팅입력 :2019/02/19 14:24    수정: 2019/02/19 15:03

벤처기업에서 제외된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해외 거래소들은 미래 블록체인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IT·금융 분야 인재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국내 법인을 둔 거래소들은 정부 규제에 발목잡혀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0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했다. 시행령 개정 배경에 대해 당시 중기부는 "투기과열 등 암호화폐 매매 및 중개업과 관련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행령 개정 후 즉시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규 벤처기업 인증이 불가능해졌다. 이후 중기부는 "개정규정은 기존 기업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법제처의 법령 해석을 받아 지난 12월 벤처 인증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의 벤처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에 나섰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중 빗썸과 코빗은 지난해 10월 벤처인증 유효기간이 지나 자동으로 인증 효력이 없어졌다. 다른 업종의 경우 2년인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연장 할 수 있지만, 두 업체는 시행령 개정으로 연장 신청을 할 수 없게 됐다. 코인원은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인 지난해 초, 벤처인증 요건을 충족해 신청했으나 암호화폐 거래소업이라는 이유로 반려된 바 있다.

두나무, 스트리미는 지난해 12월 벤처인증 유효기간이 6~9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인증이 취소됐다. 만료되지 않은 벤처 인증을 취소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례가 없는 규제에 두나무는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두나무 관계자는 "거래소가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유흥업소, 무도장과 동일하게 취급되도록 시행령이 개정됐고 이를 근거로 기존 벤처기업인증을 취소한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며 "블록체인 산업 전반과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편견없이 봐 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도박·무도장 동급 취급하는데....어떤 인재가 오고 싶겠나"

업계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IT.금융' 분야 전문성을 가진 기업으로 벤처인증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발표한 국내 15개 주요 거래소 고용창출현황 조사에 따르면 이들 거래소에 고용된 임직원 1천520명 중 61%는 금융·IT 연구개발분야 전문인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기부는 지난해 5월 벤처기업 업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 미용업·숙박업·부동산 임대업까지 벤처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했는데, 암호화폐 거래소만 제외한 것도 지나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은 ▲일반 유흥 주점업 ▲무도 유흥 주점업 ▲기타 주점업 ▲기타 사행시설 관리 및 운영업 ▲무도장 운영업 등 다섯 가지뿐이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암호화폐 거래소가 여기에 함께 묶이게 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A업체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는 기술이나 확장하는 사업을 살펴보면 벤처가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 없을텐데 정부가 너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 중,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커질 것을 가장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규제하는 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굳혀지는 게 인재 확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B업체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도박장으로 낙인 찍으면 인재들이 오기 꺼려하지 않겠냐"며 "이미 내부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다"고 한탄했다.

벤처기업 자격으로 인재 영입에 활용할 수 있는 혜택이 모두 사라진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한 기업은 법인세·소득세 50%, 취득세 75%, 재산세 50% 감면 혜택이 있다. 또, 스톡옵션도 가장 폭 넓게 적용(외부전문인력까지)할 수 있고, 병역특례 연구기관으로 신청할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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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 C업체 관계자는 "거래량이 줄어 시장도 안 좋은데 벤처기업 자격으로 받았던 세금 혜택이 없어지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인재 채용부터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스타트업들이 인재 영입 시 활용할 수 있는 스톡옵션 제공에도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고급 인재들을 끌어오는 데 여러모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