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가 전통 금융보다 우위에 설 날 곧 온다"

[신년인터뷰]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김대윤 회장

인터넷입력 :2019/02/15 15:32    수정: 2019/02/17 09:57

금융당국의 사전 인·허가 없이도 핀테크 업체의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해볼 수 있는(규제 샌드박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4월1일부터 시행된다. 많은 규제 허들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었던 핀테크 업체들은 새로운 날개를 달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국내 330개 이상의 핀테크 업체가 회원사로 가입한 한국핀테크산업협회도 핀테크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일부 갖춰 졌다는 판단이다.

규제 완화라는 지렛대, 쏟아지는 금융사의 러브콜 등 달라진 환경에서 국내 핀테크 업체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최근 서울 강남 피플펀드 사무실에서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및 P2P대출업체 피플펀드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대윤 회장을 만나 국내 핀테크 업체의 성과와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김대윤 회장.(사진=한국핀테크산업협회)

■ 규제 완화+사용자 습득 속도…핀테크 발전 견인

간편결제 및 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토스'(회사명 비바리퍼블리카)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과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에 대해 김대윤 회장은 규제 완화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김대윤 회장은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에 금융혁신과가 생겼는데 이런 조직 개편이 핀테크 업체의 가장 큰 분수령이었다"며 "핀테크 관련 규제는 조각조각 퍼져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핀테크 육성 자체를 핵심 주제로 갖고 있는 조직이 생긴 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윤 회장은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물론이고 개인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P2P대출 법제화 등 굵직한 것들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금융이 엄청나게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규제 완화가 핀테크 업체의 성장에 '마중물'이 됐다는 분석과 함께, 사용자들의 빠른 적응과 습득 속도 역시 핀테크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고 봤다. 김대윤 회장은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우리나라 도입 속도는 해외 벤처캐피탈리스트(VC)들이 놀랄 정도로 빠르다"며 "예를 들어 페이팔에서도 토스와 비슷한 '벤모'란 서비스가 있지만 토스의 성장 속도를 보면 깜짝 놀라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마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데도 불구하고 기존 금융사들이 하지 않아 잠재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다양한 서비스 중 금융에서 (피해를 보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세게 촉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고객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고객이 명확하게 많이 하는 행위라고 보면 되는데 그게 바로 '송금'이다. 과거에 얼마나 많이 불편했냐"면서 "대출도 투자도 불편해 바뀌어야 하고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기존 금융사 협력 필요…향후 '역전'도 가능

김대윤 회장은 은행·카드·보험사 등 전통적인 금융사와 핀테크의 협업에 대해 말을 이어나갔다. 김 회장은 "정부가 핀테크를 육성하겠다는 방향이 있어 기존 금융사도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보고 있고, 기본적으로 좋다고 본다"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한번 더 만나주는 것이 작은 기업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業)에 대한 라이선스들을 핀테크 회사에게 주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특히 수신(受信)은 아무도 못하는데 은행과 핀테크가 함께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산업 발전 단계를 나눈다면 0단계는 핀테크를 이해하고 규제를 바꾸는 것이라면 1단계는 금융사가 핀테크를 인정하고 협업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필요하고 더 많이 협업이 이뤄져야 하며 성공사례가 많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김대윤 회장.(사진=한국핀테크산업협회)

다만 협업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역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 김 회장은 "그 다음 단계는 핀테크가 여러 은행(금융사)을 고를 수 있는 단계"라면서 "고객이 많은 플랫폼이어서도 그럴 수 있고 혁신 상품을 구성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서일 수도 있는데 아마 국내 핀테크에서는 토스가 한 그 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적인 단계로는 핀테크가 금융사를 인수하거나 새로운 금융업 라이선스를 받는 핀테크가 탄생할 수 있다고도 관측했다.

■ 융합형 핀테크 탄생…전통 금융사 긴장해야

김대윤 회장은 송금·자산관리·투자·결제 등으로 나뉘어 있던 핀테크는 제한된 분야없이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바뀔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앞으로 규제 변화에 따라 핀테크 업체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건 당연한 예상인데, 완화되는 규제가 무엇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전제했다. 일단 하나의 규제가 풀리면 다양한 핀테크가 생기지만 결국에는 결합해 '융합형 핀테크'로 간다는 게 김대윤 회장의 예측이다. 김 회장은 "개인자산관리(PFM·Personal finance management) 핀테크가 융합형이라고 본다. 결제와 대출, 투자상품 등 다 하는 것"이라며 "나눠져 있던 핀테크들은 재결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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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내외 핀테크 업체들이 태동하고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핀테크가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회장은 "핀테크가 금융산업을 전반적으로 독식하진 못하겠지만 (금융사만큼) 올라갈 수 있고, 그곳은 우리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통 금융사는 굉장히 긴장해야 하는 시기"라고 짚었다.

김 회장은 특히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인한 마이데이터 산업은 핀테크들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봤다. 김 회장은 "고객이 원할 경우 금융데이터를 금융사는 핀테크업체에 이를 무조건적으로 제공해줘야 하는데 이 경우 핀테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며 "금융 생활의 최적점이 바뀔 것이라고 본다"고 자신했다. 더불어 그는 "비금융데이터를 금융데이터로 전환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대출을 추천하는 다양한 서비스 등 데이터를 활용한 핀테크 분야는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