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인터넷전문은행, 출사표...자금 마련이 관건

토스 투자자 알토스벤처스 키플레이 될 가능성 점쳐

금융입력 :2019/02/11 16:49    수정: 2019/02/11 16:50

국민 송금 애플리케이션(앱) '토스'(회사명 비바리퍼블리카)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졌다. 아직까지 컨소시엄 구성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지만, 누적 다운로드 수 2천200만건과 누적 가입자가 1천만명이라는 점에서 토스인터넷전문은행은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11일 신한금융지주와 토스는 지난 9~10일 논의 끝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부문의 노하우, 안정성과 자금력으로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가 가진 혁신성과 창의성을 더해 혁신적인 모델의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양 업체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신청할 계획이다.

■ 누구와 손잡을까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핀테크 '유니콘' 기업인만큼 토스가 어떤 협업 체계를 구축할지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은 결국 토스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방향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현대해상을 꼽았다. 현대해상은 현재 "원론적인 수준에서 검토 중일뿐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컨소시엄의 키 플레이어로 '알토스벤처스'를 꼽는다. 알토스벤처스는 토스에 투자한 곳인데다 집닥·마이리얼트립·쏘카 등 국내 O2O(오프라인 투 온라인)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곳이다. 알토스벤처스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사업 연계도, 소통도 다소 쉬울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토스가 만들어 갈 인터넷전문은행은 알토스벤처스를 빼놓고 얘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신한금융지주는 컨소시엄 구성 후 사업 구상부문에서 창의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케이뱅크의 우리은행이나 NH투자증권, 카카오뱅크의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의 자금 역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왜 뛰어들었을까

토스 새 로고.

토스는 올해 초 보험대리점업을 시작했으며, 향후 증권사를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인터넷전문은행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포부에 업계는 놀라는 분위기다.

일단 토스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의 원인은 세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기존 토스의 모델로는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 두 번째는 제휴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 세 번째는 모바일 퍼스트를 체감했다는 점 등이다.

토스는 무료 송금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자금이체 수수료와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비용을 부담해왔다. 플랫폼에 사람이 몰리면 몰릴 수록 사실상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17년부터 플랫폼에 다양한 제휴사를 붙여 판매 중개수수료로 회사를 운영했으나 투자금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수익 구조를 변모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보험대리점업을 시작했으나, 은행 금융상품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아 인터넷전문은행을 검토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토스 사용자가 많은 만큼 수많은 금융사들이 제휴 러브콜은 보냈으나 단기적 성과에 그쳤다는 점도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 신한금융투자와 수협은행과 토스는 제휴해 고금리 보통예금과 CMA 상품을 판매했다. 토스를 통한 고객에게만 이득을 주는 상품이었다. 토스의 사용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 신한금융투자와 수협은행의 예수금을 불리게 됐다. 제휴보다는 직접 토스만의 금융상품을 만들고 현재 플랫폼 사용자를 토대로 판매하는 것이 수익 면에서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보험대리점업(GA)과 협업할 수 있다. 보험대리점은 다양한 보험사에 주문해 특징적인 상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를 토스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팔 수있다. 이는 토스 고객을 유인하고 락인(Lock in)할 수 있다.

■ 관건은 자금 그리고 또 자금

케이뱅크.

업계에서는 시기가 지나치게 이르지만 토스인터넷전문은행의 성패는 자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기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와 다르게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됐지만, 은행의 수익성이 크지 않아 '실탄'이 제때 보충돼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다양한 사업을 위해 컨소시엄의 주주 수를 늘렸지만 이후 자본조달(유상증자) 합의에 애를 먹은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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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플랫폼 사용자가 모여있다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은행 예수금 확대와 연계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네이버 등은 국민들의 예·적금 가입 비중이 국내 대형 시중은행에 몰려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규제 환경과, 은행 고객을 늘리는 데 투여되는 비용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