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싱할 새 게임 찾기 너무 힘들어요"

중소 개발회사 인력난에 퍼블리셔도 어려움 쌓여

디지털경제입력 :2019/02/01 15:25    수정: 2019/02/01 15:25

“어디 괜찮은 개발자 없나요”

중소 게임 개발회사 관계자를 만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다. 이들은 게임 개발에 적합한 개발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고충을 호소한다. 게임 시장 규모가 날로 커져가고 있는데 인력난이 웬 말인가 싶기도 하다. 산업이 호황을 누리면 인재가 몰려들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인력난에 어려움 겪는 중소 게임 개발회사

하지만 이는 중소개발사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특히 게임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직군인 클라이언트, 서버 개발자를 구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자체 서버 기술을 갖추지 못한 게임사들은 결국 아마존웹서비스를 택해 게임을 운영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2일 아마존웹서비스 한국서버가 1시간 30분 정도 먹통이 된 이후, 자체 서버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중소개발사가 개발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자명하다. 법적으로 나날이 근로환경 개선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중소게임사가 이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한된 비용과 인력으로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 중소게임사는 52시간 근무제나 탄력근무제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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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게임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것 역시 중소개발사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조건과 자금력이 없으면 게임 출시 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은 중소게임사의 인력난을 가중시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 종사자 수는 2012년까지 증가하다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종사자 수는 3만 5천445명에서 3만 3천979명으로 감소했다.

이 시기에 대형 게임사가 모바일게임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며 대형 모바일게임사 종사자 수는 3천명 가량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국내 게임업계는 신규 인력 유입보다 기존 인력 이탈이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어렵게 개발자를 구한 후에도 어려움은 남는다. 개발자 중 적지 않은 수가 1년 내에 이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환경보다 나은 환경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업계 이력을 만들기 위해 들어왔다가 1년을 채우자마자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며, 이로 인해 개발 진척이 늦춰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 개발사 고충, 퍼블리셔에게로 이어져

중소 퍼블리셔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사가 개발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쟁력이 저하되거나, 아예 소수 정예로 팀을 꾸려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개발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개발팀은 해외 시장에서 큰 매출을 올리지 않아도 생활에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러한 시도를 하는 개발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 와중에 개발사 숫자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2019 게임백서 총론에 따르면 업체 당 평균 종사자 수는 2016년 38.1명에서 2017년에 57.8명으로 늘어났다. 퍼블리셔의 수는 변함이 없으나 개발사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든 탓이다. 대형 게임사 위주의 인수, 합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전체 게임사의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퍼블리셔의 주요 역량 중 하나는 뛰어난 개발사와 게임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개발사의 수가 줄어들고, 국내 출시 의지가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상담 중인 게임사와 퍼블리셔.

힘들게 찾아낸 개발사가 대형 퍼블리셔와 계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더 나은 계약조건을 제시한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계약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이런 일을 겪으면 ‘또 어디부터 찾아봐야 하나’하는 막막함부터 앞선다”라고 말했다.

■ '셧다운제' 시행 이후 뿌리 잘린 게임업계

개발사와 퍼블리셔를 가릴 것 없이 규모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 한 게임사라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 게임업계의 상황은 어디서 야기된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시책을 지적한다.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준비 기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러한 반응은 규모가 작은 개발사일수록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신규 개발자 유입이 줄어든 것은 ‘게임 셧다운제’를 비롯한 게임 규제가 한창 시작됐던 2011년부터 우려됐던 일이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 저하로 청소년, 대학생들이 향후 진로 설정에 있어 게임산업을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된지 7년째다.

결국 현재 게임산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소게임사가 겪고 있는 문제는 인력난에 기반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력난은 정부 시책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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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2019년 들어도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규제안이 아닌 진흥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수년 째 이어지지만 실질적인 규제안이 마련된 적은 없다. ‘진흥안을 논의 중이다’라는 답변 정도가 게임업계가 당국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답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에 대한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대형게임사도 고충을 호소하는 마당에 중소게임사가 겪는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는 말할 것도 없다”라며,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뿌리와 줄기가 필요한데, 요즘 한국 게임산업은 뿌리는 잘리고 줄기는 말라가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