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공 청년이 블록체인 재능공유 플랫폼 만든 이유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찾아서]⑩블루웨일

컴퓨팅입력 :2019/01/28 17:05    수정: 2019/01/29 15:39

“사회의 가장 작은 입자는 개인입니다. 개인의 가능성을 최대한 열 수 있을 때 미래 가치가 인간 중심적으로 올라갈 겁니다. 그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줄 수 있는 도구가 블록체인입니다.”

블루웨일의 이원홍 대표는 블록체인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개인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도구란 것이다. 블루웨일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유경제 에코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는 건 이런 가치와 관련이 있다.

이 대표는 “미래에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경제적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경제적 주체란 스스로 돈을 지불한다는 의미 만은 아니다. 한 발 더 나가 개인이 하나의 상품이 돼 누군가에게 지불을 받을 수 있는 단계까지 포괄한다.

개인의 가능성이 극대화돼야 경제적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블록체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블루웨일 이원홍 대표

■ “재능공유 플랫폼 벌로컬에서 개인은 투자자이자 금융상품”

이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인공지능(AI)을 전공했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등을 공부하다 보니 앞으로 많은 것들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모든 개인이 경제적 주체가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 것도 이런 이력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선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긴 힘들다. 인간 고유의 창의력 때문이다. 물론 굉장히 오랫동안 데이터를 반복하면 창의적인 것을 따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큰 의미에서의 창조는 당분간은 힘들 거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다른 질문을 던졌다.

“현재 컴퓨터는 0과 1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것을 따라 하기 힘들다. 하지만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 컴퓨터가 도입돼 기계와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통해 그는 개인이 역량을 발휘해 누구와도 다른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벌로컬(Verlocal)이다. 벌로컬은 개인의 역량,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일종의 재능공유 온라인 플랫폼인 셈이다.

벌로컬은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했다. 벌로컬 사이트에 들어가면 자신이 만들고 싶은 수업을 올릴 수 있고, 그 안에서 수업료를 지불한다.

그는 “나 자신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재능 공유자로서) 상품화되려면 자신만의 장점을 파악해 마케팅해야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 다르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제적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동안은 빚을 져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이제는 (벌로컬 플랫폼에서) 내 신용을 올리고 비즈니스 가치를 평가·투자받아 그걸 바탕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며 “개인은 단순히 일하는 것뿐 아니라 투자자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이 금융상품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능공유 온라인 플랫폼 벌로컬

그렇다면 벌로컬에 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걸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복지 관련 임플로이먼트 베네핏(employment benefit)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분들은 연금을 못 받는데, 블록체인상의 벌로컬 플랫폼을 통해 포인트를 쌓아 나중에 연금처럼 활용할 수 있게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벌로컬은 현재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도 베타 서비스를 끝내고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에 본격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 “벌로컬로 인센티브 쌓고, 셰어러블 에셋으로 투자하고, 스플래시로 연결”

블루웨일은 벌로컬 외에 두 개 서비스를 더 운영하고 있다. 셰어러블 에셋(Shareable Asset)과 스플래시(Splash)다.

셰어러블 에셋은 자산 공유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일종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토큰화해 사고파는 플랫폼이다. 이 대표는 “건물을 수십 개로 쪼개 토큰화하는 플랫폼으로 토큰 하나당 자산 가치가 있으며, 그걸 이 플랫폼 안에서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담보랑 비슷해 사람들이 안 좋게 많이 생각한다”며 “하지만 구조화 금융은 금융의 꽃이라 불릴 만큼 잘 쓰면 좋은 건데, 적정선에서 안정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 그는 기존에 있는 구조화 금융을 블록체인으로 투명화해 구조화 금융의 부작용을 없애고 장점을 살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에 베타버전을 출시해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정식 버전은 3월 즈음에 업그레이드돼 나올 예정이다.

블루웨일 생태계

스플래시는 결제부터 포인트 적립, 송금 기능까지 담고 있는 전자지갑이다. 송금은 스테이블코인 형식으로 가능하다. 스플래시는 지난해 12월 개최된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처음으로 사용됐다.

행사 부스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각 부스의 QR코드를 찍으면, 부스에 대해 리뷰를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포인트도 적립 받을 수 있다. 포인트로는 커피와 아이스크림 등 결제도 가능하다.

이 대표는 “지금은 컨퍼런스와 같이 건물 안에서의 가게·부스가 고객을 유치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가게 월세를 스플래시를 통해서도 송금할 수 있게끔 하려 한다”고 밝혔다.

현재 스플래시와 셰어러블 에셋, 벌로컬은 통합 단계에 있다. “벌로컬을 통해 인센티브가 쌓이면 그걸 셰어러블 에셋에 투자해 연금으로 가져올 수 있게 하는 등의 인프라 스트럭쳐를 만들고 있다”며 “무형자산인 재능(벌로컬)과 유형자산(셰어러블 에셋)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는 공유경제 시스템을 블록체인을 통해 연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세 개의 서비스를 통합한 이후에는 다른 파트너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블루웨일은 자체 토큰인 BWX(Blue Whale Exchange)도 발행한다. 지난해 4월 ICO를 진행하고 현재 비트포렉스, CP닥스 등에 상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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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웨일은 향후 메인넷도 만들 계획이다. 이 대표는 “바텀업 방식으로 간다”며 “애플리케이션을 먼저 만들고,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그 이후에 메인넷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이더리움과 아이콘을 쓰고 있다. “어떤 메인넷으로 확 갈지 아직 확정된 상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올해 목표는 베타버전의 세 가지 제품이 실제 서비스 제품으로 나오면 블록체인을 연동시키는 것이 첫 번째”라며 “또 올해 첫 번째 파트너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과 블록체인 R&D 허브도 구성하고 해외 기업도 유치해 한국과 동남아 시스템을 연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