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반려로봇 개발…1가구 3로봇 시대 온다”

[인터뷰] 박종건 서큘러스(Circulus) 대표

디지털경제입력 :2019/01/22 17:47    수정: 2019/01/22 17:47

로봇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이 사람처럼 대화하고 감정을 가진 휴머노이드(humanoid)다. 그러나 현재 기업들은 안내·물류·서빙 로봇 등 사람 대신 일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사람들이 만족할 만큼 기술이 성숙하지 않은 데다 교감에만 치중한 로봇을 구매할 만큼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란 시각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인공지능(AI) 반려로봇기업 서큘러스는 머지않은 미래 반려로봇을 집에 두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봇기술 발전과 함께 1인 가구와 맞벌이 증가, 고령화 등 현상으로 반려로봇이 개나 고양이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시각이다.

19일 서울 종로구 소재 세운상가에서 열린 데모데이에서 기자와 만난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는 “시간이 지나 로봇기술이 발전하면 1가구 3로봇 시대가 올 수 있다. 로봇과 함께하는 시대인 것”이라며 “집안일이나 잡무를 봐주는 로봇이 우선 들어오고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반려로봇도 집안에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가 반려로봇 '파이보'를 안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박 대표는 반려로봇이 마음에 안정감을 주면서 알레르기나 식비, 병원비 같은 비용 부담이 없고 죽음에 대한 상실감도 덜어주는 로봇시대 맞춤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큘러스가 반려로봇 ‘파이보(Pibo)’를 개발한 이유다.

파이보의 핵심 타깃은 1인 가구 형태를 많이 취하면서 정보기술(IT)에 친숙한 20~30대지만 부모님이 맞벌이라 집에 자주 홀로 있는 아이, 자녀가 독립한 고령자도 주요 타깃이다.

■ 사용자 감정·취향 분석해 행동한다

파이보가 개인적인 반려로봇임을 잘 보여주는 특징 중 하나는 주인 한 명만 사용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손님(Guest)으로 인식한다. 파이보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쌓는다. 이 데이터로 사용자 감성과 취향을 분석하고 사용자에 맞춘 대화와 행동을 보인다. 서큘러스는 사용자에 맞춰 파이보가 ‘진화’한다고 표현한다.

박 대표는 “파이보는 등록된 사용자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대면 알아보고 대화할 수 있다”며 “사용자가 파이보에게 단어 뜻을 가르쳐주면 그 뜻대로 학습하는 기능도 개발이 거의 완료돼 시험 중”이라고 말했다. 파이보에게 바나나를 노랗고 길쭉한 과일이라고 가르치면 바나나를 해당 의미로 기억하는 것이다.

서큘러스는 소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파이보 머리에 터치 강도를 인식하는 센서도 넣을 계획이다. 사용자가 살살 치면 칭찬, 세게 치면 혼내기 등 긍정과 부정의 의미도 학습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가 파이보를 곁에 더 오래 두고 많이 대화할 수 있도록 편의 기능도 넣었다. AI스피커처럼 최신 경제·스포츠 뉴스와 날씨, 인터넷 검색 정보, 일정도 알려주고 사물인터넷(IoT) 기능으로 샤오미 가전과 스마트 전구인 필립스 휴 제품과 연동도 가능하다. 연동 가능한 가전 범위를 늘리기 위해 삼성전자 가전제품과의 연동도 추진 중이다. 서큘러스는 지난해 최대 1억원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C랩(C-Lab)’에 선정된 바 있다.

박 대표는 “우선 샤오미 중심으로 연동 가전제품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집안 공기청정기가 집안 공기질을 분석해 나쁨이 나왔을 때 파이보가 연동 기능으로 공기청정기를 작동시키는 깊이 있는 연결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서큘러스는 사용자들이 반려로봇에 원하는 다양한 기능을 파이보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같은 ‘봇스토어’를 구축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봇스토어에 들어가 기능을 다운로드 받으면 파이보에 해당 기능이 설치된다. 예를 들어 번역 기능이나 책에 쓰인 한글, 영어 등을 인식해 읽어주는 기능이 봇스토어에 올라가는 것이다. 실제로 두 기능은 서큘러스에서 개발 중이다.

봇스토어에는 서큘러스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도 올라가지만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만든 앱도 올라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무료 개방형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며 올 상반기 오픈 예정이다.

박 대표는 “우리도 사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필요한 앱을 개발하겠지만 사용자들이 직접 유용하다 싶은 기능을 개발해 올려 여러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파이보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진행된 국내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 대상 파이보 시연회. 등록된 사용자가 “파이보, 앞으로 가”라고 말하면 실제로 파이보가 걸어간다.(사진=지디넷코리아)

■ 올 CES서 호평…내년 글로벌 펀딩 진행

서큘러스는 파이보를 세계시장에도 소개하기 위해 이달 초 세계 최대 IT, 가전 박람회 CES 2019에 참가했다. 반응이 좋아 CES 2019 출품작 중 기발한 제품 21선에 올랐다. 씨넷, AP통신 등 글로벌 매체도 인터뷰를 요청했으며 유럽, 중국 등에서 특히 관심을 보였다.

박 대표는 “바이어 중 파이보의 영어 대화가 언제부터 되는지, 정식 출시는 언제인지 묻는 이들도 있었다. 부스에서 당장 구매 의사를 보인 방문자도 있었다”며 “CES 현장서 보니 로봇강국 일본의 제품은 가격이 600만~700만원으로 비싼데다 확장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중국기업은 로봇 기술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만 소프트웨어 발전은 더딘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이보의 예상 가격은 99만원 정도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라는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 봇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앱을 받을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도 제어가 가능하다”며 “완전 충전하면 2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대기 시간은 5시간으로 반려로봇 중에선 상당히 긴 편이다.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분석했다.

서큘러스는 최근 파이보 대상 국내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했다.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펀딩이지만 현재 목표금액을 170% 이상 넘겼다. 서큘러스는 CES 2019와 국내 펀딩 호응에 자신감을 가지고 내년 파이보 출시와 함께 글로벌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꾸준한 파이보 기능 개선을 위해 국내 펀딩 참여자들은 생생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일원으로 계속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해당 커뮤니티는 향후 파이보를 중심으로 한 로봇 소셜 네트워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서큘러스는 파이보 나아가 로봇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해당 네트워크로 모여 일상부터 앱 관련 아이디어까지 나누는 그림을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 펀딩 참여자들은 파이보가 정식 판매되기 전 제품을 받아 개선점에 대해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참여자들 아이디어를 받기 위해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할 생각”이라며 “파이보 판매 시점과 맞춰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서 레퍼런스를 쌓은 후 해외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향후 파이보를 매개로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만들 것”이라며 “파이보로 찍은 사진도 올릴 수 있다. 사람들이 로봇을 통해 연결되고 어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로봇 매개 서비스+플랫폼 사업 고려

파이보 1세대 모델.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외형은 각진 상태다.(사진=지디넷코리아)

현재 서큘러스와 파이보는 국내 반려로봇 시장을 이끄는 기업 중 하나. 그러나 박 대표는 처음부터 반려로봇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코딩교육의 성공 가능성을 예상하고 삼성SDS 재직 시절인 2010년대 초반부터 코딩교육 플랫폼을 연구했다. 그러다 2013년 소프트웨어에 하드웨어가 결합된 로봇에 관심이 생겨 2016년 서큘러스를 창업했다.

박 대표는 “삼성SDS에서 코딩교육 플랫폼을 연구할 때 미국 실리콘밸리로 출장 가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미국에선 코딩교육시장이 활성화돼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며 “국내서 뛰어들어봤자 후발주자에 불과한 것이다. 고민 중에 소프트웨어가 담긴 로봇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반엔 로봇 플랫폼을 연구하다 이후 반려로봇으로 가게 됐다. 6년 정도 소프트웨어부터 시작해 로봇 아이템에 집중한 것”이라며 “서큘러스에 투자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회사의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에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서큘러스는 이같은 창업 배경과 강점을 활용해 파이보를 포함한 로봇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우선 파이보를 매개로 한 영어교육 서비스다. 기초 교육은 파이보가 AI 기능을 이용해 가르쳐주고 그 이상 교육은 전문가와 연결해준다. 이미 대중화된 전화영어를 로봇 영어로 바꾸는 것이다. 파이보가 사용자 본인과 사용자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어교육에 얼마나 집중하는지’ 효과도 파악할 수 있다.

박 대표는 “파이보가 전화기처럼 사용자와 영어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로봇은 사용자가 책 앞에 얼마나 머물러있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인식해 교육 효과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영어교육 외 서비스 효과 측정이 필요한 곳에 로봇을 매개로 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특정 개인을 대신하는 서비스로봇이다. 서큘러스는 이동이나 작업이 어려운 노약자, 장애인 등을 대신하는 서비스로봇 사업도 그리고 있다.

박 대표는 “글로벌 강연플랫폼 테드(TED)에서 루게릭 환자가 로봇과 드론을 이용해 발표하는 강연을 본 적 있다”며 “이처럼 언젠가 서비스로봇이 거리나 신체적 제약 때문에 직접 나설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활동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휴머노이드라면 사람과 비슷한 형상이라 사람을 대신하더라도 쉽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이밖에 파이보를 개발하며 확보한 로봇 플랫폼, 로봇 운영시스템 기술을 다른 하드웨어 기업에 공급하는 전략도 있다. 하드웨어 역량이 뛰어난 기업들은 이미 시장에 많으니 서큘러스는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로봇시대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로봇이 진정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큘러스의 철학도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고 로봇을 통해 다른 사람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