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PC카페' 서비스 초읽기...게임 업계, 긴장

라이선스 방식 PC방에 우호적...기존 시장 잠식할 수도

디지털경제입력 :2019/01/21 14:08    수정: 2019/01/21 14:08

스팀 서비스를 하고 있는 밸브가 올해부터 이른바 'PC 카페'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일 태세여서 그 여파에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서비스가 PC방 사업 환경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밸브는 지난해 7월 ‘PC 카페’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처음 밝힌데 이어 최근에는 스팀 플랫폼 안에 'PC 카페' 페이지을 개설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머지 않아 한국에서도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밸브의 ‘PC 카페’는 일종의 라이선스 사업이다. 현재 스팀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을 기존 PC방은 물론이고 학교·병원·유람선·기차 등 여러 공간에서 서비스 할 수 있도록 라인선스 계약을 맺고 공급해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스팀 내 일부 게임이 이미 PC방에서 서비스 되고 있고, 라이선스 방식도 기존 관행과 달라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 PC방에서 게임을 서비스 중인 게임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팀 홈페이지 'PC 카페' 라이선스

■ 게임 종류 아직 적지만...밸브 의지 따라 더 많아질 듯

현 시점에서 스팀 ‘PC 카페’ 라이선스에 포함된 게임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밸브가 공개한 라이선스 해당 게임은 15개, VR 콘텐츠는 12개다. 위처3: 와일드헌트, 시티즈 스카이라인 등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게임은 이미 4~5년 전에 출시된 게임이기에 화제성이 떨어진다.

팔라딘스, 스마이트는 한국 이용자 취향에 크게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을 받아왔고, 도타2와 팀 포트리스2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 카페’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단점도 밸브 뜻에 따라 언제든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플랫폼 홀더인 밸브가 마음먹기에 따라 라이선스에 포함되는 게임의 수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PC 카페' 라인업 중 하나인 위처3: 와일드헌트

■ PC방은 반기고 게임 업계는 긴장하는 모습

별도의 공간을 따로 구성하지 않고 기존 PC에 라이선스만 적용시키면 되는 모델이기 때문에 한국 PC방 업주들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PC방에 간단하게 ‘PC 카페’를 적용할 수 있다.

사용량에 따라 과금이 달리 적용되고, 매달 이용료를 내야하는 국내 게임사 PC방 라이선스와 달리 ‘PC 카페’ 라이선스는 초기 구매비용을 제외하면 추가 과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라이선스가 적용된 게임 중 원하는 게임만 골라서 구매할 수 있기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PC방 업주가 반길만한 요소다.

반면, PC방 라이선스 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존 국내 게임사들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 미만의 점유율을 두고 첨예한 경쟁이 펼쳐지는 판국에 또 다른 경쟁자가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업체들은 자사 게임의 PC방 이용시간 감소는 곧장 매출감소로 이어지기에 스팀의 ‘PC 카페’ 도입으로 인해 이용자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PC 카페' 서비스 예정 게임

■ 기존 PC방 서비스 시행 중인 게임사와 갈등 소지

‘PC 카페’가 확장됨에 따라 서비스 게임이 겹칠 가능성도 높다. 이는 PC방 순위와 상관 없이 모든 게임사가 겪을 수 있는 문제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게임은 스팀과 카카오에서 각각 서비스 중인 배틀로얄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다.

100만 명이 넘는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스팀 내 최고 인기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자리한 배틀그라운드는 밸브가 ‘PC 카페’ 보급을 위해 라이선스에 포함해야 할 대표적인 게임이다. 상품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서비스의 인지도 향상을 노리는 전략은 콘텐츠 산업에서 흔히 쓰이는 전략이기도 하다.

배틀그라운드가 ‘PC 카페’ 라이선스에 포함되면 이미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서비스를 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는 카카오게임즈가 배틀그라운드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도 문제가 됐던 점이다.

'PC 카페' 중 월드오브워십 페이지

당시 스팀 버전과 카카오게임즈 버전 모두 시장에 공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PC방 사업모델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카카오 배틀그라운드를 서비스 중인 PC방 업주가 ‘PC 카페’ 배틀그라운드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월 정액제가 적용되는 카카오게임즈보다 PC 한 대당 초기 구매비용만 지급하면 되는 ‘PC 카페’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선 매출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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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PC 카페’ 라이선스 게임 중에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 중인 워게이밍의 월드오브워십이 포함되어 있다. 아직 본격적인 ‘PC 카페’ 서비스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추후 서비스가 시작됨에 따라 밸브와 워게이밍의 분쟁이 생겨날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밸브의 ‘PC 카페’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서비스지만 스팀 플랫폼에 포함된 게임의 수를 감안하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며, “싱글플레이 게임을 이용자가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시장 저변을 확대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몇몇 게임들은 서비스 전부터 갈등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사업자와 밸브의 협업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