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대가리 AI와 협업해야하는 막막함

[이균성 칼럼] 기괴한 네이버 뉴스

데스크 칼럼입력 :2018/12/18 08:40    수정: 2018/12/18 09:53

#인공지능(AI) 수준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현재로서는 미완(未完)의 기술이라는 점이다. 미완이라는 건 여러 측면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또 안전하지 않다는 건 섣부르게 전면 상용화할 경우 위험하다는 의미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의 윤리성을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왜 그럴까. 위험이 꼭 대형 사고만 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서비스의 사소한 오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잘 못 쓴 AI는 서비스를 망칠 수 있다. AI가 인간보다 유리한 서비스 영역도 있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교통 트래픽을 분석하는 데는 인간보다 AI가 나을 것이다. 계산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신춘문예 심사는 어떨까. 이 경우도 AI가 나을까. AI가 심사했다고 하면 그 상의 권위가 더 올라갈 수 있겠는가.

#AI가 쓴 문학작품이 나왔다는 뉴스가 간헐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봐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심사위원이든 작가든 독자든 그렇지 않다는 쪽의 의견이 많을 것이다. 문학작품은 컴퓨터에 의한 계산의 영역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의견에 동의한다면, 뉴스는 어떤가. 인간보다 AI가 고르고 가중치를 매긴 편집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네이버의 새로운 모바일 화면

#왜 이 질문을 던지는가. 최소한 우리 국민의 절반가량이 지금 AI가 취사선택해준 뉴스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인 네이버 뉴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뉴스의 다양성을 대폭 위축시켰다. 둘째 언론의 취재 뉴스보다 발주자가 뿌린 보도자료 뉴스가 우위에 서게 됐다. 지금 AI의 수준이 딱 그 정도에 머물기 때문이다.

#네이버 AI는 지금 뉴스 각 섹션의 주요뉴스를 어떻게 선택할까. 각 언론사에서 쏟아지는 비슷한 뉴스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중요한 뉴스가 된다. 언론사별로 비슷비슷한 뉴스는 대부분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언론이 취재한 게 아니라 기관이나 기업 등 보도자료 배포처가 알리고 싶은 내용인 셈이다. 단순 인사(人事)나 상품 홍보 기사가 주요 뉴스를 도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언론사가 공들여 취재한 기사는? AI에겐 중요하지 않은 기사다. 당연히 해당 기사의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대접을 받으려면? 독자가 많이 보고 많이 반응해줘야 한다. 하지만 묻혀 있기 때문에 엄청난 특종이 아니면 그럴 가능성이 적다. 꽤 중요한 팩트여서 다른 언론이 너나 할 것 없이 추종보도 한다면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이 가능성도 낮다. 대부분은 그냥 묻히게 된다.

#적잖은 기간 동안 IT 기사의 중요도를 판단하고 편집해온 사람으로서 요새 네이버의 돌대가리 AI와 협업하며 언짢은 기분이 드는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괜히 후배 기자와 독자들한테 미안할 정도다. 공들여봐야 네이버에선 통하지 않는다. 그냥 블랙홀에 무작위로 기사를 내던지는 꼴이라고나 할까. 네이버에서 더 많이 읽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인데 그게 정상적인 노력으론 불가능해졌다.

#네이버 뉴스는 그래서 이제 각 홍보실의 보도자료 집합장소와 비슷한 꼴이 됐다. 각 뉴스 섹션 상단의 주요뉴스 코너 자리가 그렇다는 뜻이다. 그 밑에 흐르는 뉴스는 인간이 하는 지 AI가 하는 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각 언론사가 공들여 취재한 진짜 뉴스는 이쪽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독자들도 이를 간파한 건지 더 눈에 안 띄게 잠시 동안 흘러갈 뿐인 그런 뉴스들이 더 많이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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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기괴한 현상이다. 공들인 뉴스는 꽁꽁 숨기고 붕어빵 같은 보도자료 뉴스는 눈에 잘 보이게 편집하다니. 이런 기괴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 지난한 과정을 다 알고 있는 바에야 네이버만 탓하기도 참 뭣하다. 다만 처음부터 이처럼 기괴한 AI 편집 상태만 보고 배우며 그게 정답이라 생각할 사람도 앞으로는 적잖을 터, 그로 인한 사태는 또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그 점이 또 걱정스럽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네이버 뉴스가 그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