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시대…"IT社 보험 큰 손 될 수도”

"방대한 데이터·이용자 풀 강점"

디지털경제입력 :2018/09/16 10:29    수정: 2018/09/16 10:52

디지털 헬스케어가 보험업계를 혁신시키는 기회이자 활로라는 전망이 나왔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소비자 특성을 고려한 보험상품이 나오려면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정확한 고객 접근 전략을 짤 수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플랫폼 등 기술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디지털 헬스케어 바람을 가져올 IT기업이 전통적인 보험사를 제치고 보험업계의 큰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험사 역할을 대신하게 되거나 보험사의 핵심 파트너가 돼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시각이다.

이밖에 소비자들이 어떤 이유로, 어떤 방식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싶은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제품만이 소비자를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14일 킨텍스에서 열린 ‘디지털 헬스 시대, 건강보험 및 민간보험의 역할’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디지털헬스케어 페어 2018은 지난 14일 고양시 일산서구 소재 킨텍스에서 ‘디지털 헬스 시대, 건강보험 및 민간보험의 역할’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 패널로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보험업계, 학계 전문가가 모두 등장해 향후 헬스케어 시장에서 IT기업과 보험사 간 관계, 구도 변화에 대해서 전망했다.

패널들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보험업계의 새로운 기회이자 활로라는 데 공감했다. 보험사들은 과거에도 세분화되는 소비자에 맞춰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을 위해 IT가 접목된 헬스케어 사업에 관심을 가졌지만 기술력이나 비용 문제로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갈수록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시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동진 교보생명 전략기획팀 부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고객의 건강관리를 돕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질병 등 발생으로 보험금 지급 시기를 밀어줘 양쪽이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은 10여년 전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관심이 있었지만 비용 효과성 때문에 투자가 어려웠다”며 “초기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효과는 장기적으로 오는데다 당시엔 기술력이 그리 발전하지 못 해 소비자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어떤 보험상품을 기획해 어떻게 접근해야 효율적인지 정확히 집어내지 못 했다”고 덧붙였다.

즉 과거엔 보험사가 흡연자를 위한 보험상품을 기획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이유로 흡연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해 효과적인 보험상품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미 해외 보험업계에선 남아프리카공화국 보험사 디스커버리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성과가 회자되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IT로 보험 가입자의 운동을 유도, 측정해 특정 수준에 달하면 ‘바이탈리티(Vitality)’ 프로그램으로 19개국에 진출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국내에도 AIA생명과 SK텔레콤과 협업해 진출했다.

패널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세는 분명하겠지만 그 결실을 두고 보험사와 IT기업이 단순히 연합해 나눠가지는 것 외에도 IT기업이 독식하다시피 가져갈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다양한 생활 서비스로 건강은 물론 습관이나 성향을 알 수 있는 일상 데이터를 보유한 IT기업이 소비자 특성에 맞는 보험상품을 출시하기 더 유리해지면서 전통적인 보험사를 제치고 보험시장을 주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 부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황금알이 되겠지만 그 황금알을 두고 보험사와 IT기업 나아가 의료기관이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카카오가 (은행권에 뛰어들어) 카카오뱅크를 열었던 것처럼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인 눔 코리아 한국전략이사는 “IT기업은 방대한 사용자 풀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 향후 아예 보험사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며 “의료기관도 보험사에는 없는 많은 의료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니 보험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는 “IT업계는 변곡점이 오면 빠르게 성장한다”며 “보험사와 IT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데이터를 목표를 두고 싸운다면 주도권은 금방 뒤집어질 것이다. IT기업은 데이터 양과 수집력, 분석을 통한 효과적 방향 잡기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험업계와 IT업계에서 각 기업들이 각자 동맹을 만들어 경쟁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IT기업에 재원을 공급하는 비용지불자는 소비자보다는 보험사가 될 확률이 높다는 시각 때문이다.

김 부장은 “보험사와 IT기업 여기에 병원이 각자 연합군을 만들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진환 에임메드 본부장 역시 “IT기업에 돈을 줄 수 있는 곳은 보험사뿐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사용자와 비용지불자는 같지 않다”며 “사용자는 당장 밖으로 나가면 몇 천원에라도 의사 진료와 약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이나 서비스에 돈을 내고 싶지 않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역시 적은 비용으로 복리후생을 맡기는 데 관심 있으며 의료기관은 소비자가 내는 돈이 있으니 지불 의사가 적다. 반면 보험사는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고 보험 위험률을 낮추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열심히 활용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 소비자가 납득하는 서비스가 전제 조건

이밖에 IT기업과 보험사가 최신 기술을 잔뜩 적용한 좋은 보험상품과 디지털 헬스케어 상품을 만들어도 소비자에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를 위한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과 연계 보험상품이 나왔을 때 당뇨병 환자 참여율이 매우 낮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IT기업은 환자가 물을 마신 횟수를 기록할 수 있는 앱을 만들고 보험사는 해당 횟수가 일정 수준에 달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보험상품을 만들었더라도 환자는 귀찮음 때문에 보험료 인하라는 혜택을 아예 포기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소비자 내적 동기와 연결시켜야 서비스 참여율, 유지율이 높다. 과거 글로벌 웨어러블 브랜드 핏비트가 보상을 제공하는 건강관리 실험을 했을 때 보상을 끊자 실험자들이 바로 건강관리를 하지 않게 됐다”며 “당사가 고객사 요청으로 식습관 관리 앱에 음식 사진을 올리는 기능을 넣자 관리 대상자들이 오히려 살찌는 사례도 있었다. 결국 소비자 행동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점에서 목표로 하는 소비자마다 어떤 내적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어떤 접근 방식을 갖췄을 때 우호적인지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유지기간을 무조건 길게 보기 보단 특정 기간에 소비자들이 집중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전략으로 제시됐다.

최 대표는 “의료기관이나 기업 관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내놓으면 사용자는 사용할 이유를 느끼지 못 한다”며 “아침마다 비타민을 챙겨 먹는 식의 가벼운 행위로 건강관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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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당사가 앞서 임신성 당뇨병관리 앱을 만들었는데 참여율이 매우 높다. 사용자인 임산부들의 관리 욕구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임 대표도 “젊은 세대들은 특히 재미도 없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렵다. 유지기간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