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지정제, '인터넷 역차별 해소' 첫 걸음

[데스크칼럼] 국회·정부 생색내기로 그쳐선 안 돼

데스크 칼럼입력 :2018/09/12 16:08    수정: 2018/09/12 17:21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인터넷 경쟁 환경 속에서 규제 역차별 문제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국회와 정부가 해외 기업들의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 해소에 기대감이 생긴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국회와 정부의 노력이 생색내기에 그쳐선 안 된다. 효력을 발휘해 실제 결과물로 이어질 때까지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1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무회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의결은 지난 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후속조치다.

차별 관련 이미지(제공=이미지투데이)

이에 따라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자는 국내에 주소가 있는 대리인을 의무 지정해야 한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해외로 이전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국으로 재이전하는 경우, 국외 이전과 동일하게 이용자 동의를 원칙적으로 받아야 한다. 아울러 기술적, 관리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국내외 기업 간 규제 역차별 문제를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희망적인 정책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더 안전히 보호되고, 개인정보 침해 사고 발생 시 더 빠른 대처와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국내대리인 지정제가 6개월 뒤 실제 시행돼 실효성을 갖기 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업계에선 아직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해소에 큰 도움을 주기엔 역부족이란 시각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역차별 문제는 이들이 국내에 대리인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국내 사업자와 동등한 규제 적용 시 규제 당국의 집행력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즉 법이 있어도 해외 기업에 적용하기 힘든 게 문제의 본질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대리인 지정제가 구글, 페이스북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역차별 해소에 도움이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등을 미리 대비하고자 사전 법률 검토도 마쳤고, 앞으로 남은 시행령 개정 작업도 합리적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구글, 페이스북의 경우 한국에 지사 형태의 사무소가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국내가 아닌 미국이기 때문에 국내대리인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며 “이에 구글과 페이스북도 개인정보보호 책임자 업무와 개인정보 유출 통지 및 신고, 자료제출 등의 업무 수행을 할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되면 그동안 중간 통로 역할에 그쳤던 한국 사무소의 책임이 강화돼 법 집행력도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사업자인 구글과 페이스북이 국내대리인 제도를 순순히 따를지 의문이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대형 로펌을 앞세워 국내법 적용대상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존재하고, 외교 문제로 끌고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늬만 국내대리인을 지정해 놓고, 이용자 고충 처리나 개인정보보호 관련 업무 협조에 수동적으로 응할 가능성도 다분해 보인다. 또 해외사업자가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3국으로 재이전 할 시 이를 우리 당국이 얼마나 관리 감독할 수 있을지도 솔직히 의문이다.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은 국내 인터넷 시장에 기울어진 판을 평평히 만드는 첫 시작에 불과하다. 이를 정부나 국회가 실적으로 포장하거나, 생색내기에 그쳐선 안 된다. 보이지 않는 국가 권력과 막대한 자본으로 틈새를 찾는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잔꾀를 방심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