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 표준화에 미국 IT거인들 뭉쳤다

구글·MS·아마존·IBM 등 의료정보 호환 협력

컴퓨팅입력 :2018/08/21 14:35

글로벌 IT 거인들이 미국 정부기관이 주도하는 의료정보 데이터 표준화 흐름에 뛰어들어 협력한다고 선언했다. 개별 의료기관에 고립된 데이터를 연결해 개인의 건강상태에 맞춤 의료를 제공하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내놓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에 합의한 대형 IT업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세일즈포스, 아마존, IBM, 오라클 등 여섯 회사다.

최근 미국 정부 및 의료산업 관련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대형 IT업체 6사가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블루버튼2.0 개발자 컨퍼런스'라는 이름으로 열린 행사에서 각자 의료정보 관련 데이터 규격과 API를 상호 연동하기로 약속했다. 블루버튼2.0 개발자 컨퍼런스는 "환자와 사업자 대상으로 의료정보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을 만들고 싶어하는 의료IT 분야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행사다.

CMS 블루버튼2.0 개발자컨퍼런스에 참석한 IT업계인들. (왼쪽부터) ITI의 딘 가필드, 아마존의 알렉 찰머스, IBM의 마크 더드먼, MS의 피터 리, 구글의 그레고리 무어. [사진=ITI]

미국의 대정부 미디어 페드스쿱(Fedscoop)은 여섯 회사가 합의문을 통해 "우리는 특히 클라우드와 AI를 통해 실현될 헬스케어 상호운용성 기술 도입의 장벽을 걷어내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헬스케어 데이터의 잠재력을 해방하고 더 낮은 비용으로 나은 결과를 제공하는 공통의 과제를 공유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합의는, 6사가 각자 개발할 헬스케어 제품에 개방형 표준과 오픈소스 도구를 사용하고 제품이 서로 잘 연계되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6사는 이를 위해 '패스트 헬스케어 상호운용성 자원(FHIR, 파이어)'이라 불리는 의료정보 데이터 처리용 플랫폼 표준 규격을 활용한다. 그리고 상호연동을 위해 FHIR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한 '블루버튼(Blue Button) 2.0' API를 지원할 예정이다.

FHIR는 사용되는 맥락과 개념이 다양한 의료정보를 '자원(Resources)'이라는 데이터셋으로 정의하고, 자원을 개별적으로 관리하거나 복잡한 문서에 취합할 수 있게 고안된 데이터 처리 플랫폼 규격이다. 규격을 통해 정의된 자원은 HTTP 프로토콜을 통해 URL로 표현되는 위치상의 XML이나 JSON 구조로 처리되고, 가급적 개방형 인터넷 표준을 활용해 데이터를 표현하도록 설계됐다.

블루버튼2.0은 이런 FHIR 규격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API다. 지난 3월 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HIMSS)의 보건의료 및 헬스케어 산업 종사자 대상 연례행사에서 공개됐다. 미국 보건부 산하 '보험청(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 CMS)'이 만들었다. CMS는 API 디벨로퍼 프리뷰 서비스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신뢰할만한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개발자와 연구 프로젝트에서 활용케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궁극적으로 정보의 주체인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여러 조직과 연구자들이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 제각각인 의료정보 기기와 시스템의 데이터 규격이 표준화되고 환자정보를 관리하는 개별 기관과 기업의 인프라가 호환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형 IT업체 6곳의 합의는 이런 기술적인 기반을 갖추고 확산시키는 데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 의료정보 데이터 표준화, 산업 패러다임 바꿀까

의료데이터 표준화에 합의한 6사는 공통적으로 클라우드 및 AI 기술을 활용해 기업과 소비자 시장에 개인화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이 FHIR 규격을 활용한 플랫폼을 수용한 의료정보 처리용 IT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블루버튼2.0 API를 중심으로 그 데이터 연결과 호환성을 지원한다면 이들의 기술이 제공되는 각국 의료정보기술 산업과 개인화 패러다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간단히 실현될 얘긴 아니다. 페드스쿱 보도에 따르면 수지 애덤스 MS 연방정부사업 담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실제로 상호운용성 과제를 해결하려면 동시에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기술적인 해결책뿐아니라) 정책, 데이터 모델, 이밖에 다른 과제도 있지만, 현시점에 흥미로운 점은 (문제 발생과 해결) 모든 게 함께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는 물론 자국 민간 부문의 데이터 표준화 단계부터 이를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 14일 의료IT산업매체 '헬스데이터매니지먼트'에 따르면 CMS는 환자가 요구하는 정기적, 전통적인 1차의료 관련 데이터를 블루버튼2.0 서비스에 담아 이 API 포맷으로 제공하고 있다. CMS는 민간의 모든 보험사업자들도 그들의 데이터를 개방해 역시 블루버튼2.0 API로 제공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컨퍼런스에서 시마 버마 CMS 청장은 "여러분은 우리의 규제 프로세스를 통해 우리가 (블루버튼2.0 API 기반 데이터서비스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퇴원하는 환자가 다른 사업자와 쓸 수 있는 유형의 데이터를 병원들과 논의했고, CMS의 메디케어 참여업체에 '프로그램 참여에 필요하다면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환자 데이터를 제공할 의향이 있느냐'고 문의해 왔다"고 언급했다.

CMS는 블루버튼2.0을 '마이헬스E데이터(MyHealthEData)'라는 사업 추진방안 일환으로 만들었다. 마이헬스E데이터는 개별 의료기관이 수집, 통제하는 전자의무기록(EMR)이나 복수 기관에 걸쳐 활용되는 전자건강기록(EHR) 범주를 넘어 환자가 직접 관리하는 범용 개인건강기록(PHR)을 활성화하려는 사업이다. 병원, 의료기관, 사업자가 아닌 환자 당사자에게 건강정보 통제권을 돌려준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 더 저렴하고 효과 높은 국가 보건의료 생태계 만들기

지난 13일 온라인 정치매체 폴리티코(politico) 보도에 따르면 마이헬스E데이터 사업 추진은 CMS가 미국 백악관의 의료 IT분야 공조 정책이다. 마이헬스E데이터는 지난 3월 소개된 블루버튼2.0을 활용해 늘어나고 있는 환자 데이터 접근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비용을 낮추면서 보건효과를 증진시키는 '근거중심 치료(evidence-based treatment)'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지난 14일 공공부문 IT뉴스를 다루는 메리토크(Meritalk)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의 크리스 리델 정책조정 담당 부비서실장은 "블루버튼2.0과 같은 사업은 민간부문 혁신의 촉진자이자 지원자가 되려고 하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준다"며 "정부의 데이터를 연계해 민간부문의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확장하는 것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메리토크에 따르면 그레고리 무어 구글 클라우드 헬스케어 담당 부사장은 "이 프로그램의 공통 목표는 환자를 더 잘 돌보는 것, 이용자 만족도를 더 높이는 것, 전체 보건 생태계에 걸쳐 비용을 더 낮추는 것"이라 말했다.

다른 매체 '헬스케어IT뉴스'에 따르면 마크 더드먼 IBM 글로벌 제품 및 AI 개발 총괄 임원은 "환자는 자기 데이터에 접근해 자길 돌보는 여러 상이한 시스템에 걸쳐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연성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피터 리 MS 기업부사장(CVP)은 "우리는 헬스케어 분야가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AI를 실현해가는 도중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조시 맨델 MS 헬스케어 최고아키텍트가 보건부문 공식블로그에 게재한 포스팅을 보면, 6개 IT업체들은 합의 내용에 FHIR 플랫폼 표준 확산과 더불어 '아르고노트(Argonaut)' 프로젝트에도 협력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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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노트는 초기 FHIR 플랫폼 API와 코어데이터서비스 규격을 구현해 민간의 데이터 공유를 촉진하는 활동이다. FHIR를 제정한 비영리기구 '헬스레벨7인터내셔널(HL7)'이 2014년 12월부터 추진해왔다.

딘 가필드 미국 정보기술산업협회(ITI) 최고경영자(CEO)는 6사 합의를 "FHIR과 아르고노트 프로젝트를 통해 마련될 개방형 표준을 지향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및 아키텍처 기반으로 오늘날 의료시스템에 존재하는 마찰을 없애려는 약속"이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