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하나가 韓수출 20%...불안한 호황

[위기의 반도체 ①] 통계로 본 반도체 위상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8/14 08:28    수정: 2018/08/14 14:19

슈퍼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하나에 의존한 우리 수출경제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공급 과잉에 따른 고점 논란과 메모리 쏠림 현상,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 우리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위기 대응과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지디넷코리아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제기되고 있는 현안들을 3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반도체 하나가 韓수출 20%...불안한 호황

②위기의 전조…가격↓·메모리 쏠림·中 굴기

③ '초격차' 선제 투자가 반도체코리아 살린다


글로벌 1위인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난 상반기에도 수출 경제를 나홀로 이끌었다. 상반기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무려 40% 넘게 증가했고, 국내 총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5분의 1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자동차·조선산업이 미국과 중국 내 판매 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수년간 침체를 겪으면서 이제 한국 경제엔 '반도체 하나 남았다'는 위기감이 대두되고 있다. 반도체를 뺀 나머지 한국 경제 주력 산업의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한 메모리 분야가 이끌고 있다. 반도체 의존도가 심해져 호황이 꺼지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는 '위기론'도 제기된 상황이지만, 지난 상반기 최고 실적을 갈아치운 삼성과 SK가 국내 설비·일자리에도 거침없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하반기 경제 전망도 밝다.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월별 수출입 동향 발표를 통해 지난달 총수출액이 518억8천만 달러(약 58조6천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서버와 스마트폰용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가운데 103억8천만 달러(약 11조7천300억원)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자료=지디넷코리아)
(자료=지디넷코리아)

올해 상반기 정보통신분야(ICT) 수출 통계를 살펴봐도 반도체의 활약상은 독보적이다.

산업부는 상반기 ICT 수출 총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3% 늘어난 1천74억7천만 달러(약 121조4천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수출 호조도 반도체 수출 확대에 따른 것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무려 42.5% 늘어난 620억 달러(약 70조290억원)였다. 이는 ICT 분야 수출의 57.8%, 국내 총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반도체 무역수지 흑자는 408억 달러(약 46조800억원)로 우리나라 무역 수지 흑자(325억 달러·약 36조7천억원)를 뛰어넘었다. 바꿔 말해,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 경제 수출은 적자로 돌아선다는 의미다.

반도체 호황의 성과는 부품·소재 수출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산업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부품·소재 교역 동향' 자료에 따르면 부품·소재 수출액은 상반기에만 1천556억 달러(약 175조8천억원)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6%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이 664억 달러(약 75조원)로 전체의 42.7%를 기록했다. 두 번째로 높은 화학제품(251억 달러·16.1%)과의 차이도 30조원 이상 났다. 전자부품 분야 중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건 메모리 분야다. 메모리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78% 증가한 256억 달러(약 29조원)로 전체 전자부품 수출액의 38.5%를 차지했고, 역시 최고 기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신규 수요에 따라 서버용 메모리,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낸드플래시에 포함)를 중심으로 전자부품 수출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DS부문 매출·영업이익 4년 추이. (자료=지디넷코리아)

상반기 반도체 산업의 위상을 살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 21조9천900억원, 영업이익 11조6천1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1분기 영업이익 11조5천5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라 전사 영업이익에서 이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도 1분기 73.8%에서 78%로 상승했다.

하반기 국내 일자리 창출도 반도체 분야가 이끌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올해 하반기 가장 큰 폭의 고용 증가세가 예상되는 업종으로 반도체 산업을 점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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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진흥원이 발간한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의 하반기 고용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 증가할 전망이다.

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반도체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수요 증가로 인해 호황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생산능력 제고를 위한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지속 진행되고 있고, 이는 반도체 장비·소재 산업 매출과 고용 증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