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공기 고민? 데이터분석 통해 해결"

[강소기업이 미래다 ㉟] 어웨어

인터넷입력 :2018/07/23 15:46    수정: 2019/01/10 13:46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㉟ 실내 공기 초점 맞춘 숨은 실력자 '어웨어'

어느 순간부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를 찾아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공기 질이 그만큼 나빠진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미세먼지 쪽으로 쏠리고 있다.

물론 공기 중의 미세먼지 수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선 오히려 실내 공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하루 24시간 중 가장 많이 머무르며 생활하는 곳은 집과 일터인 빌딩 내부이기 때문이다. 외부만큼이나 실내 공기 질 관리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난 2013년 이후 해마다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공기 산업 규모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환경부는 국내 공기 산업 규모가 2020년 3조7천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 중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2014년 5천억원 수준에서 2015년 5천600억원, 2016년 6천300억원으로 증가해왔다.

이런 시장을 보고 한 발 먼저 뛰어든 똑똑한 스타트업이 있다. 노범준 대표와 케빈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창업한 어웨어가 그 주인공이다.

실내 공기질 측정기 '어웨어 민트'에 환기 타이밍 알림 기능이 추가됐다. (사진=어웨어)

■ 2천개 도시로 팔려나간 실내 공기질 측정기

어웨어는 공기질에 민감한 어린이를 포함, 누구나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건강한 실내 환경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창업한 회사다.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며, 한국 지사는 위워크 을지로점에 자리잡고 있다. 직원 수는 7월말 기준 36명이며, 미국 본사와 한국에 절반씩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반 이용자 뿐 아니라 학교, 호텔, 병원 등 기업 대상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주요 기업 파트너로는 서울교통공사, 카카오, SK건설, 야놀자, 분당서울대병원, 패스트파이브, 세인트파크 산후조리원 등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에어비앤비, 구글, 리바이스 등의 기업과 스탠퍼드대학 같은 학교들이 주요 파트너다.

어웨어는 2018년 4월 부터 현재까지 미국 아마존 공기질 관련 상품 카테고리에서 평점 1위,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일본, 영국 등 2천개 도시, 60개국 이상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LG, HP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더불어 스마트 스피커인 ‘구글 홈’의 정식 파트너로 선정됐다. 주요 투자사로는 테크스타스, 케이큐브벤처스, 알토스벤처스, 삼성벤처투자 등이 있다.

현재 어웨어가 판매 중인 제품은 ▲첫 프리미엄 라인을 업그레이드 한 ‘어웨어 세컨드 에디션’ ▲어웨어 첫 제품의 후속작이자 가격대를 낮춘 ‘어웨어 민트’ ▲기업용 솔루션으로서 초정밀 센서를 탑재해 빌딩의 공기질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어웨어 옴니’ ▲제품 자체에 플러그가 있어 콘센트베 바로 꽂아서 실내 공기질을 측정하는 ‘어웨어 글로우’가 있다.

어웨어 실내 공기 측정기는 공기 중 해로운 물질을 감지해 깨끗한 공기를 만들 수 있는 개인화된 팁을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한다. 스마트 센싱 기술을 통해 공기 질을 결정하는 다섯 가지 요소인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화학물질 ▲미세먼지를 높은 정확도로 측정하며, 측정 결과를 앱과 대시보드를 통해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는 문을 열어 실내 환기를 하거나, 집 안에 있는 공기청정기를 작동 시켜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어웨어 옴니 대시보드.

특히 어웨어는 삼성서울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된 개별 맞춤형 실내 환경 개선 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반 공기 질 측정기와 차별화 된다. 앱에서 육아, 숙면, 알레르기, 집중력, 일반 건강 등 개인관심사를 설정하면 설정한 관심사에 따라 개선 팁을 제공해준다. 하드웨어인 어웨어 기기와, 소프트웨어인 어웨어 앱이 연동돼 수집한 실내 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꼭 맞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어웨어 제품은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와 연동된다. 어웨어와 연결된 스마트 홈 기기는 어웨어가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산화탄소 농도, 온도, 습도 등을 적정 상태로 조정하기 위한 명령을 실행한다. 현재 어웨어는 구글 네스트, 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카 에코, IFTTT와의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의 스마트홈 앱에 어웨어를 추가해 사용할 수 있다. 집안의 다른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과 연결해 편리하게 실내 공기를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 대기업 뛰쳐나온 노범준 대표, 케빈조 CTO 어웨어 창업기

어웨어의 창업자인 노범준 대표는 재미 한국인 2세로 미시간대학에서 산업공학 석사를 받았으며, MBA를 수료했다. 이후 보잉, 삼성전자, 시스코 등에서 프로젝트 매니저, 사업 개발 등을 담당했다.

케빈조 CTO는 1980년대 청계천에서 386 컴퓨터 보드를 개발, 판매하다 미국인 엔지니어 추천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창업했다. 이후 듀퐁 엔지니어 팀장 등을 거치며 실리콘밸리를 경험했다.

창업 초기 차고에서 일하고 있는 노범준 어웨어 대표.

노범준 대표와 케빈조 CTO가 2013년 어웨어를 창업하게 된 덴 남다른 사연이 있다. 두 창업자 모두 자녀들이 아토피, 천식 등의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 또 노 대표가 시스코에 재직할 당시 스마트 빌딩 관련 프로덕트 매니저 업무를 했던 것도 창업 아이템을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됐다. 실내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많이 보냄에도 불구하고 건물이 지어질 때 사람이 아닌 건물 자체의 목적에 맞게 건축되고 설계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두 창업자는 궁극적으로 모든 빌딩 인프라가 사람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맞는 제대로 된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뜻을 품게 됐다. 사람들을 위해, 또 자녀를 위해 실내에 센서를 붙여 측정해보자는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이를 위해 노 대표는 34세 나이에 다니던 직장에서 과감하게 뛰쳐나왔다. 이후 케빈조 CTO와 함께 차고에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어웨어 제품을 개발했다.

노범준 대표는 “첫 제품 출시 전까지 1년 반 넘게 걸렸는데, 기존 센서들을 다양하게 테스트 해서 성능과 가격에 맞는 부품을 골랐다”며 “초기에 나는 세운상가 6개 동, 모든 층을 돌면서 발품을 팔아 알맞은 부품을 골랐고, 이를 미국으로 가져가면 납땜의 신 케빈이 제품을 만들었다”고 창업 초기를 회고했다.

■ B2B·B2C 두 마리 토끼 잡는 어웨어

노 대표는 어웨어 제품이 모든 공간에 들어가 사람들에 어웨어 로고를 봤을 때 “여기 정말 좋은 곳이야”라고 느끼는 것이 목표다. 집은 물론, 버스, 지하철, 비행기 모든 공간에 어웨어가 설치되는 것인데, B2B 시장뿐 아니라 B2C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두 시장 모두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애플이나 삼성, 화웨이 같은 대기업이 아니면 하기 힘든 도전이지만, 현재 시장의 반응과 기업 반응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 대표는 “아직 정식 판매팀도 없고 사업개발팀도 소수이지만 매달 300~400개 인바운드 문의가 들어온다. 이게 큰 성공으로 갈 수 있는 좋은 신호”라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어웨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새로운 사업에서도 어웨어 제품을 도입하고 있어 좋은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웨어 샌프란시스코 본사.

아직 정확한 어웨어 판매량이나 회사 실적은 비공개지만 어웨어를 찾는 기업 고객과, 일반 고객들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란 것이 노범준 대표 설명이다. 세계에 퍼져 있는 어웨어 기기를 통해 매일 5만개의 측정 데이터들이 모일만큼 많은 지역 별, 공간 별 공기 질 측정값들이 쌓이고 있다.

공기 질에 대한 사람들의 큰 걱정과 관심, 시장에 비교적 빠르게 진입해 안착한 이점 등이 있이지만 어웨어는 대기업들의 진출을 미리 예견하고 있다. 앞으로 1년 내에 허니웰, 슈나이더, 지멘스 같은 건물의 인프라를 만드는 회사들이 어웨어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

노범준 대표는 “기존의 큰 회사들은 건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까에 많은 투자를 했다”며 “앞으로 1~2년 내에 허니웰, 슈나이더와 같은 회사들이 경쟁력 높은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대기업 추격에도 자신"...앞선 기술력, 데이터로 승부

그럼에도 노 대표는 어웨어가 대기업들보다 더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자신했다. 그가 이런 자신감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기술력과 데이터다.

우선 그는 기업 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 대상 제품을 먼저 만들어 손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한 덕분에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력 측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했다.

노 대표는 “데이터가 수많은 디바이스에서 나오고, 데이터 백엔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 측면에서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우리를 따라 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안에 최대한 이들과의 격차를 벌어 놓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에서 우리만큼 실내 환경 정보를 갖고 있는 회사는 없다”면서 “마치 기름을 처음 뽑아냈을 때 정제에 따라 달라지듯, 우리의 데이터가 사용될 수 있는 곳 역시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실내 공기질 정보를 제공하는 어웨어 앱

어웨어는 현재 기업 대상 제품인 어웨어 옴니에 공기질 측정 센서뿐 아니라 조도, 소음 센서까지 넣어놨다. 실내 공기질도 중요하지만, 불빛의 세기, 소음까지 측정해 최적의 실내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어웨어 옴니를 설치한 기업들에게 조도와 소음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공기질 측정에 있어 큰 도움을 주고 회사 신뢰가 쌓이면서 어웨어가 자주 듣는 질문이 “왜 직접 공기청정기를 개발하지 않느냐”다. 측정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기기까지 개발해 함께 팔면 더 큰 수익이 나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궁금증이 끊이질 않는다.

관련기사

이에 노범준 대표는 “이미 잘 만드는 회사가 있는 상황에서 공기청정기, 가습기, 제습기 같은 제품 개발에 우리의 인적 자원을 쓴다는 건 무리일 것 같다”며 “하지만 앞으로 회사가 성장하면서 고객들한테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봤을 때 궁극적으로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는 본다”고 답했다.

이어 “어웨어의 비전은 첫날부터 실내 환경을 가장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였다. 집뿐만 아니라 사무실, 자동차, 지하철, 비행기, 버스, 호텔, 학교 등에 필요한 서비스가 되겠다”면서 “추후에는 마음이 맞는 단체들이랑 필요한 여러 곳에 학교를 짓는 사업을 하고 싶은 개인적인 꿈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