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플랫폼' 구글, 동지인가 적인가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미스터 션사인'의 질문

데스크 칼럼입력 :2018/07/20 13:52    수정: 2018/07/20 17:4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동지라고 오해했다.”

고애신(김태리)은 유진초이(이병헌)에게 싸늘하게 내뱉는다. 그러자 유진초이는 이렇게 되묻는다. “활빈당과 의병과 동지냐. 나도 잠깐이지만 뜻이 같았던 적이 없지 않았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도깨비’ 김은숙 작가가 극본을 쓴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에 거액에 판매되면서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고애신은 미국 공사관 저격 사건 때 같은 곳을 향했던 유진초이가 동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진초이는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에 동지처럼 보였을 따름이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사진=tvN 화면 캡처)

지난 주말 ‘미스터 션샤인’을 보는 내내 ’동지냐, 적이냐’는 드라마 속 대사가 뇌리에서 강하게 맴돌았다. 막 문호가 개방되던 조선 땅을 밟은 ‘미국인’ 유진초이와, 한국 이용자들의 마음을 훔쳐간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자꾸만 오버랩된 때문이다.

■ 구글은 과연 '호밀밭의 파수꾼'인가

우리는 구글과 애플, 그리고 넷플릭스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생각한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들은 세계 IT시장의 흐름을 바꾼 뛰어난 기업들이다. 상식적인 사고에 안주하던 우리들이 거대한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뛰어넘은 위대한 기업들이다.

특히 폐쇄적인 애플보다는 상대적으로 개방된 구글에 대한 환상이 더 크다. 많은 이용자들은 구글이 깔아놓은 오픈플랫폼에서 맘껏 뛰어 논다. 구글은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것 외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 ‘사악한 짓은 하지 않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구글이 오픈 플랫폼 정책을 펼치는 건 맞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구글은 2000년대 중반 '웹2.0 담론'이 유행할 당시부터 대표적인 개방 플랫폼으로 각광을 받았다. 구글 맵을 비롯한 여러 서비스는 API 공개를 통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했다. 단 한푼의 로열티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면엔 폐쇄적인 애플보다 더 무서운 구글의 어두운 그림자가 숨겨져 있다. 유럽연합(EU)이 최근 몇 년 동안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런 면이 잘 드러나 있다. 안드로이드는 ‘무늬만 오픈소스’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사진=ZDNet)

공짜로 가져다 쓰는 대신 자신들이 만든 앱을 전면 배치하도록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만든 경쟁 운영체제(OS)는 철저하게 압살했다. 유럽연합(EU)이 구글에 5조6천억원이란 사상 최대 벌금을 부과한 건 이런 점 때문이었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 조치에 반발하면서 “안드로이드를 유료화할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놨다. 그런데 EU 제재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피차이 CEO의 논리 속에 구글 비즈니스의 또 다른 면이 보였다. 그래서 더 섬뜩했다.

피차이 CEO의 논리는 대충 이렇다. “그 동안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제공할 수 있었던 건, 구글 앱을 사전 탑재한 덕분이다.” 무슨 얘기인가. 모든 안드로이드 폰에 앱을 잘 보이도록 배치해서 광고 수익을 올렸기 때문에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제공할 수 있었단 얘기다.

구글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아니라 ‘호밀밭의 검표원’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을 모아주는 대신 누군가에게 돈을 받았던 것이다. 이용자들은 단지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구글을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아주 선한 존재로 착각해 왔다. EU의 조사 결과는 구글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근거 없는 지 잘 보여줬다.

■ 구글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자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자.

순진한 ‘조선 여성’ 고애신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유진초이를 동지라고 믿었다. 하지만 유진초이는 그 순간, 자기 이익을 위해 뭔가를 도모하고 있었다. 그 겉모습에 혹해서 동지라고 철썩 같이 믿었던 고애신은, 돌변한 유진초이에게 강한 배신감을 느낀다.

그런 면에선 구글도 비슷하다. 겉으로 드러난 그들은 늘 이용자들의 편에 서는 것 같다. 하지만 유진초이가 그랬던 것처럼, 구글 역시 철저하게 그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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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번 구글을 향해 냉정한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구글은 동지인가, 아니면 적인가.”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