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폴더블 폰 출시에 속도를 내는 이유

위기감 고조…프리미엄 시장 입지 강화 전략

홈&모바일입력 :2018/07/19 17:45    수정: 2018/07/20 14:25

삼성전자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쉽지 않은 폴더블 스마트폰을 조기에 출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삼성이 이르면 내년 초에 7인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X를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제품 개발을 위한 코드명이 '위너(Winner)'라고 한다. 내부에서 강한 의지를 부여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대화면 스마트폰에 대한 반작용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동영상 시청 등 대화면에 대한 스마트폰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화면이 커지면서 들고 다니기 불편할 수 있어 폴더블이 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각 화면에 켜 놓고 사용할 수 있어 멀티태스킹에도 유리하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콘셉트.(사진=삼성전자)

문제는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사용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조기 출시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는 것으로 봐 삼성이 이 제품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이를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정체와 경쟁 심화로 삼성으로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핵심이 폴더플 스마트폰 조기 출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WSJ 또한 삼성전자가 지난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S9 판매 부진 등으로 내부 충격이 커, 고위 임원들이 폴더블 스마트폰 최초 출시를 최우선 과제로 두게 됐다고 봤다.

실제로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삼성전자의 입장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때만 해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해 "단순히 세계 최초 출시에 집중하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줄 수 있도록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최초 출시'보다는 '사용 가치'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세계 최초 출시를 최우선 과제로 둔 것은 그만큼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사업부 내 위기감이 고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분기 갤럭시S9 출하량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갤럭시S3 이후 역대 최저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와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 속에 삼성전자의 사업 환경도 녹록치 않게 됐다. 올해 들어서는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들이 '최초 타이틀'을 내 건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며 중저가뿐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은 신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과거와는 달리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꾸준히 출하량 격차를 좁히면서 내부적으로 자신감이 커진 것으로 안다"며 "이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에서 나아가 최초 기능들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업계에선 품질도 예전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도 많다"고 말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혁신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평 속에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폼팩터를 구현할 수 있다. 기술 장벽이 높고 가격이 높은 탓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등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창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 경쟁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프리미엄 시장 지위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화웨이 등 주요 제조사들도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초부터 폴더블 스마트폰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올해 70만대, 2019년 320만대, 2020년 1천360만대, 2021년 3천40만대, 2022년 5천10만대 판매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폴더블 스마트폰 이미지 (사진=미국 특허청)

리차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의 샘플이 있으며 내년(2018년)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에는 내년에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애플은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2020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소식은 일찍이 전해졌지만 이제서야 상용화되는 것은 디스플레이의 기술적 난제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디스플레이 형태를 변형 가능한 소재를 적용하면서도 이용자가 화면을 터치할 때의 사용 감도를 높이고, 접힘부에 자국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정원석 연구원은 “예컨대 현재 스마트폰에 적용된 강화유리 커버 윈도우는 충격에 강하고 투명도가 높으며 고급스러운 외관을 만드는데, 폴더블 디스플레이도 이러한 수준이 되려면 CPI 등 소재 개발이 중요하다”며 “곡률 반경을 줄일 수 있는 글라스, 패널 위에 바로 코팅하는 등 연구개발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에 이은 세 번째 플래그십 라인업으로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초반에는 게이머 등 특정 사용자층을 겨냥하고 이후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따라 출하량을 점차 늘려갈 것으로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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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첫 폴더블 스마트폰의 가격은 1천500달러(약 17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기존보다 화면 크기가 커지고 기능이 늘어나면서 전력 소모에 따른 큰 용량의 배터리와 고성능 반도체 칩셋이 탑재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X에 탑재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현재 11만원 가량인데 폴더블 스마트폰의 경우 300달러(약 34만원) 원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일면 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으며 높은 출고가 수준의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판매량을 보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