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주가 14% 폭락...가입자 증가세 꺾인 탓

1분기 실적 공개..."분기 가입자 예상보다 100만명 적어"

홈&모바일입력 :2018/07/17 11:17    수정: 2018/07/18 06: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넷플릭스는 올들어 주가가 2배 가량 상승할 정도로 쾌속행진을 계속했다. 예상을 웃돈 가입자 수 증가에다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된 덕분이었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이 공개된 16일(현지시간)엔 쇼크에 가까울 정도로 주가가 폭락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4%나 떨어지는 참사를 겪었다.

물론 이날 넷플릭스가 내놓은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 39억1천만 달러로 당초 기대치 39억4천만 달러에 조금 못 미쳤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책임자 (사진=씨넷)

하지만 넷플릭스 주가가 폭락한 것은 당장의 매출 때문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더 관심을 갖는 건 장기 성장의 밑바탕이 되는 가입자 수 추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넷플릭스 가입자가 2020년엔 2억 명에 이를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2분기 현재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1억3천만 명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넷플릭스의 이번 분기 실적에 투자자들이 왜 그토록 큰 실망을 나타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미국 내 가입자 둔화, 정점 다다랐단 신호일수도"

이날 넷플릭스는 지난 2분기에 가입자 520만명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가입자가 67만명, 해외 가입자가 447만명이다. 이 같은 가입자 증가세는 당초 목표치였던 620만명에 100만명 가량 모자란 수치다.

최근 들어 넷플릭스는 늘 가입자 수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지난 1분기 때는 신규 가입자 740만명으로 당초 예상치(640만명)보다 100만명이나 더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2분기 신규 가입자가 자체 예상치보다 100만명 밑돌면서 투자자들이 큰 실망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제 전문 매체 더스트릿은 넷플릭스의 미국 내 가입자 수가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부분에 주목했다.

당초 120만명의 미국 내 가입자 유치를 기대했던 넷플릭스는 67만명을 신규 확보하는 데 머물렀다.

이런 상황은 미국 내 가입자 수가 정점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 더스트릿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넷플릭스가 제시한 3분기 미국 내 신규 가입자 예상치도 지난 해보다 20만명 가량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넷플릭스에게 미국 시장에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의 가격 지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가격 상향 조정과 가입자 증가 추이가 서로 역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 오히려 AT&T-디즈니 등 대형 미디어그룹 행보가 더 큰 위협될수도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환율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가격 정책을 변경했는데, 이 정책이 환율이 급등락할 경우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선 긍정적인 신호도 눈에 띈다. 넷플릭스는 2분기에 평균 판매가격이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스트리밍 관련 매출도 43%가 증가했다.

이런 분석과 함께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 추이가 일시적일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GBH 인사이트의 데니얼 아이브스는 투자 보고서에서 “(가입자 증가세 둔화는) 넷플릭스에 부정적인 트렌드가 시작되는 징후라기 보다는 과속방지턱(speed bump)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분석과 함께 스트리밍 및 콘텐츠 시장의 치열한 투자 경쟁은 향후 12~18개월 동안 넷플릭스에겐 순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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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넷플릭스에겐 지난 분기의 가입자 증가 추이보다는 AT&T, 월트디즈니 같은 대형 사업자들의 잇단 인수 경쟁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도 많다.

AT&T는 최근 타임워너 인수를 마무리했으며, 월트디즈니 역시 21세기 폭스 인수를 노리고 있다. 이런 합종연횡이 현실화될 경우 넷플릭스의 콘텐츠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