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딱지 뗀 한국 SW를 보고 싶다

[기자수첩] 누구나 쓰고 싶어하는 OS 만들어야

기자수첩입력 :2018/07/13 10:09    수정: 2018/07/13 15:28

지난 3일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티맥스가 운영체제(OS)를 발표했다. 2016년 공개했던 ‘티맥스OS’의 개정판이다. 리눅스 커널을 바탕으로 그래픽 처리 엔진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 여러 요소를 직접 개발했다고 했다. 토종, 국산 OS란 미사여구와 독자 개발을 강조했다.

티맥스란 회사의 OS를 향한 의지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국산이란 개념을 두고 크게 다툴 것도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국산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진출을 노린다는 전략을 듣노라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티맥스는 리눅스란 단어를 말하지 않는다. 2년전 처음으로 티맥스OS를 공개했을 때는 굳이 ‘표준 커널’ 기반이라고 했다. 올해는 ‘오픈소스 커널’ 기반이라고 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티맥스 관계자도 리눅스란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커널만 오픈소스를 썼을 뿐 그외 중요한 핵심 요소는 직접 개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중에 질의응답에서야 리눅스 커널 얘기가 나왔다.

티맥스OS 새 버전

기자간담회장에 마련된 티맥스OS 데모 PC에선 터미널을 쓸 수 없게 감춰 놨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썼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저작권’ 문서 파일도 없었다. 컨퍼런스 현장의 데모 PC도 다르지 않았다.

굳이 그렇게까지 감출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리눅스는 어차피 소스코드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공개돼 있다. 전세계엔 수많은 변형 리눅스가 존재한다. 중국 정부가 주도해 개발한 기린OS도 리눅스 계열이다. 북한의 OS ‘붉은별’도 리눅스 변형품이다. 삼성전자에서 주도하는 타이젠도 리눅스다. 안드로이드 OS도 리눅스에서 출발했다. 누구도 리눅스의 변형을 비판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도저히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리눅스, 혹은 오픈소스를 ‘공짜’라 여기는 시장 풍토 때문일 것이다. 리눅스 바탕의 OS라고 하면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티맥스OS 패키지에 구매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시장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으로 해결할 문제다. 오픈소스와 리눅스를 감출 문제가 아니다.

국산 OS란 단어도 안타깝다. 티맥스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수출이다. 티맥스OS를 한국을 넘어 여러 국가에 팔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데 국산이란 타이틀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Made in KOREA’란 딱지는 대한민국 땅에서 생산됐다는 의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하긴 국제 교역에서 관세 문제로 중요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전세계 IT 소비자 누가 ‘한국 생산품’이란 것에 강한 구매욕구를 느낄까. 생산지를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생산지를 중요한 문제로 여기는 건 중국 IT회사 제품 정도다.

국산이란 단어는 국내 시장용이다. 스스로 국산이란 굴레에 가두면 한국시장에 머무르고 만다. 제품 경쟁력에 부끄럼 없다면, 국산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티맥스는 국산을 강조하기보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OS를 만들어야 한다. 티맥스OS는 누구나 쓰고 싶은 OS여야 한다. 누구나 쓰고 싶다는 건 어느 소프트웨어회사든 티맥스OS용 버전을 팔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IT시장 규모는 세계 IT시장의 1% 수준이라고 한다. 국산에 갇힌 티맥스OS라면 어떤 소프트웨어 회사가 1% 시장을 위해 개발력을 투입하려 할까.

티맥스는 데스크톱 PC 시장에서 MS 윈도와 경쟁하려 했던 수많은 데스크톱용 리눅스가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리눅스 PC를 파는 PC회사가 없어서? 데스크톱 리눅스 개발회사가 윈도 애플리케이션을 쓸 수 없게 만들어서? 아니다. 많이 쓰이는 애플리케이션 회사가 리눅스 버전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눅스 기업 어디도 대중적인 상용 SW를 생태계 안에 끌어들이지 못했다.

관련기사

티맥스는 자체적으로 호환 레이어를 만들어 해결하겠다고 한다. 윈도용 ‘한컴 한글’을 티맥스OS에서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티맥스가 애플리케이션 호환성을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SW를 티맥스OS에서 쓸 수 있게 티맥스가 다 책임지는 건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되고 급격히 바뀌게 될 텐데, 그때마다 인력을 투입해 호환성에 대응할 건가.

티맥스뿐만이 아니다. 많은 한국 IT기업이 국산이란 틀에 얽매여 있다. 세계로 뻗어나가고 싶다는 꿈을 말하며 국산을 함께 말한다. 이제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