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챗봇에 4가지 질문 던져봤더니...

아직 걸음마 수준...은행별로 장단점 달라

금융입력 :2018/06/19 16:20    수정: 2018/06/19 16:21

고객의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시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은행들이 '챗봇(Chat-bot)'을 도입 중이다. 국내 4대 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은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내 챗봇을 배치하거나 별도 앱을 만들어 고객 응대를 하고 있다.

챗봇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이용자가 많을수록, 질문의 이해 수준이 높아진다. 도입이 곧 완료를 뜻하지 않는다. 도입은 첫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에 사용 고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는 경우가 잦다. 그래도 은행은 챗봇 서비스를 포기하긴 어렵다. 간단한 조회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 비대면 채널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적금 금리 높은 상품 추천'에 대한 질문에 각 은행 챗봇 및 대화형 뱅킹 서비스가 내놓은 답변. (사진 왼쪽부터)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의 대답.(사진=지디넷코리아)

현재 국내 은행 챗봇의 질문 이해도는 얼마나 될까. KB국민은행이 내놓은 대화형 뱅킹 서비스 '리브똑똑', 신한은행 '쏠' 안에서 제공되는 챗봇, 우리은행의 별도 앱 '위비톡', KEB하나은행의 '하나멤버스'에서 제공하는 하나톡을 대상으로 동일한 질문을 던져봤다.

■ 말귀 가장 잘 알아듣는 챗봇은?

질문은 '적금 금리 높은 상품 알려줘' '펀드 추천해줘' '내 계좌 조회' '계좌 이체해줘' 등이다.

이중 적금 금리 높은 상품에 답을 한 챗봇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다. 그중에서도 우리은행의 챗봇은 정확한 답변을 했다. 우리은행의 챗봇은 행내에서 추천하고 있는 적금 베스트 상품의 이름과 금리 정보를 알려줬다. 신한은행의 챗봇은 질문을 이해했지만 '정확한 금리 확인은 상품 신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고객이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화면을 띄웠다.

펀드 추천을 질의하자 신한은행 챗봇만이 답변했다. 신한은행 챗봇은 '안타깝게도 투자 상품 권유는 금융감독원 규정에 의한 자격 요건을 갖춘 직원만이 가능해 상담이 제한된다'고 했다. 우리은행의 챗봇은 '죄송합니다만,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고 했다. 다만 우리은행의 챗봇은 질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추가 정보를 요구하는 등 일면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KB국민은행 적금 금리 높은 상품이나 펀드 추천과 같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이해하질 못했어요. 똑똑이는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라며 고객 상담 센터를 연결할 수 있는 링크를 전달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챗봇이 아닌 대화형 뱅킹 서비스다. 대화형 뱅킹 서비스는 룰 베이스(Rule-based)로 이뤄지는 서비스인데, A라는 질문을 하면 B라는 답을 하게끔 구성된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딥러닝 등을 활용하는 챗봇은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계좌 조회와 계좌 이체에 대한 내용은 신한·KB국민·우리은행 챗봇 모두가 숙지하고 있었다. 다만 KB국민은행은 '내 계좌 조회'라고 물으면 모르지만, '계좌 조회' '계좌 조회해줘'는 알아들었다.

KEB하나은행의 하나톡은 쓰임새가 금융상품 조회나 추천보다는 내 금융생활습관과 연관돼 있다. 오늘 얼마나 썼는지, 엊그제는 어디서 얼만큼을 썼는지 등의 질문을 패턴화했다. 일반적인 챗봇이라고 보긴 어렵다. KEB하나은행도 챗봇으로 분류하기 보다는 '내 손안의 금융비서'라는 문구로 마케팅 중이다.

■ 한정적 서비스…이용자 동선 고려 필요해

대부분의 은행 챗봇은 계좌나 카드 발급 현황 등 조회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일한 질문이어도 질문의 패턴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계좌 이체 한도를 묻는다고 가정하면, 질문은 '계좌 이체 한도가 얼마야' '하루에 얼마를 이체할 수 있어' '얼마까지 보낼 수 있어' 등 같은 맥락이어도 질문 방법이 수십가지지만, 조회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한정적이다.

신한은행 챗봇은 ▲예·적금 상품 정보 ▲대출 가능 여부 ▲환율 정보 ▲펀드 자동이체 계좌 변경 ▲금융용어 일부에 대한 질문은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질문하지 않아도 챗봇 화면 상 터치만으로도 대화 문구가 완성된다.

KB국민은행의 리브똑똑은 신한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식화해놓은 질문이 많다. ▲리브머니 보내기 ▲보유카드 이용 현황 ▲카드 포인트 조회 ▲펀드 계좌 정보 ▲펀드 수익률 정보 조회 ▲대출 계좌 조회 ▲대출 자동 연장 동의 ▲퇴직연금 계좌 확인 ▲퇴직연금 부담금 ▲퇴직연금 수익률 조회의 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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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아예 위비톡을 실행하면, 질문 분류를 선택한 뒤에 물어볼 수 있다. 위비톡에서는 ▲환전 ▲스마트뱅킹·인터넷뱅킹 ▲일반 상식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환전과 관련없는 질문을 하더라도 대답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은행의 비대면 채널서 제공하는 채팅이나 대화를 통한 상담 서비스는 갈 길이 멀지만, 이용자 동선을 고려한다면 신한은행의 챗봇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리브똑똑이나 위비톡 등은 별도로 앱을 설치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해서다. 본인 인증 절차는 물론이고 비밀번호 설정 등도 고객에게 다소 번거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