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회장 별세...4세 승계 본격화

구광모 상무 중심 '포스트 구본무' 체제

디지털경제입력 :2018/05/20 13:48    수정: 2018/05/20 18:10

구본무 회장이 20일 타계하면서 '포스트 구본무' 시대를 이끌 LG그룹의 4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다. 향후 LG그룹 경영을 진두지휘 할 구광모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ID) 부장(상무)에게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구 상무는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둘째 남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범LG가(家)의 전통에 따라 지난 2004년 아들이 없는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해 경영승계를 준비해왔다. 장자 승계의 원칙을 중시하는 LG가의 특성상 구 상무가 고인의 뒤를 이어 총수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LG는 지난 17일 LG그룹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구 상무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다음달 2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한 구 상무는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했다. 그는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과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창원사업장과 ㈜LG 경영전략팀 등을 거쳤다. 지난 2015년 ㈜LG 상무로 승진한 구 상무는 올해 정기 인사에서 미래 성장사업을 주관하는 B2B(기업간 거래) 사업본부 ID사업부장에 선임됐다.

구 상무의 등기이사 선임 건이 통과되면 LG그룹은 구 상무를 중심으로 포스트 구본무 체제에 들어설 전망이다. 하현회 ㈜LG 부회장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6명의 전문 경영인들이 오너 경영인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 인포메이션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 (사진=LG)

구 상무가 총괄하는 ID 사업부는 기존 디스플레이 산업에 ICT 기술을 더해 미래 먹거리를 구상하는 사업으로, 전자·디스플레이와 소재부품 등 LG의 주요 사업들과 궤를 함께한다. 이 사업부는 특히 디스플레이 업계의 핵심 성장 사업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상무는 앞서 지난 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디스플레이 전시회에서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상업용 디스플레이 마케팅을 총괄한 바 있다.

구 상무가 들여다 볼 차기 신성장 사업으로는 자동차 부품 전장사업(VC)이 유력하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 업체인 ZKW를 1조4천억원에 인수했다. 이와 함께 구 상무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LG그룹 내부에선 구 상무가 그동안 경영 훈련 과정을 거쳤고, 전략 사업부문에서도 총 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경영 역량을 쌓아 구 회장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구 상무 본인이 정보기술(IT) 동향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주)LG 측은 "구 상무는 오너가이지만,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라 지금까지 전략부문에서 또 사업책임자로서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경영 역량을 쌓아 왔다"며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은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앞서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데 힘을 쏟으며, 철저한 실행을 중시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구 상무는 유학 시절 인연을 맺은 아내 정효정씨와의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그는 평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존중하고 야구 관람도 같이 즐기는 등 소탈하게 지내지만, 일에 있어서는 실행을 깊이 챙기고 실무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짚어낸다고 LG그룹은 밝혔다.

구 상무는 고 구본무 회장(11.28%),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7.72%)에 이어 ㈜LG의 지분 6.24%를 보유한 3대 주주이기도 하다.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본준 부회장은 조카인 구 상무가 그룹 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뒤에서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상무) 프로필

▲1978년생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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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재경부문 대리 입사 (’06년)

▲LG전자 재경부문 과장 (’07년)▲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 과장 (’09년)▲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 차장 (’11년)▲LG전자 HE사업본부 부장 (’13년)▲LG전자 HA사업본부 부장 (’14년)▲㈜LG 시너지팀 부장 (’14년)▲㈜LG 시너지팀 상무 (’15년)▲㈜LG 경영전략팀 상무 (’17년)▲LG전자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사업부장 상무 (’1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