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KB국민은행의 아쉬운 투자

국내선 석탄발전, 해외선 셰일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금융주선

금융입력 :2018/05/10 18:22    수정: 2018/05/10 18:41

지난달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에 금융조달하면서 논란이 됐던 KB국민은행이 미국에선 셰일가스 관련 투자를 주선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1위인 KB국민은행은 10일 미국 사모펀드 아레스 EIF와 손잡고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센트럴 펜' 라인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주선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이 주선한 것은 셰일가스 파이프라인을 전세계로 수출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수송관) 사업이다. 주선 규모는 1억4천500만달러(약 1천600억원)다. KB국민은행 외에도 신한은행, 중국공상은행 등 4개 은행이 참여했다.

이번 프로젝트 성공에 대해 KB국민은행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각축장인 미국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서 선례를 만든 사례"라며 "해외 기관투자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의지를 반영해 협업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전경.(사진=KB금융그룹)

이에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달엔 강릉안인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에 약 4조5천억원 규모의 금융조달을 하면서 논란에 휘말렸다. 이 석탄발전소는 2016년 공사계획인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멈춰진 상태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두고 국내 대형은행이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석탄발전소에 금융을 조달한 KB국민은행에 대한 보이콧 활동을 펼친 환경운동연합의 배여진 활동가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사회 전 부문의 노력과 행동이 요구되지만, KB국민은행 등은 여전히 에너지 부문에 대한 책임성 있는 투자 정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그린피스에 따르면 국내 석탄발전소 미세먼지 배출로 인해 해마다 1천명 이상이 조기 사망한다. 최신 설비를 갖춘 신규 석탄발전소 조차 다량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심각한 국민 건강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 KB국민은행 "셰일가스는 친환경 연료, 문제없다"

KB국민은행이 자금 조달한 셰일가스는 천연가스로 잘 알려져 있다.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친환경에너지와는 거리가 멀어 일부 글로벌은행들에선 대출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BNP파리바은행이다.

이 은행은 2017년 10월부터 셰일유와 셰일가스 등에 관련한 기업에 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석탄과 화력발전에 대해서도 투자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KB국민은행 측은 석탄발전소나 셰일가스 파이프라인의 금융주선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석탄발전소의 금융조달은 정부에서 2017년 추진 여부를 재검증해 민자방식으로 진행하는 국책사업이다. 중앙 정부의 모든 인허가가 완료됐고 사업부지가 위치한 강릉시에서도 공사 착공 승인이 완료됐다"며 "정부가 공사를 시행 전에 타당성 평가를 했을 것이고, 그 이후에 KB국민은행이 금융조달만 한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미국 셰일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금융주선에 대해서도 "셰일가스는 친환경 에너지라고 사업팀이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017년 KB금융지주가 발간한 '2016년 지속가능 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투자 과정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의 투자를 시행하며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이 큰 대규모 자금 조달 프로젝트 시행 시 내부 심사역 및 리스크 전문가의 현장 점검과 외부 전문가에 의한 현장 점검을 통해 사회 및 영향 평가를 실시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명기돼 있다.

이는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사에 대한 투자를 인식하고 KB금융지주가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겠다는 의미로, KB국민은행 관계자의 해명과는 대치되는 부분이다.

■ 최근 글로벌 은행들은 친환경 투자 힘써

KB국민은행의 이번 행보는 친환경 행보를 보이는 글로벌 은행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셰일가스 투자 중단을 선언한 BNP파리바 뿐 아니라 BBVA 같은 곳도 친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BBVA는 2025년까지 1천억유로를 동원해 기후 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한 개발을 유도할 전망이다. 당시 프란시스코 곤잘레스(Francisco Gonzalez) BBVA 회장은 "인류의 어깨에 달려있는 책임감은 전례가 없다"며 "은행 업무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고, 은행의 책임있는 원칙에 따라 사회적 역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ING와 유럽투자은행(EIB) 역시 유럽 해운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 30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ING는 2015년 상반기 신재생에너지 및 환경친화기업에 대해 대출을 집중하고 있다.

HSBC역시 2030년까지 100% 석탄보다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업에 대해 직접 투자하거나 계약하겠다는 보고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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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의 지주사인 KB금융지주는 2009년 8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주식이 상장하면서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유수의 해외 금융사들이 적용하는 국제적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