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자율차 사망사고, 누가 책임져야 할까

애리조나 사고 계기로 사상 첫 소송에 큰 관심

카테크입력 :2018/03/21 15:36    수정: 2018/03/21 16:1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완전자율주행차가 인명사고를 일으킬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자율차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심심찮게 제기됐던 질문이다. 그 동안은 이 쟁점에 대해 공방만 벌였다. 하지만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탬피에서 실제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본격적인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예비조사를 마친 탬피 지역 경찰은 “우버에게 책임을 묻긴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자율주행 모드가 아니라 사람이 운전했더라도 사고를 피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관이 인명 사고를 낸 우버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NTSB)

상황 자체는 주의태만이나 프로그램 오류 때문이 아닌 건 분명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복잡한 쟁점이 제기될 가능성이 많다.

■ "자율차 디자인 결함 있었냐"가 핵심 쟁점

소송이 제기될 경우 자동차 제조업체(볼보)와 자율차 프로그램 공급업체(우버), 그리고 안전 운전 책임자(우버 엔지니어)가 1차 당사자가 될 전망이다. 과연 이들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이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역시 우버다. 이번 사고의 핵심인 자율차 프로그램 제작업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볼보 역시 “자동차를 통제하는 시스템은 우리 것이 아니다”면서 책임 소재를 우버 쪽으로 돌리고 있다. 볼보는 우버에 자율주행차 2만4천대 가량을 공급했다.

그렇다면 우버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조사 경찰관은 예비조사 직후 “(자율주행 뿐 아니라) 어떤 운전 상태였어도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템피 경찰 당국은 “우리가 자동차 사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역할을 하진 않는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현재 이 사건 조사는 애리조나 주 마리코파 카운티 검찰로 넘어갔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도 조사에 착수했다. 따라서 이들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정확한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인명 사고를 낸 볼보 XC90 기반 우버 자율주행차 (사진=볼보/씨넷)

그렇더라도 현 단계에서 추론을 해 볼 순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사고에선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했느냐를 놓고 공방을 벌인다. 여기에다 피해자들의 교통신호 준수 여부 등도 고려 사항이다. 일반적인 주의 의무를 수행할 경우 막을 수 있는 사고였는지 여부에 따라 책임 비율이 달라진다.

반면 이번 건에선 자율주행 시스템에 ‘디자인 결함’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원고가 승소하기 위해선 자율주행차를 안전하지 못한 상태로 몰고 갈 디자인 결함이 내재돼 있었단 점을 입증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자동차 제조업체(볼보)와 소프트웨어 제작업체(우버)는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자동차가 충돌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반박할 것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운전자가 1차 책임자인 일반 차량과 달리 자율차 사고에선 소프트웨어 디자인 결함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단 얘기다.

■ 안전 탑승자 책임 소재 놓고도 공방 예상

그렇다고 하더라도 안전 책임자로 탑승한 운전자가 완전히 면죄부를 받을 진 미지수다. 완전자율차의 안전요원은 비상 상황 발생 시 긴급 제동 등을 하는 역할을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 역시 소송으로 갈 경우 안전 탑승자가 주의 의무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놓고도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많다.

이런 쟁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망 사고는 법정까지 가진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외신들이 전망했다. 특히 우버 입장에선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는 것이 유리할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사진=NTSB 트위터)

그런 측면에선 사고가 난 곳이 애리조나인 점이 우버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전망했다. 과실이 50%를 넘어야 배상하도록 돼 있는 다른 주와 달리 애리조나 법은 과실 비율만큼 배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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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 때 자율주행차가 전혀 제동 행위를 하지 않은 점이 우버에겐 다소 불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이번 사고 역시 법정까진 가지 않는 선에서 해결될 것이란 게 현지 언론의 전망이다. 자율차 사고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