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0km 봅슬레이, 직접 탄듯 '아찔하네'

[현장체험] KT, 5G '싱크뷰'로 선수 시선 중계

방송/통신입력 :2018/02/20 14:06    수정: 2018/02/20 14:23

(평창=박수형 기자) 봅슬레이가 가파른 얼음 통로를 시속 150km 속도로 질주한다. 아찔한 질주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그런데 영상이 예사롭지 않다. 멀리서 있는 카메라에 찍힌 봅슬레이 썰매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봅슬레이에 직접 탑승한 선수의 눈에 들어온 영상이 그대로 펼쳐진다. 금방이라도 얼음에 부딪힐 듯한 아찔한 장면에 관람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1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이날 진행된 봅슬레이 남자 2인승 경기 3차 트랙 중계화면에 잡힌 모습이다.

이 장면은 평창동계올림픽 통신 부문 파트너인 KT가 제공한 싱크뷰(Sync View) 서비스 덕분에 잡아낼 수 있었다.

김형준 KT 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장은 “소치올림픽에서도 봅슬레이에 씽크뷰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016년 초부터 싱크뷰 서비스를 5G 시범 서비스 가운데 5대 핵심서비스로 정의하고 작년 말에야 협의를 끝냈다”고 소개했다.

19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관중들이 봅슬레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장면.

잘 아는대로 봅슬레이는 동계올림픽 종목 중 알파인 스키 다음으로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시속 150km 속도는 프로야구 강속구 투수들이 던지는 투구 속도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 동안 봅슬레이 중계는 멀리서 달리는 장면만 보여줬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선 실제 선수 눈에 들어오는 아찔한 영상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5G 시범서비스 덕분이었다. 0.01초만에 이뤄지는 5G 영상의 전송 속도 덕분에 봅슬레이의 아찔한 질주를 좀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첫 흑백TV 중계,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최초 컬러TV 위성중계,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의 첫 모바일 기반 생중계 이후 2018년 국내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통신 기반의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로 진화해온 것이다.

■ 왜 5G 통신 중계 기술이 쓰였나

국내 대부분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LTE 망을 통해 TV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 서버에 저장된 영상이나 방송사 서버에서 송출하는 영상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는 방식이다.

이같은 스트리밍 방식의 실시간 동영상 시청은 무제한 요금 가입자가 주어진 데이터 제공량을 모두 소모한 뒤 주어지는 데이터 전송속도 2Mbps 수준에도 큰 무리가 없다.

반면 5G 통신은 LTE 네트워크가 이론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최고 속도 1Gbps보다 20배 이상 빠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은 보다 고용량, 고화질의 영상을 무선으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 데이터 처리용량은 LTE보다 100배 가량 확대된다.

또 5G 통신의 데이터 전송은 초저지연 속도가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LTE로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했을 때 데이터 전송 시간의 시차로 발생하는 소위 버퍼링을 없앨 수 있다.

싱크뷰로 잡은 장면. 봅슬레이에 탄 선수들의 시선으로 질주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5G통신이 기존 전송 기술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올림픽 방송을 주관하는 OBS가 내세우는 까다로운 생중계 기술 수준도 만족시켰다.

덕분에 OBS가 제공하는 올림픽영상을 판권을 가진 각국 방송사들이 실감나는 싱크뷰 영상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는 SBS TV가 봅슬레이 싱크뷰 영상을 중계했다. 미국에서는 OBS의 최대 고객인 NBC는 독일 봅슬레이 썰매가 뒤집히는 장면을 썰매 관점으로 중계해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봅슬레이 관점의 활강 영상을 제공하는 싱크뷰 외에도,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쇼트트랙 종목에서 선수를 기준으로 전후좌우 360도로 돌려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타임슬라이스도 5G 기반의 영상 전송을 통한 중계다.

피겨스케이팅의 점프 순간 선수의 모습을 사방팔방으로 돌려보고, 아이스하키의 주요 장면에서 경기장의 여러 각도에서 조망하는 것 여기 5G로 전송한 타임슬라이스다.

■ 5G 기반 생중계 시도의 험난한 과정

김형준 KT 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장은 “KT가 그동안 5G 올림픽을 준비해왔지만 누구나 네트워크를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그래서 어떻게 체험할 수 있을까를 4년 가량 고민하고 5G 기반 서비스를 정의하고 구현한 결실이 지금 맺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올림픽 경기 중계 영상은 통신부문 공식 파트너인 KT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점이 아니다.

우선 올림픽 영상은 OBS가 90% 이상 제작을 맡는다. 이후 각국의 방송 판권을 가진 방송사가 자막을 입히거나 제공된 영상 클립을 선택해 활용하는 제작을 보태는 식이다. 때문에 새로운 중계 방식을 시도할 때 OBS의 허락이 필요하다.

싱크뷰 영상의 경우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도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터라 KT의 길고 긴 설득이 필요했다.

봅슬레이 내에 설치돼 있는 카메라 모듈을 보여주고 있는 장면.

이보다 어려운 과정은 봅슬레이 선수들의 허락을 받는 점이다. 한 대당 최소 1억5천만원, 많게는 2억5천만원의 봅슬레이 썰매 전면에 구멍을 내고 카메라와 통신모듈을 부착하는데 수년간의 기술 설명회와 양해를 얻는 과정이 필요했다.

김형준 전무는 “흔히 볼 수 있는 2천만원 정도의 중형 자동차에 구멍을 내자고 해도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텐데, 각국의 봅슬레이 연맹과 전세계 협회인 IBSF에서 이를 왜 해야 하는지 만만치 않은 저항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이같은 방송 중계를 통해 봅슬레이가 더욱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득 끝에 지난해 4월 썰매 전면부에 카메라를 부착한다는 규격 적용 합의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실제 카메라를 부착하고 5G 통신에 연결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다. KT가 봅슬레이 썰매에 부착한 카메라와 통신 모듈을 합친 기기의 무게는 총 150그램이다. 카메라의 소형화가 쉽지 않았고, 5G 통신을 가능케 하는 소형 설계도 쉽지 않았다.

이같은 카메라 모듈을 직접 제작하는데 세차례의 시도를 거치며 실패를 거듭했다. 결국 완성된 카메라는 봅슬레이 남자 2인승, 남자 4인승, 여자 2인승 등 세 종목의 상위 10개 팀에 적용했다. 한국팀은 상위 10개 팀에 속하지 않았지만 카메라를 적용했다. 경기 형평성을 위해 하위팀은 똑같은 무게와 크기의 더미카메라를 부착하는데 IBSF와 협의를 마쳤다.

남은 것은 5G 통신 구현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곳곳에 5G 시범망이 구축됐지만 봅슬레이 경기가 열리는 슬라이딩센터는 5G 서비스가 쉽지 않은 지역이다. 얼음을 통한 통신전파 난반사는 도심의 유리 외벽 빌딩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고속으로 활강하는 썰매와 통신을 유지하는 것은 현재 나오고 있는 커넥티드카 시범주행보다 어려운 조건이다.

김형주 전무는 “카메라 하드웨어 개발하는 것보다 실내외에서 5G 무선통신 품질을 구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는데, 썰매에 온보드 방식으로 와이어리스 전송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 동계올림픽의 F1, 150km/h 속도가 내 눈 앞에

KT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앞서 지난해 3월 열린 국제봅슬연뱅 봅슬레이 월드컵에 싱크뷰 기술을 적용하고 1인칭 시점의 주행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데 성공했다.

KT 주도로 실제 참여 선수의 봅슬레이 썰매 전면에 카메라 모듈을 탑재하고, 이같은 시도는 평창 올림픽으로 이어져 1인칭 시점의 초고화질 영상을 5G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올림픽 경기 시청자 누구나 선수 시점의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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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의 싱크뷰 적용은 동계올림픽의 차별화된 특징인 초스피드 종목의 속도감을 차원이 다른 새로운 방싱르고 중계헤 시청 경험의 혁신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형준 전무는 “평창올림픽은 전세계의 5G 기대를 여는 열쇠와 같다”며 “최초 5G 시범서비를 기반으로 세계최초 상용 서비스에도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