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中 스마트폰 추격에 위기감 고조

중저가 라인 강화해 신흥 시장에 적극 대응

홈&모바일입력 :2018/01/30 17:47    수정: 2018/01/30 19:34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에도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프리미엄 브랜드뿐 아니라 신흥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중가 모델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대비 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전년 대비 약 1.3% 감소한 19.2%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업체의 추격으로 고가와 중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의 IT·모바일(IM)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약 2조6천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2조5천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와 부품원가 상승 등 부담으로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10.6%)와 전기(11.9%) 대비 하락한 10.1%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11분기째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회사의 스마트폰 사업 총 영업손실은 7천172억원에 달한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영업손실 규모는 조 단위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적자를 벗어나기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S9(좌)와 갤럭시S9플러스 렌더링 이미지.(사진=에반 블라스(@evleaks))

■中-印 시장서 밀려난 삼성…맞춤형 중저가폰 출시

미국과 중국, 인도는 글로벌 3대 스마트폰 격전지로 꼽힌다. 규모나 잠재력 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인도와 중국 시장에서 순위가 하락하고 미국에서는 중국 제조사의 진입에 따른 리스크로 장기적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6년 만에 중국 샤오미에게 왕좌를 내줬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샤오미가 지난해 4분기 82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며 선두를 기록, 삼성전자는 이 기간동안 730만대를 판매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카날리스는 "샤오미의 (가성비를 높인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의) 인도 소비자 맞춤 스마트폰, 마케팅, 판매채널 구축 전략이 현지에서 통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개선하면서 인도 소비자를 사로잡고 샤오미에게 뺏긴 시장 지위를 되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에서 20만원대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온7프라임'을 출시한 데 이어 '2018년형 갤럭시A8+'를 출시했다. 그간 현지에서 출시하던 프리미엄 라인업과 보급형 라인업에서 가격과 성능을 절충한 준프리미엄급 갤럭시A 시리즈 신제품으로 교체 수요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중국에서도 출하량 기준 시장 점유율이 2%까지 떨어졌다. 19%의 점유율로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했던 때와는 격세지감이다. 현지 사업 담당자를 교체, 유통구조의 변화를 꾀하는 한편 중국에 특화된 고사양 폴더폰 'W2018'을 출시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판매량 기준 상위 스마트폰 10개 순위에도 삼성 제품은 오르지 못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에, 중저가 시장에서는 가성비 높은 중국 제조사의 스마트폰에 밀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조차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월 25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서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을 선보이며 선제 공격에 나선다. 갤럭시S9은 역대 최고 카메라, 사용화면 면적을 더 넓힌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최신 프로세서 등이 탑재될 전망이다. 또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무기로 왕좌 수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분기째 적자 LG, 플랫폼·모듈화로 전략 우회

LG전자 MC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3조655억원, 영업손실 2천132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 가격 상승과 V30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며 영업적자가 이어졌지만, 지속적인 사업구조 개선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는 직전 연도 대비 5천9억원 개선됐다.

MC사업본부는 프리미엄에서 보급형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 라인업을 재정비해 수익성을 끌어 올릴 계획이다. 또 플랫폼 공유 및 효율화, 모듈러 디자인 설계 등 LG만의 연구개발(R&D) 혁신과 제조혁신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등 지속적인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30일)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V30의 모로칸 블루와 라벤더 바이올렛 등 색상을 적용한 G6와 Q6 신제품을 내달 출시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플랫폼을 유지하며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라즈베리 로즈 색상의 V30을 출시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LG Q6 모로칸 블루, 라벤더 바이올렛 색상 모델과 G6 라벤더 바이올렛, 모로칸 블루, 라즈베리 로즈 색상.(사진=LG전자)

또 회사는 매년 2월 MWC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인 G 시리즈의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올해는 출시 전략을 변경했다. LG전자는 다른 주요 스마트폰 업체의 출시 시기를 의식하지 않고 올해 상반기 내에 지난해 출시했던 G6의 후속 스마트폰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 제품에 대해 "차기 플래그십 제품은 완성도와 시장의 환경을 고려해 고객이 인정하는 제품으로 출시될 것"이라며 "LG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와 오디오 등 멀티 기능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제품에 걸맞게 사용하기 쉽고 혁신성을 높인 제품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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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LG전자의 G와 V 라인업 나눠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보고, 최근 선보였던 시그니처 에디션 등 경험을 정리해 브랜드에 있어 필요한 부분은 바꿀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스마트폰 브랜드의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MC 사업본부 수장을 맡게 된 황정환 부사장의 새로운 혁신 전략에도 눈길이 쏠린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플래그십 모델의 출시를 늦추는 것은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전략으로 해석된다"며 "경쟁 환경에 있어 최적의 시점을 모색하는 한편, Q·X 시리즈 등 보급형 모델을 확대하고, 원가 측면에서 플랫폼화·모듈화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