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월풀 넘은 삼성, 혁신·체험 전략 通했다

[르포] 2월 세이프가드 발동 임박…美 가전 유통 현장 가보니

홈&모바일입력 :2018/01/15 09:09    수정: 2018/01/15 09:13

[라스베이거스(미국)=이은정 기자] 다음 달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최종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삼성전자 현지 가전사업이 차별화 전략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생활가전사업부 박영민 주재원은 7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북미 시장에서 가전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이 안 된 삼성전자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현지 가전 업체를 넘어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를 배려한 혁신 가전과 현지 맞춤형 마케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국 베스트바이 매장에 들어서자 삼성전자의 체험형 공간 '삼성 오픈하우스'가 먼저 눈에 띄었다. 이 곳에는 각종 생활가전 제품들과 가상 데모 모드로 다양한 제품들의 기능들을 알리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85인치 터치스크린 '센터 스테이지' 등이 함께 설치됐다. 중장년층 어른부터 10살도 채 안 된 어린아이까지 제품을 자유롭게 체험해보고 궁금한 점은 전담 직원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재 베스트바이 매장.(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19.3%의 점유율로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6분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가전 시장이 가장 빠르게 정착한 미국 시장은 규모만 300억 달러(약 31조9천500억 원) 수준으로 매년 3~4%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공략…AI·IoT 성능 강화 제품-체험존 확대

삼성전자는 미국 가전 시장에서 핵심 소비자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세대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났으며 가사 노동 부담보다는 제품이 제공하는 경험과 개성있는 디자인 등을 중시하며 IT 제품들에 익숙한 특징이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성능을 높인 프리미엄 가전들과 소비자 개개인에 맞는 제품 선택을 위한 체험형 마케팅으로 미국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베스트바이 300여개 매장에 '삼성 오픈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회사는 패밀리허브 라인업을 3도어, 4도어 등으로 4배 늘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고 미국의 스마트 도어 벨 업체 링(Ring)과 레시피 콘텐츠 기업 올레시피(Allrecipe) 등과 협업을 맺으며 제품의 IT기능을 강화했다.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 북미 시장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2.7배 증가했으며 올해도 6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주재원은 "밀레니얼 시장이 커지면서 IoT 기능이 강화된 패밀리허브 냉장고 판매를 강화하고 와이파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으며, 여전히 전체 85% 이상을 차지하는 오프라인 채널을 겨냥해 차별화된 체험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삼성 프리미엄 가전 제품들은 단순히 비싸고 일부 소비자층을 위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체험해보고 있는 미국 소비자.(사진=삼성전자)

실제 삼성전자의 세탁기 평균 판매가격은 662달러로 미국 현지 경쟁사의 579달러, 업계 평균 587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균가를 넘은 가격에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가파른 점유율 성장세를 보인 것은, 비싸더라도 가치를 중시하는 현지 소비트렌드와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세탁기 분야에서는 지난해 3분기 20%의 점유율로 5분기 간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액티브워시, 2016년 애드워시, 2017년 플렉스워시 등을 출시하며 경쟁사와 차별화 전략을 꾀했다. 올해는 강력한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세탁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퀵드라이브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미국 월풀 등 견제 심화…삼성, 세이프가드 방어전 총력

현장에서는 미국 선두 가전업체 월풀의 세탁기와 삼성전자의 플렉스워시 세탁기가 맞붙여 전시돼 있었지만 삼성의 세탁기 매출 비중이 더 높다는 게 매장 직원의 설명이다.

베스트바이 한 직원은 "매장별로 다르지만 이 곳에서는 월풀보다 삼성 세탁기의 판매 비중이 더 높다"며 "월풀 세탁기는 높이가 낮고 제품 면적이 적어 공간 활용성과 사용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삼성 세탁기는 다양한 편의 기능을 선호하고 제품 크기가 더 커 공간 제약이 없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데, 삼성 브랜드 이미지도 한 몫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시장 내 입지가 넓어지면서 월풀과 GE 등 미국 가전업체들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강력한 수입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 오고 있다. 월풀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일률적인 50% 고율관세 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의 월풀과 삼성전자의 세탁기가 함께 전시된 모습.(사진=지디넷코리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세탁기 수출 물량에 대해 ▲1년 50% ▲2년 45% ▲3년 40%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을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이프가드 권고안과 미국의 경제적 이익 등을 고려해 오는 내달 2월 중 최종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경우 현지 세탁기 시장 선두에 있는 국내 세탁기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측은 "관세 부과는 가격 상승과 제품 선택 제약의 영향을 미치며, 내년 초부터 가동할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의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 세탁기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해 6월 해당 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해 올해 2분기 공장을 가동할 것이라고 했지만, 세이프가드 발동이 임박하면서 가동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