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 활성화로 꼬리 내린 완전자급제

출고가 형평성-자급제 단말 확대 귀결…국회로 공 넘겨

방송/통신입력 :2017/12/18 15:50    수정: 2017/12/19 11:05

뜨겁게 타올랐던 ‘완전자급제’ 이슈가 ‘자급제 활성화’란 불씨로 남게 됐다.

불과 두 달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기간까지만 해도 완전자급제는 가계통신비 인하의 만병통치약으로 꼽혀왔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15일 완전자급제에 대해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우려가 있다며, 이동통신사와 단말 제조사가 자급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완전자급제 논의를 마무리했다.

사회적 합의기구로 출범한 협의회가 약 한 달 동안 완전자급제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였지만 공을 국회로 넘긴 셈이다. 그동안 정부는 완전자급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협의회 결론을 참고하라는 것이지만, 이해당사자들이 모인 협의회에서는 반대 의견을 피력한 셈이다.

■ 자급제 보완으로 논의 종결

네 차례에 걸친 협의회 논의에서는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지원금과 25% 선택약정할인이 사라지고 법률로 이를 강제하는 국가도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만, 완전자급제 도입 대신 국회에서 지적됐던 이통사-제조사간 출고가 차이 조정, 자급제 단말 출시 확대, 분리공시 도입 등을 통해 자급제를 활성화하자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사실상 정부가 국정감사 기간을 전후해 내놓았던 신중론 대로 협의회 논의가 마무리 된 것이다. 완전자급제 도입보다는 현재 시행 중인 자급제를 보완하는 방향대로 귀결됐다.

이는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중소 유통망의 반발과 기본료 폐지가 무산된 이후 대안으로 도입된 선택약정할인 20→25% 확대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에서는 LG유플러스가 시행 중인 온라인 직영몰을 통한 서비스 가입 시 요금 추가할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추진 중인 중고폰 시세 포털 등을 우회적인 자급제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 소매규제 정책 기조 유지

완전자급제 도입이 당분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매규제’와 ‘경쟁 활성화’에서 ‘소매규제’ 정책으로 진로가 바뀐 정부 정책 기조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도매규제와 경쟁 활성화 정책으로 꼽혀 온 알뜰폰은 선택약정할인 확대와 3G 대비 낮은 LTE 도매대가 할인율, 정부가 내년 도입 예정인 보편요금제로 인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최근 5개월간 알뜰폰 가입자 추이를 살펴보면 2G, 3G 댜바 LTE 가입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었지만 지난달 도매대가 결정으로 인해 그 추세가 꺾일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동안 알뜰폰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중심의 후불 가입자보다 음성 위주의 선불 가입자 증가세가 더 컸는데, 최근 결정된 도매대가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 국회-정부 엇박자

특히, 국회에서 비롯된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가 정부가 주도하는 협의회 논의 과정에서 힘을 상실함에 따라,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의 논의도 주목된다.

현재 국회 과방위에는 김성태, 박홍근, 김성수 의원이 완전자급제 도입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향후 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전달돼 입법과정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산-학-연-관의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한 회의적인 결론을 낸 상태에서 국회가 얼마나 동력을 갖고 입법 논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관련기사

아울러, 그동안 자유한국당에서 통신비와 정부조직법 논의에 비협조적이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논의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낮게 보는 시각이 많다. 또 국민의당에서는 사실상 완전자급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야 모두 완전자급제 법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협의회에서 자급제 활성화로 논의의 결론을 내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단통법의 분리공시나 정부가 제출 예정인 보편요금제 관련 법안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법 제정에 버금가는 완전자급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