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문가, 대체 어디에들 계십니까"

산학 전문가들 “AI 승자독식도 대비해야”

방송/통신입력 :2017/11/22 17:11    수정: 2017/11/23 15:35

알파고에 이어 최근 중국 광군제 때 알리바바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하루 매출 28조원(1천682억 위안)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AI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알파고가 학습을 통한 연산 능력으로 ‘수읽기’란 인간의 직관을 눌렀을 때까지만 해도 놀라움과 두려움에 그쳤다면, 알리바바가 보여준 쇼핑 기록은 기업들에게 충격과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국내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제품 생산과 관리, 서비스 향상 등을 꾀하며 부단히 노력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들의 바람과 달리 현장에서는 AI 전문가 영입에 애로를 겪고 있어, AI전문가 양성에 산·학·연·관이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 주최로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AI가 가져올 비즈니스의 미래’ 간담회에 참석한 ICT업계 CEO은 이 같은 지적에 동의를 표시하면서 AI 전문가 양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로 꼽았다.

■ “AI 플랫폼, 승자독식 대비해야”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사장은 “우리는 AI를 엔터프라이즈 영역과 물건을 만들어내는데 있어서 빅데이터, 클라우드 안에서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최근 인천공항에 제작비만 1억인 로봇을 설치했는데 AI와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제작비를 500만원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고 향후 냉장고와 TV에서도 같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에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토로하면서 “IBM이 왓슨을 갑자기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이 우수한 곳에 주변사회가 지원하고 다시 관련 우수 기업이 생기는 선순환 구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창제 상용SW협회장도 “대기업에서 고민을 할 정도면 엔지니어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더 막막할 수밖에 없다”며 “자체 투자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국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후죽순 출시된 AI스피커로 인해 AI에 대한 대중적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AI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인공지능이 스피커 형태로 대중적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고, SK브로드밴드 역시 음성 자연어 처리 기술을 이용한 검색서비스의 확산,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안드로이드와 iOS가 스마트폰 플랫폼을 양분하고 있는 것처럼 AI 플랫폼 역시 승자독식의 룰이 적용되는 디지털 경쟁에서는 마찬가지 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AI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얘기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란 점에서는 의문”이라면서 “가장 초보적인 단계에 있으면서도 마치 큰 AI를 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부분도 있고 마케팅 용어로 쓰이는 AI와 실질적인 연구 지향점을 가진 AI를 구분해야 하고 현재는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AI 기반 5뉴 시대 올 것”

때문에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에서는 실질적 활용을 위한 직접 투자를 통해 성과를 거두면서도 제휴와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 진출도 꾀하고 있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은 “삼성그룹의 미래를 내다보면 크게 제조, 금융, 바이오 혁신 등 세가지”라면서 “삼성SDS에서는 해당 분야의 혁신이 필요로 하는 곳에 AI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경제 프레임워크 혁신 등 크게 두 가지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고 AI에 대해서도 많은 자원과 인재를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 크기가 항공모함의 3배 정도 되는데 항공모함 1척에는 5천명이 일하는 반면 평택공장의 운영자는 20명밖에 되질 않는다”면서 “이는 하루에 수십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딥러닝과 강화학습이 된 AI가 지원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AI와 관련해 개발된 노하우를 삼성그룹이 아닌 다른 회사에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라면서 “이를 위해 IBM,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과 직간접적인 협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군제 때 쇼핑몰에서 하루 동안 28조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알리바바 역시 유통, 제조, 금융, 기술, 리소스 등 5개 분야를 AI가 변화시킬 경제 분야로 꼽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AI 총괄을 맡고 있는 팬팬 박사는 “마윈 회장의 말을 빌리면 앞으로 유통, 제조, 금융, 기술, 리소스 분야에서 5뉴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데이터가 증가하고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AI가 앞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고 산업의 효율성, 비즈니스의 영역을 확장시키면서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 “생활 속으로 들어온 AI, 규제 푼다”

AI가 국민생활 깊이 들어오면서 정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역효과에 대해서도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국회에서는 미식별 데이터를 활용하자는데 공감대를 갖고 개인정보보호법이 논의되고 있다”며 “많은 기관과 법에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이를 하나로 묶는 법제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규제가 촘촘히 돼 있어서 민간이 주도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규제 완화 측면에서 입법부가 할 일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행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며 이해집단 간의 갈등조정에 있어 행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석영 제4차혁명위원회 지원단장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 악용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해 왔다”며 “이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고 시민단체나 이해관계자가 입장을 모으고 해결방안을 찾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의 공동대표인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인간에게 제시할 때 진실이 다른데 있거나 프로세스의 오류나 결점이 있었을 때 혹은 인간의 양심에 비춰 보완이 필요하다고 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이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형우 마이다스IT 대표는 “뇌의 기능은 크게 가치를 결정하는 부분과 데이터를 처리하는 부분 두 가지”라면서 “지금은 AI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부분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에는 감성적인, 손익을 따지는 가치, 윤리와 도덕과 관련된 가치를 결정하는 쪽으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데브 무커지 IBM 아태평양 기술총괄은 “IBM에서도 사회적 측면에서 엄밀하게 인식하고 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도 가져가고 있다”며 “구글이나 페이스북, MS 등이 참여해 오랜기간 노력해 왔고 일부에서는 성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