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X 정글 헤쳐온 웹표준 퍼스트무버

[강소기업이 미래다⑭] 인스웨이브시스템즈

컴퓨팅입력 :2017/10/17 10:56    수정: 2019/01/10 13:58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⑭ 웹표준 한우물 UI플랫폼 회사의 생존전략

브라우저로 열리는 웹은 인터넷 이용자에게 가장 친숙한 매체 형태다. 포털의 검색, 메일, 블로그, 카페 사이트와 금융 및 공공기관, 기업의 홈페이지 모두 웹에 의존하고 있다. 웹은 국내외 수십년 인터넷 역사에서 다양한 일상과 업무를 위한 서비스를 떠받치고 있는 기술이다.

그런데 한국 웹 생태계의 기술 편력은 유별나다. 많은 사업자와 기관이 특정한 기기 운영체제(OS)와 브라우저로만 돌아가는 비표준 기술로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가능한 여러 OS와 브라우저에 호환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희박했다. 액티브X와 자바 플러그인 설치를 요구하는 은행, 국세청이나 민원24같은 공공기관 홈페이지가 대표 사례다. 4천만 한국 인터넷 이용자를 몇년째 괴롭히는 주범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웹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과 기업에겐 절대다수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낡은 비표준 기술을 걷어내야 할 때가 왔다. 윈도뿐아니라 맥과 리눅스, PC뿐아니라 모바일과 여타 스마트기기까지 호환 가능한 웹표준 기술을 통해 제공 편의를 극대화해야 할 시점이 됐다. 이런 인식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그 해법을 마련해 온 소프트웨어(SW) 회사가 있다. 2002년 설립된 인스웨이브시스템즈다.

인스웨이브시스템즈 로고

인스웨이브시스템즈는 액티브X와 플러그인을 안 쓰는 웹표준 환경 구축을 지원하는 SW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 공급해 왔다. 이미 15년전 창업 이래 현재까지 누적 고객사 400곳, 수주 프로젝트 1천200건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공공기관과 금융권을 포함한 기업 고객 다수가 '웹스퀘어5'라는 대표 솔루션을 도입했다.

회사는 그 성과로 지난해엔 2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거뒀고 올해는 180억원 달성 목표를 내걸었다. 최근 신규 프로젝트 조건을 놓고 볼 때 이미 국내 웹 관련 시장이 HTML5로 모두 넘어갔다고 판단 중이다. 단기적으로 은행과 공공부문 중심으로 이 분야의 점유율을 키워 나가는 데 힘을 쏟고, 이들과 일반 기업 서비스의 모바일 대응 흐름도 공략할 계획이다.

■주요 제품과 시장현황: 국내 '늦깎이 웹표준' 대응 촉진하는 개발 솔루션

인스웨이브시스템즈는 주력 사업을 간단히 'HTML5 기반 사용자인터페이스(UI) 제품' 공급으로 표현한다. 기업뿐아니라 일반 대중이 접하는 여러 인터넷 서비스와 웹사이트의 UI를 웹표준에 맞게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자사 제품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전 세대 웹표준을 지원하는 수요가 국내에 충분치 않았지만 후속 제정된 HTML5 표준 지원 이슈 대응 흐름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 간판제품 '웹스퀘어(WebSquare)'는 이쪽 업계 용어로 표현하면 Ajax 기술을 활용하는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플랫폼이다. 웹표준 UI플랫폼, 웹표준 UI컴포넌트, 위지윅 개발도구를 포함한다. 개발자 관점에선 HTML, 자바스크립트, CSS같은 웹기술로 여러 브라우저에서 동작하는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툴이다. 기존 제이쿼리, ExtJS 등 외부 라이브러리 및 프레임워크나 차트 구성요소를 연동할 수도 있다.

웹스퀘어5 스튜디오 실행화면

다른 제품으로 'W크래프트(W-Craft)'가 있다. 이미 낡은 기술로 구축, 운영되고 있는 웹사이트의 재개발 효율을 높여 주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액티브X 기반이나 'X인터넷'으로 불리는 기술로 구축된 사이트의 화면을 웹스퀘어 제품에서 다룰 수 있는 HTML5 화면으로 바꿔 준다. 웹스퀘어를 도입하는 프로젝트에서 낡은 웹에 지원되지 않았을 반응형 동작이나 비동기 처리 등의 기술 문제, 유지보수 문제를 덜어 준다.

또 'W기어(W-Gear)'가 있다. 기업의 내부 업무시스템에 구현을 요하는 외부 장치나 시스템 연동 기능은 웹표준 명세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다. 은행 창구 담당자의 통장 프린터나 키패드, 기업 보안시설의 출입문 안면인식 카메라 등이 그런 사례다. W기어는 이런 업무시스템 개발 시나리오에 대응한다. 웹스퀘어로 만든 웹표준UI에 각종 외부 장치와 시스템 연동을 위한 공통 인터페이스를 더해 준다.

회사는 표준에 대응하는 기업용 자체브라우저 'W브라우저(W-Browser)'도 제공한다. 창구거래 담당자가 전용단말을 다뤄야 하는 은행 프로젝트에 특화시킨 솔루션 '웹톱(W-ebTop)'도 공급한다. 디지털 타깃마케팅을 위해 모바일 앱과 웹 콘텐츠 관리 및 이용자의 프로파일링을 지원하는 'W엑스터치(W-Xtouch)'도 최근 선보였다. 창업초기 캐시카우였던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프로웍스(ProWorks)'도 현역이다.

회사는 이렇게 당장 주력하는 HTML5 표준 지원 프로젝트의 시장 수요 중 전통적인 기업용 UI개발 영역의 규모를 1천억원 정도라고 추산한다. 다만 프로젝트에 공급될 솔루션의 SW라이선스 구매가격만 놓고 본다면 그보다 더 작을 수 있다. 대신 회사측은 기업 조직내 시스템을 넘어 소비자용 인터넷이라는 더 큰 시장을 바라본다. 액티브X가 내외부 시스템에 가리지 않고 쓰여 온 국내 인터넷 특성을 감안해서다.

■중장기 사업전략: 내년 중국 거점 확보로 해외 진출…UI동향 선제 대응 고민

어세룡 인스웨이브시스템즈 대표는 "스마트TV와 최근 등장하는 가상현실(VR) 기기, 향후 전기차에 탑재될 계기판 UI까지 앞으로 스마트기기 시장 흐름에 따라 UI 영역은 굉장히 확대될 수 있다"며 "기업용뿐아니라 모든 (소비자 기기를 포함한 디바이스) UI로 확장한다는 관점에서 시장규모가 얼마나 커질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스웨이브시스템즈 누적 레퍼런스

그는 더불어 국내 시장에서 지금까지는 데스크톱 UI 중심의 웹 수요가 컸고 최근 몇년새엔 모바일 웹 수요 대응이 급증했다고 봤다. 향후 몇년간은 웹표준 환경에서 단순히 사물인터넷(IoT)기기 연결을 넘어, 서버와 브라우저가 정보를 주고받는 하이퍼텍스트전송프로토콜(HTTP)조차 거치지 않고 직접 외부 솔루션과 통신하거나 사용자 및 단말 관리를 위한 기술이 쓸모가 많아질 거라 전망했다.

이에 회사는 아시아권 해외진출을 통한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간접적인 성과는 이미 있었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시스템통합(SI) 업체의 해외사업 기회를 활용했다.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지역 매출을 확보했다. 이제 SW패키지 판매에 나설 참이다. 베이징현대차, 신한은행 중국지점, 중국 동방CJ 등 사례가 있는 중국에 파트너를 찾아 내년 현지 사무소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산업계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질 경우도 검토하고 있다. 소위 '빅뱅' 프로젝트라 불리는 대단위 시스템 개발과 재구축 방식은 저무는 트렌드다. 또 패키지SW라이선스 구매가 아닌 클라우드 서비스나 구독형SW 제공 방식이 확산 추세다.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AI)이 접목되면 기존 UI개발 방식 자체를 뒤엎을 수도 있다.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의 대두로 시각적인 UI 의존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

어 대표는 "웹스퀘어라는 제품을 2007년부터 10년간 판매했는데 앞으로 10년은 뭔가 완전히 바뀔 것이고, 따라서 우리가 지금 웹표준 시장에 대응하는 사업모델은 앞으로 10년 정도 유효할 것이라 본다"며 "R&D를 통해 새로운 UI 방향성을 찾고 있고, 라이선스 판매 대신 클라우드 사용료 기반 공급 모델로 넘어가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 회사 발자취: 온라인보험으로 시작해 웹표준 프로젝트…W3C 참여까지

회사는 2002년 11월 LG CNS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2003년 중소기업청 신기술벤처기업, 2005년 기술신용보증 우량기술기업, 2006년 중소기업청 이노비즈기업 인증을 받았다. 2011년 KT 차세대, 2012년 신한은행 오픈뱅킹시스템과 삼성전자 G-ERP, 2013년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2015년 SK텔레콤 영업전산시스템과 한국주택금융공사 오픈뱅킹, 2016년 K뱅크 인터넷전문은행 등 프로젝트에 UI기술을 제공했다.

인스웨이브시스템즈 주요연혁

창업자 어세룡 대표는 과거 도스(DOS)가 뭔지도 몰랐다는 철학과 전공자다. 웹과의 인연은 그의 졸업 후 개발자 생활로 시작됐다. 그는 1993년 LG CNS에 입사해 LG화재 지원팀에서 일하며 인터넷 기술을 접했다. 메인프레임 '더미 터미널'만 바라보던 어느날, 썬 유닉스에 연결된 클라이언트로 한줄씩 떨어지는 글자를 접하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웹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였다.

어 대표는 1999년 이후 몇 차례 이직하면서 몇몇 금융사의 보험관련 IT시스템 개발팀장으로 경험을 쌓고 2002년 같이 일하던 4명과 함께 창업했다. 회사명 앞머리의 '인스(ins)'가 보험(insurance) 업계 태생을 나타내는 흔적이다. 창업 직전 교보다이렉트 자동차보험 IT개발팀장으로 일할 때까지 쌓은 노하우로 대기업 계열 온라인 보험사이트 구축 프로젝트를 도맡았다.

창업초기엔 보험업종 온라인시스템 구축을 위한 관련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제품화했다. 2~3년이 지나면서 웹표준 UI개발도구와 플랫폼이 필요해졌다. 안정화한 수익 일부를 개발에 투자해 창업 5년만인 2007년 처음 웹표준 UI플랫폼을 제품화했다. 하지만 이후 4~5년간 성과는 미미했다. 웹표준 트렌드에 대응할만큼 국내 시장이 열리지 않았던 탓이다.

회사는 2007년 출시한 '웹스퀘어(WebSquare)'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웹표준 UI플랫폼이라 소개하고 있다. 3년 전 확정된 HTML5 표준에 대응해 '웹스퀘어5'라는 후속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이듬해(2015년) 웹스퀘어5의 서비스팩1, 올해(2017년) 서비스팩2를 선보였다. 액티브X로 대표되는 비표준 기술에 점령당한 한국에서 웹표준 시장이 열리고 커지기까지 10년간 웹표준을 부르짖은 셈이다.

HTML5 표준은 2014년 10월 웹표준화기구 월드와이드컨소시엄(W3C)을 통해 확정 공표됐다. 인스웨이브시스템즈는 같은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지원을 받아 W3C 회원사가 됐다고 밝혔다. 해당 월말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W3C 기술총회/자문위원회(TPAC, 티팩) 참석으로 국제 웹 표준 활동 시작을 알렸다. 이후 웹표준 규정, 기술 의견 제안 등 W3C 활동을 하면서 국내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예고했다.

■기업 문화와 인재상: 살기 위해 바뀌어야…"창의적 아이디어 도출과 채택이 숙제"

인스웨이브시스템즈 2016년 연례 워크샵 현장

인스웨이브시스템즈는 소규모 SW회사로서 살아남기 위한 연구개발(R&D)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주력 제품 웹스퀘어5는 10여년전 시작된 호기심을 바탕으로 기술축적과 R&D를 거듭해 개선한 제품으로 소개됐다. 회사는 '인스웨이버상'이라는 시상제도로 임직원의 스터디와 회사 지식 축적 및 공유를 장려하면서 R&D차원 이전에도 자연스러운 제품과 서비스 발전을 꾀하고 있다.

어세룡 대표는 지금과 다른 새로운 사용자경험이 향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이 허기지고 배부른 건 언제나 같지만 짜장면 주문방식은 집전화에서 핸드폰으로 바뀌었다"며 "기본적인 통신개념을 위한 요소는 이어서 쓸 수 있고 그걸 두려워 할 필요는 없지만 실제 쓰는 모양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노하우를 활용하는 한편 낡은 인식틀을 버리는 접근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경영 측면에선 '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체계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업무의 체계화, 프로세스화, 매뉴얼화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르는 차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런 얘기다. 이삼십명 규모의 작은 기업에선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경영자가 일일이 알 수 있지만 100명을 넘기면 어려워진다. 체계화는 작은 조직에 머물지 않고 지속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관련기사

어세룡 인스웨이브시스템즈 대표

그는 "인사, 매출, 영업, 비용집행, 기술지원, R&D를 아우르는 관리와 전체 프로세스를 세세히 정리하고 내부 절차를 통제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시스템 말고도, 모두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서로 케어할 수 있는 문화 만드는 것을 병행해야 한다고 보고, 별도 인사담당자를 둬서 직원들과 내부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스웨이브시스템즈의 인재상은 '새로움에 대한 열정과 창의성'을 갖춘 사람들이다. 아이디어를 회사 차원에서 수용해 함께 성공하도록 노력하거나, 회사 차원에서 수용되지 않으면 직접 창업을 할 수 있을 만큼 새로움을 추구하라는 의미다. 어 대표는 새로운 영역을 바라볼 때 나올만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채택하는 걸 숙제로 삼고, 직원들의 그런 활동을 밀어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