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신패권 전쟁…"적 장점 흡수하라"

구글 "HW 보강 총력" vs 애플 "서비스 정복"

홈&모바일입력 :2017/09/22 14:07    수정: 2017/09/22 17: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애플이 부러웠다. 애플은 서비스 분야에서 특히 강점을 갖고 있는 구글을 따라잡고 싶었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같은 영역에서 한바탕 승부를 벌일 태세를 갖췄다.

구글이 21일 HTC 스마트폰 인력을 인수하자 많은 외신들은 ‘애플 따라하기’란 평가를 내놨다. 그 동안 외부에 있던 인력들을 구글 내부로 흡수하면서 애플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단 평가였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

현재 구글 하드웨어 사업은 모토로라 출신인 릭 오스터로가 이끌고 있다. 2016년 오스터로가 구글에 합류한 이후 픽셀 폰을 내놓으면서 종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스터로는 21일 HTC 스마트폰 사업팀 인수 직후 “우리 팀의 목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아우르는 최상의 구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란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이 글에 대해 미국 IT매체 리코드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입에서 쉽게 나옴직한 말들이다”고 평가했다. 이 평가 속엔 구글이 1억1천만 달러를 들여 HTC 스마트폰 핵심 인력을 인수한 속내를 잘 설명해준다.

이제 구글에게 하드웨어는 더 이상 ‘곁가지’가 아니란 선언. 어쩌면 안드로이드 OS 같은 소프트웨어나 유튜브 같은 서비스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만천하에 선언한 셈이다.

■ 구글, 작년부터 HW전략 박차…애플, 서비스 매출 괄목

사실 이런 전략은 새로울 것 없다. 애플이 그 동안 꾸준히 추진해 왔고, 또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목표점으로 삼고 있는 지점이다.

구글이 지난 해 모토로라에서 잔뼈가 굵은 오스터로를 하드웨어 총괄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약한 고리였던 하드웨어 쪽을 메워줄 최상의 인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선 애플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애플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폰이었다. 한 때 전체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책임졌다.

그런데 지난 6월 분기엔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띈 건 아이폰 매출 비중이 55%로 줄어들었다는 점. 하지만 그 부분은 계절적 비수기 탓으로 돌릴 수 있다.

팀 쿡 애플 CEO (사진=씨넷)

더 괄목할 만한 건 서비스 부문 매출 비중이었다. 전체 매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16%로 아이폰에 이어 두 번째였다. 애플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튠스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쪽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음성인식 비서인 시리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구글의 자랑인 지도 영역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유기적 결합은 애플의 가장 큰 장점. 하지만 애플의 눈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강력한 서비스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애플이 보인 행보엔 그 열망이 그대로 담겨 있다. 애플이 시리 검색에 구글 대신 빙을 사용하는 것이나 구글 맵 대신 애플 맵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서도 이런 열망을 읽을 수 있다.

궁극적으론 서비스 쪽에서도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의미 있는 매출을 꾸준히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 "애플보다는 구글의 따라하기 열망이 더 강하다"

그런 측면에서 리코드의 평가는 흥미롭다.

리코드는 “애플과 구글이 서로를 닮아가려하고 있지만, 그래도 구글이 애플을 따라하려는 열망이 더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바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간의 유기적인 결합이다.

아이폰 이용자 경험을 완벽하게 조절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최고의 경쟁 포인트란 평가다. 하드웨어 파트너가 만든 기기의 USB-C 포트에 자신들의 서비스를 끼워넣어야 하는 구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HTC 크리에이터 랩. (사진=씨넷)

이번에 HTC 스마트폰 인력을 인수한 것은 그 한계를 메우기 위한 첫 걸음이란 게 리코드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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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닮아가려는 IT 시장의 두 거두 구글과 애플. 이들이 향후 5년 동안 시장 패권을 잡기 위해 벌일 치열한 두뇌 싸움은 무협지 못지 않은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이 싸움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이제 막 시작된 21세기 IT 시장의 새로운 패권 다툼이 벌써부터 보는 이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