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HTC 빅딜, 누가 더 실속 챙겼나

구글 "스마트폰 인력 절반" vs HTC "숨통 틔울 현금"

홈&모바일입력 :2017/09/21 17:4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과 HTC가 21일 독특한 계약을 성사시켰다. 11억 달러가 오간 두 회사간 거래는 ‘스마트폰 사업 매각’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부족했다.

대체 두 회사는 뭘 주고 받은 걸까?

일단 공식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자.

HTC 스마트폰 팀의 기술자들이 구글로 소속을 옮긴다. 이들은 애초부터 픽셀폰 작업에 몸 담았던 인력들. 따라서 하는 일은 그대로다. 다만 ‘HTC 직원’에서 ‘구글 직원’으로 신분이 바뀐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매각한 지 3년 만에 HTC 스마트폰 인력 절반을 인수했다. (사진=씨넷)

이번 계약으로 영향을 받는 직원은 약 2천 명 규모다.

구글은 또 HTC 특허 라이선스 권한도 획득했다. 그런데 독점 계약은 아니다. 다시 말해 HTC가 같은 특허권을 다른 회사에도 제공할 수 있다. 구글 입장에선 ‘특허 공세 방어’ 성격이 강한 계약이다.

이 모든 대가로 구글이 HTC에 건네는 돈은 11억 달러. 우리 돈 1조2천억원 남짓한 규모다. 구글은 이 돈을 전액 현금으로 주기로 했다.

■ 애플처럼 하고 싶었던 구글 vs 돈이 필요했던 HTC

구글이 HTC 스마트폰 팀을 인수한 이유는 분명하다. 애플처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작용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신들의 통제권 하에 두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왜 이런 욕망을 갖게 됐을까? 현재 안드로이드 폰 시장은 삼성이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LG, 화웨이 등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앞세워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빠진 소프트웨어 권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라이벌인 애플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을 가졌음직하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독특한 부분이 있다. HTC 역시도 인력 2천 명 가량을 넘겼지만 스마트폰 사업은 여전히 갖고 있단 점이다.

HTC 크리에이터 랩. (사진=씨넷)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HTC는 구글에 인력을 넘기고도 여전히 2천 명 가량의 연구 및 디자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종전 4천 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개발을 계속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HTC는 차기 스마트폰 모델 개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구글은 공장 시설 같은 비싼 자산은 놔둔 채 핵심 인력만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2012년 125억 달러에 손에 넣었다가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모토로라 인수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 해 픽셀폰 내놓을 때부터 HW 야심 드러내

지난 해 픽셀 폰은 내놓으면서부터 구글의 ‘스마트폰 하드웨어’ 야심은 계속 무르익어 왔다. HTC와의 거래는 그 부분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봐야 한다.

스마트폰 개발 및 디자인 경험을 확보하고, 특허공세에 대한 방어막을 치는 대가로 11억 달러를 넘긴 셈이다. 그 자체론 큰 돈이지만 구글의 살림 규모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수준이다.

반면 HTC는 구글로부터 현찰을 받으면서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한 때 스마트폰 강자로 군림하다가 최근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한 HTC는 호시탐탐 관련 사업 매각을 추진해 왔다.

구글이 다음달 4일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픽셀2와 픽셀XL. (사진=CNET)

구글로부터 1조2천억원 가량의 현찰을 받는 선에서 스마트폰 인력 절반을 넘긴 건 그리 나쁜 거래는 아니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허 라이선스는 ‘독점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HTC가 손해볼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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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외신들이 “HTC가 승자”란 평가를 내놓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글이 손해봤다고 보기도 힘들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HTC가 ‘즉시 전력’을 얻었다면, 구글은 ‘미래’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