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왜 HTC를 노리는 걸까

"HW 허브 중요" 판단…21일 공식 발표될 수도

홈&모바일입력 :2017/09/21 10:44    수정: 2017/09/21 10:5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은 왜 대만 스마트폰업체 HTC에 관심을 갖는 걸까?

구글의 HTC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특히 HTC가 21일 대만 증시에서 주식 거래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HTC는 전날 “중요한 발표 때문에 주식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발표 내용이 주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의미다.

HTC는 21일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과연 모토로라를 매각한 지 3년 만에 또 다시 스마트폰업체를 인수할까? (사진=씨넷)

가장 유력한 것은 역시 구글의 HTC 인수다. 최근 들어 두 회사가 합병 관련 협상을 계속해 왔다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HTC는 이미 구글과는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는 사이다. 구글의 첫 안드로이드폰을 외주 제작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다.

■ 구글, 모토로라 매각 때와는 상황 달라져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왜 HTC 인수 쪽에 관심을 보이는 걸까? 그것도 이미 모토로라라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인수했다가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왜 또 다시 하드웨어업체를 인수하려는 걸까?

가장 유력한 분석은 픽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기기 생산에 대해 좀 더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구글은 모토로라는 왜 팔았을까?

HTC가 전략폰인 원X9. (사진=씨넷)

물론 HTC와 모토로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또 구글이 모토로라에서 탐낸 것은 단말기 사업 못지 않게 방대한 특허 포트폴리오였다.

그런 면에서 HTC의 전략적 활용도는 조금 다르다. 특허보다는 하드웨어 사업 자체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다 그 사이에 달라진 전략적 상황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때 스마트폰 시장 강자였던 HTC는 최근 들어 영향력을 크게 상실했다. 삼성, 애플 양대 강자에다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업체들 틈새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HTC가 올들어 끊임 없이 스마트폰 사업 매각설에 시달리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 "HTC 스마트폰 디자인 부문에 관심" 예상도

이런 가운데 애플 데일리는 구글이 HTC의 스마트폰 디자인 사업 부문을 3억3천만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HTC를 인수할 경우 브랜드도 그대로 유지하고 약 100명에 이르는 엔지니어들도 모두 흡수할 계획이다.

물론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투자자들은 모토로라 인수 때 겪었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 대해 블룸버그는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일단 라이벌 기업들이 하드웨어 제품이나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기기 쪽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애플은 iOS11부터 AR전략을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HTC 같은 하드웨어 업체를 직접 인수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전략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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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HTC의 스마트폰 사업 대신 바이브VR 사업 부문 쪽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단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HTC는 삼성, 소니에 이어 VR, AR 기기 시장 점유율 3위에 랭크돼 있다.

어떤 경우든 하드웨어 단말기는 구글 소프트웨어나 광고 사업 전략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라이벌인 애플과의 경쟁 강화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