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왕' 이재석 카페24 "세계를 넘본다"

일관된 정책, 교차검증으로 해외 공략

인터넷입력 :2017/09/22 10:52    수정: 2019/01/10 14:01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특이하다. 데이터 분석과 예측을 가장 좋아하는 '취미'로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것 저것 찾아보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묻는 것을 즐겼다. 학창시절 친구들로부터 "마이크 선 뽑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친구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시늉을 하며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을 자주 던지는 게 귀찮았던 친구들이 끝없는 물음을 끊어내기 위해 하던 말이었다.

인터넷 시장이 급변하던 시기에서부터 업계에 몸을 담고 있었던 이재석 대표에게는 결단의 순간이 자주 찾아왔다. 이런 때 평소 취미로 갈고 닦았던 분석의 힘이 올바른 방향을 찾는데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를 만나 인터넷 사업에 진출한 이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호스팅 서비스 하다 '개인'에 주목…쇼핑몰 솔루션 제공"

이재석 대표는 인터넷이 한국에 처음 보편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든 인물 중 하나다. 그 무렵은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을 모으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당시 스웨덴 사이트에 접속해서 나오는 글자들을 보고 '방 안에서 스웨덴도 갈 수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 등장 이전에도 네트워크 체계 등을 이용해 메일 정도는 주고 받았지만, 전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죠."

하지만 이후 별다른 수익모델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기대와 흥분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런 2000년대 초반 상황에 대해 이재석 대표는 인터넷 '빙하기'로 비유했다. 수익성에 대한 답이 보이지 않아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해야만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던 시절이었다.

당시 호스팅 서비스 사업과 함께 여러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던 이재석 카페24 대표의 답안은 원격으로 상품을 사고 파는 '전자상거래였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해 벌려놓았던 다른 사업은 정리하고, 호스팅 서비스와 함께 2003년 쇼핑몰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인터넷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별로 많지 않았어요. 크게 보면 검색과 전자상거래, 채팅, 메일 정도였죠.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사이트들이 많이 가입돼 있었고, 때문에 개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봅니다."

이후 검색광고 수익모델이 자리잡고, 포털 사이트들이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퍼지면서 자본이 급격히 몰렸다. 호스팅과 쇼핑몰 솔루션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던 카페24에 호재가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카페24 쇼핑몰 솔루션의 가장 큰 특징은 공짜라는 점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대표가 개인 온라인몰의 성장 가능성을 극히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다.

"바로 앞만 생각하지 말자고 판단했어요. 시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를 확보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고생해서 만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에 대한 내부에선 반대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접근이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판단이다. 또 호스팅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수익 확보는 보장돼 있던 것이 결단과 운영을 비교적 쉽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경쟁력 최우선…일관성 있는 운영정책의 이유"

이재석 대표는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양치기 소년처럼 운영하면 안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기업이라는 존재가 치열한 경쟁에 놓이다 보니 고객을 기만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고객에게 좋은 정책을 발표하고, 시간이 지나면 싹 없애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운영을 고수하자는 주의입니다."

그런 점 때문에 회사를 두고 '밋밋하다' 또는 '재미없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몰을 운영하는 고객사와 그 뒤에 있는 결제 솔루션 회사 등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당수의 회사의 성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재석 대표의 가치관이다.

이재석 카페24 대표(오른쪽)와 이상한 한성대학교 총장이 패션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업군 전체의 경쟁력이 중요합니다. 온라인몰이나 제휴 기업 등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들 전체의 경쟁력이 가장 높아질 수 있을지 늘 고민합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일관적인 회사 정책도 만들어질 수 있고요."

카페24는 2008년부터 글로벌 진출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도 한국에 비해 해외는 오픈마켓이 아닌 개별 온라인몰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른 행보다.

"글로벌 진출은 시행착오도 많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정작 필요할 때 움직이면 늦게 돼요. 때문에 국내 일감을 나눠서 하는 방식으로 해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현지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조기 진출을 하고 나면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카페24는 연내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석 대표는 상장 이후 해외 사업에 속도를 더 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상장 이후에는 IR도 많이 해야 하고, 많은 관계자와 소통해야 하는 반면, 상장 자체가 보증하는 회사의 가치를 통해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도 해외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고객사인 개인 온라인몰의 제품이 일본·미국 등 해외에서도 많이 팔리게끔 마케팅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상장 이후에는 이를 위한 여건이 좋아지겠죠."

이 대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방향을 잘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교차검증으로 오판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세상을 분석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틀리는 경우도 많아요. 분야 간 연관성이 멀수록 교차검증해야 하는 양도 늘어나는 반면, 이를 거치고 나면 사실일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에요. 방향을 잘 잡기 위해 예측을 잘해야 하고, 예측을 잘하기 위해 교차검증하는 사고방식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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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카페24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니즈가 아닌 스타일을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순서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꼭 필요한 상품, 즉 니즈에 눈을 돌렸어요, 니즈가 충족되고 나면 원트(want), 스스로 원하는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게 충족되고 나면 세상 속 스타일을 추구하게 돼요. 스타일은 대량생산한다고 해서 찍어낼 수 있는 가치가 아닙니다. 단어의 모습이 세상에 따라 변화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온라인 쇼핑도 개인 온라인몰이 글로벌 대세로 바뀌어가는 흐름으로 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