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부활, 과연 기대할만 할까요?

[백기자의 e知톡] “새 서비스로 재기 노려야”

인터넷입력 :2017/08/23 17:49    수정: 2017/08/23 17:54

국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1세대인 ‘싸이월드’가 삼성의 투자 소식으로 또 한 번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어제 하루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검색 순위에도 한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하며 옛 싸이월드 사용자들의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짧게 줄여 ‘싸이’라고 불렸던 싸이월드에는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심지어 손발이 오그라드는 ‘흑역사’까지 말이죠.

용돈이나 OK캐시백으로 도토리를 구입해 미니홈피 대문을 꾸미고, 음악을 깔고, 또 미니미를 치장했던 기억에 아직도 많은 이용자들이 그 때의 추억을 간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삼성의 수혈이 우리가 추억하는 그 때의 싸이월드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 싸이월드, 찬란한 실패의 역사

한 때 3천200만 가입자를 보유하며 국민 인터넷 서비스로 주목받았던 싸이월드는 2014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떨어져 나와 사원이 주주인 회사로 전환됐습니다.

싸이월드는 새롭게 등장한 트위터, 페이스북 등 경쟁 서비스에 밀리면서 순식간에 돈 안 되는 서비스로 전락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모바일에 최적화된 ‘싸이홈’으로 재탄생 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빈약한 서버는 몰려드는 이용자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또 이전과 달라진 디자인과 기능 탓에 추억을 곱씹으려던 사용자들에게 실망감만 안긴 채 쓸쓸히 퇴장했습니다. 추억은 역시 추억일 때 아름다운가 봅니다.

지난해 3월, 5억원 규모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숨통이 트일까도 기대했으나 싸이월드는 이 마저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젠 정말 끝났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고 잊힐 때쯤 싸이월드는 2016년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싸이홈 출시 예고 문구.

프리챌 창업주가 세운 인터넷 실시간 방송 서비스 회사인 에어라이브가 싸이월드를 인수합병 하면서, 서로의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당시 싸이월드에 남아있던 인력 12명 중 10명이 에어라이브 인력에 흡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어라이브는 싸이월드로 사명도 바꾸고 에어라이브가 갖고 있던 기술인 페이스채팅과 라이브 방송 기능을 싸이월드에 이식한 뒤 작년 말 ‘싸이월드 어게인’을 내놨습니다.

싸이월드에서 상대편과 얼굴을 마주보며 채팅도 하고, 실시간 방송도 할 수 있게 됐는데,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차가웠습니다.

모바일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변화와 인터넷 초창기 시절 느꼈던 향수 모두를 기대하는 사용자들에게도, 신규 이용자들에게도 싸이월드는 낯설고 설익은 서비스로 인식됐습니다.

이미 싸이월드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변화한 모바일 시대에 뒤처진 서비스로 한 번 미끄러졌고, 두 번의 재기 기회를 놓쳤습니다. 사용자 추억에 기대 크라우드 펀딩까지 도전했지만, 이 마저 외면 받았습니다.

올초에는 임금 체불 문제로 많은 수의 기존 멤버들이 떠났고, 현재는 삼성 투자 건을 계기로 새로운 인력들이 다시 들어온 상태입니다. 50명 정도의 인력이 있지만, 현재 싸이월드 원년 멤버는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 싸이월드, 갑작스런 핑크빛 전망…

싸이월드 어게인.

그러던 싸이월드가 삼성그룹 내 벤처스타트업 투자법인인 삼성벤처투자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게 된 소식이 알려지면서 싸이월드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난 듯 보입니다.

그러자 몇몇 언론에서는 삼성이 싸이월드를 통해 뉴스와 음원 등 인공지능(AI) 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한 콘텐츠 확충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AI 솔루션 ‘빅스비’에 콘텐츠 공급을 싸이월드가 맡는다는 그림인데, 실제로 싸이월드가 빅스비 콘텐츠 공급을 위해 일부 언론사에 뉴스 콘텐츠 제휴를 제안한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또 음악듣기 서비스도 싸이월드가 가진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통해 삼성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현재는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싸이월드 음악 서비스를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AI 서비스를 통해 부활시키는 방안도 언급됩니다.

이 밖에 싸이월드에서 인기를 끈 미니미와 같은 아바타 서비스를 삼성 스마트폰에서 선보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번에는 싸이월드의 부활을 정말 믿어도 좋을까요.

■ 삼성-싸이월드 시너지 “글쎄”

싸이월드에 대한 핑크빛 전망들은 기자가 보기엔 모두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삼성 역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싸이월드엔 AI 전문 인력이 사실상 없습니다. 기존에 콘텐츠 경쟁력을 갖고 있던 회사도 아닙니다. 갖고 있는 음원 경쟁력 역시 멜론이나 벅스, 지니에 비해 훨씬 뒤떨어집니다. 갖고 있는 음원도 예전 음악일 것입니다.

2D 방식의 미니미도 사용자들로부터 추억을 일으킬지 모르지만, 얼굴인식 기능에 3D 캐릭터가 익숙한 요즘 사용자 취향과 트렌드엔 어울리지 않습니다.

싸이월드의 3천200만 가입자 정보 또한 이미 수년이 지난 것이 대부분입니다. 사용자의 인터넷 행태 분석을 위해 사용하기엔 너무 낡았다는 뜻입니다. 빅데이터라고 보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삼성의 싸이월드 투자 배경이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와의 오랜 인연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 사장과 전 대표는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회사가 재정난에 빠지자 전 대표가 고 사장을 만나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사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이뤄진 전략적 투자라기보다, 인연에 의한 자금수혈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목소리가 더 큽니다. 사업적 협력이 아닌, 협력사 용역비 지원 정도로 보는 것이 맞을지 모릅니다.

■ “싸이월드와 ‘일촌끊기’ 해야”

싸이월드 미니홈피.

삼성이 싸이월드에 투자한 50억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에 0.0017% 밖에 되지 않습니다.

싸이월드 입장에선 1년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는 생명수 같겠지만, 삼성 입장에선 사실 없어도 티조차 안 나는 액수입니다. 큰 뜻과 기대를 품고 싸이월드에 투자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이미 한 번 쇠락한 서비스는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차라리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 쉽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전세계 인터넷 검색 포털 시장을 호령했던 ‘야후’도,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트위터’도 회생을 위한 비장의 카드를 수차례 뽑았지만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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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여러 온라인 게임과 서비스들이 재탕돼서 나왔지만 결국 문을 닫아야했습니다. 프리챌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드라마틱하게 성공한 케이스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7전8기가 꿈같은 영역입니다.

아쉬움과 미련이 남더라도 회사, 이용자 모두 싸이월드와 일촌을 끊고 전혀 다른 서비스로 재기를 노려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