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8은 뉴욕, V30은 베를린…왜?

"美서 명예 회복" vs "유럽서 부활 선언"

홈&모바일입력 :2017/07/21 15:06    수정: 2017/07/21 15:06

대한민국 휴대폰 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음 달 미국 뉴욕(23일)과 독일 베를린(31일)에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과 'V30'을 일주일 간격으로 공개한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내는 두 회사의 스마트폰은 하반기 매출과 수익을 책임져야 하는 플래그십(Flagship) 모델이다. 그만큼 많이 팔고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아 시장에 상징적인 깃발을 꽂아야 한다. 그래야 내년 초 출시되는 주력 모델인 갤럭시S9과 G7의 완성과 성공의 밑바탕을 이룰 수 있다.

이에 더해 갤럭시노트8과 V30은 또 다른 특명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가 21일 글로벌 미디어에 배포한 갤럭시노트8 언팩 행사 초청장. 내달 8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다. (사진=삼성전자)

우선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은 전작인 갤럭시노트7의 조기 단종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갤노트7 사태는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두 번 다시 꾸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일이다. 3조원이 넘는 금전적 손해는 둘째 치더라도 각국 항공사들이 비행기 탑승 시 갤노트7 소지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의 치욕을 겪었다.

이번에는 그 불신을 걷어내고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소비자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내달 뉴욕서 열리는 갤노트8 언팩 행사에서는 차원이 다른 듀얼 카메라-S펜-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등 최고의 성능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빅스비(Bixby)'가 또 다른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빅스비 보이스' 영어 버전 서비스를 미국과 한국에서 정식으로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모든 갤럭시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과 기능을 음성 인터페이스로 통제하고 제어하는 것을 목표로 빅스비의 진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홈 스피커 시장의 최강자인 아마존 에코의 AI 비서 '알렉사'를 뛰어 넘는 것이 1차 목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TV-냉장고-세탁기 등 모든 가전기기에서도 에코를 능가하는 서비스 로드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스마트폰이 구글의 어시스턴트에 의존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LG전자가 오는 8월 31일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을 독일에서 공개할 예정이다.(사진=LG전자)

애플이 피처폰(일반폰)의 내비게이션 키를 손가락 터치로 대체했듯이 사람의 목소리로 모든 기능을 제어하는 것이 삼성 빅스비의 지향점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갤노트8 공개 장소로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을 선택한 이유다.LG전자가 V30의 공개 장소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7'이 열리는 독일의 베를린을 선택한 것도 눈 여겨 볼만하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지난 수년째 침체에 빠져 있다. 작년에만 1조2천591억원을 까먹었다. 밖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그만큼 스마트폰 사업의 턴 어라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

LG전자는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수익성 중심의 성장과 책임 경영이라는 목표 아래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의 조직과 인력을 뜯어 고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 또 다시 1천억 원 안팎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절치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손실은 대부분 북미 지역에서 마케팅 비용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마케팅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이 다른 지역보다 더 높은 것도 리스크이다.

이런 상황에서 V30은 LG전자 스마트폰이 다시 일어서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V30이 V20 등 전작처럼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공개되는 이유도 경쟁이 치열한 북미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럽 스마트폰 시장은 북미 지역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시장 점유 증가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울러 유럽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6.2인치 대화면과 고성능 카메라와 오디오 기능으로 틈새 수요를 불러일으키겠다는 실험적인 성격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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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IFA 전시회를 통해 유럽 지역에서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LG전자 가전사업 부문과의 시너지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LG전자는 향후 스마트홈을 지향하는 IoT 홈서버와 스마트폰 연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V30의 공개 장소로 베를린을 선택한 것은 세계적인 미디어와 IT 산업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IFA 전시회'의 주목도를 이용해 제품과 LG 스마트폰의 장점을 적극 알리는 데 활용하자는 이유가 가장 크다"며 "아울러 북미 외에 유럽으로 눈을 돌려 보자는 전략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