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미래에셋대우 ‘맞손’…뭘 노렸나

AI 중심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 선점 효과

인터넷입력 :2017/06/27 09:34    수정: 2017/06/28 14:11

인터넷, 증권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의 상호 지분투자를 놓고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는 인공지능(AI) 등 기술-금융 콘텐츠 결합을 통한 새 서비스 공동 추진을 위해 상호 지분을 취득하는 등 파트너십을 강화한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이번 협력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 맞아 네이버가 주력하고 있는 AI 기술과,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미래에셋대우의 풍부한 금융 정보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부수적으로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증가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와, 종합투자계좌(IMA) 운용에 대한 자격 요건에 한 걸음 다가가는 효과도 거두게 된다.

■ 글로벌 진출, ‘로보어드바이저’ 등 새 서비스 윈윈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는 각 사가 보유한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서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상호투자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의 지분 7.1%를,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지분 1.7%를 각각 보유하게 된다.

두 회사는 지난해 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신성장펀드(1천억원 규모) 조성을 계기로, 각사의 차별적 경쟁력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에 포괄적인 협력과 제휴를 통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업적 시너지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아래 상호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두 회사는 네이버 플랫폼의 금융, 경제정보 등 전문적인 콘텐츠를 강화하고, 네이버 AI 등의 기술과 미래에셋대우의 금융콘텐츠를 활용한 융합환경에서의 새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가령 네이버의 AI 기술과 미래에셋대우의 투자 정보를 결합 한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전문가) 서비스가 가능하다. 주식거래나 금융상품 판매에 로보어드바이저 활용이 기대된다.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또 AI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는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가 가진 풍부한 금융, 경제 정보를 활용해 해외 유망 기업들에 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개척에 주력하는 만큼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가 풍부한 국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손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대우 입장에서는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이끌고 있는 네이버 ‘라인’을 통해 디지털 금융 서비스 지역 확장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미 이 회사는 유럽, 미국을 포함,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등 전세계 9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시대를 맞아 국내뿐 아니라 해외 협업 파트너로서 최적의 플랫폼과 기술을 지닌 네이버를 선택한 것이다.

■ 박현주 회장의 차별화 전략, 리더십 주효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이번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의 협업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차별화 전략과 ‘역발상’ 리더십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을 꿰뚫어 보는 직관력과, 과감한 추진력이 네이버 같은 전혀 다른 영역의 기업과 피를 섞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박 회장은 1999년 외환위기로 코스피지수가 300포인트 수준까지 떨어지자 24억원을 들여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주식을 사들였다. 어려운 순간을 기회로 보고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다음 주식을 매수한 것이다. 결국 증시가 회복된 이후 미래에셋은 다음 주식 매각 대금으로 1천200억원을 벌었다.

또 박현주 회장은 미국의 유통 기업인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에도 깊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I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지식을 가진 인물이란 평이다. 그는 평소 미래학 서적과 자료를 꼼꼼히 읽기로도 유명하다.

결국 IT 기업과 기술에 대한 폭넓은 관심, 글로벌 사업을 통한 금융 시장의 변화를 그 누구보다 발 빠르게 감지한 박 회장이 미래 IT 금융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파트너로 네이버를 점찍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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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지분 흡수로 자기자본 규모가 6조7천억원에서 7조2천억원 수준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본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기준인 8조원에 가까워진 것. 미래에셋대우가 IB 인가를 받게 되면 증권, 보험 위주에서 사업 영역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27일 미래에셋대우에 대해 "네이버와 5천억원 규모 자사주 상호매입으로 '네이버 라인'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미래에셋대우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AI 관련 기업에 대한 공동투자를 모색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네이버 관련 IB 딜소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