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2차소송 운명 가를 '3대 쟁점'

자명성 등 핵심 이슈…美 대법원, 22일 논의

홈&모바일입력 :2017/06/21 14:54    수정: 2017/06/22 08: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의 디자인 특허 보상 기준을 바꾼 삼성이 이번엔 ‘특허법의 기본 원칙’을 재정비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애플과 6년째 특허 공방 중인 삼성이 또 다시 중요한 판결을 앞두고 있다. ‘밀어서 잠금해제’를 비롯한 애플 실용특허 세 건이 쟁점인 2차 특허소송 상고 허가 여부가 이번 주중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2일(현지시간) 대법관 회의에서 삼성의 상고허가신청 수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일 경우 삼성은 지난 해에 이어 또 다시 미국 최고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게 된다.

우리와 달리 미국 연방대법원은 철저한 상고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한해 다루는 사건이 60건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고허가를 받아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실제로 미국 연방대법원은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다투는 소송은 두 번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현지 시간 22일 삼성과 애플의 2차 특허소송 상고 허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미국 대법원)

연방대법원은 새로운 판례를 만들거나 법적인 논란을 정리해줄 필요가 있을 때에 한해 상고를 받아주고 있다.

따라서 삼성이 상고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선 이런 부분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삼성은 애플과 1차 소송 때는 ‘123년 만의 디자인 특허소송’이란 점을 앞세워 대법원 무대를 밟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실용특허가 쟁점인 이번 소송에선 이런 명확한 쟁점은 없다. 대신 삼성은 애플 승소 판결을 한 지난 해 10월 항소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대로 놔둘 경우 특허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과연 미국 대법원은 삼성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까? 이 질문에 대해 답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쟁점으로 부각된 부분을 살펴보면서 간접 추론해볼 순 있다.

1. 특허법의 근본과 관련된 이슈일까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미국 특허법 103조다. 특허 부여 조건을 규정한 102조의 단서 조항인 특허법 103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그 발명이 이루어질 당시에 선행기술과의 차이가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기술을 가진 자들에게 자명한 것이라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특허법 103조는 미국 내에서 특허 무효 소송을 할 때 단골로 적용되는 조항이다. 특히 혁신과 경쟁을 저해하는 약한 특허권을 점검할 때마다 특허법 103조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그런데 ‘밀어서 잠금 해제’나 ‘단어 자동완성’ 같은 기술은 이런 측면에서 중요한 흠결이 있다는 게 삼성 주장이다. 실제로 애플도 밀어서 잠금해제나 단어 자동 완성 기술을 자신들이 개발하진 않았다는 덴 동의한다. 선행 기술을 개선해서 특허를 받아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회의실. (사진=미국 대법원)

그런데 하급법원은 이런 허약한 특허권을 토대로 침해 판결을 했다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따라서 연방항소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특허법 103조의 ‘자명성’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단 얘기다.

삼성 얘기를 간단하게 풀이하면 이렇게 된다.

만약 애플 특허 같은 것들을 ‘배상 판결’로 보호해줄 경우엔 시장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간단한 기술을 결합한 특허권들이 범람할 가능성이 많다. ‘통상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술들이 특허권으로 둔갑할 수도 있단 얘기다.

그럴 경우 특허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삼성은 주장한다.

2. 항소법원은 자명성 쟁점을 법률문제로 다뤘을까

삼성은 “애플도 특허법 103조의 ‘자명성’ 조항이 법률문제(legal question)란 점에는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애플은 항소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부분을 법률문제로 다뤘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정작 항소법원 전원합의체가 실제로 자명성 쟁점을 법률적 해석 문제로 접근했는지에 대해선 애플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삼성 주장이다. 오히려 사실문제(factual question) 취급했다는 얘기다.

이런 부분을 대법원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게 삼성 주장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삼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 ‘선행기술과 쟁점이 된 특허청구항과의 차이’ 그리고 ‘해당 분야 보통 기술을 가진 사람의 수준’ 같은 쟁점들을 사실문제로 규정했다.

반면 연방대법원은 ‘선행기술을 결합하려는 동기’(motivation to combine prior art)는 법률적 쟁점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항소법원은 이 부분까지 사실관계를 다투는 영역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선행기술 요소들을 적당하게 조합하려는 동기는 법률적 해석이 필요한 문제인데 연방항소법원은 오히려 사실관계를 다투는 방식으로 처리했다는 게 삼성 주장이다.

이와 함께 삼성은 특허법 103조를 적용하는 중요한 기준인 ‘시장반응 고려사항(secondary consideration)’ 역시 항소법원에서는 사실문제로 다뤄줬다고 주장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사진=미국 대법원)

‘시장반응 고려사항’은 특허권 인정의 핵심 기준인 ‘비자명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잣대다. 특정 기술이 장기간 시장에서 성공하는 동안 경쟁자가 제대로 따라하지 못했다면 ‘자명하지 않은 기술’ 다시 말해 특허권을 부여할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로 간주한다.

그런데 시장반응 고려사항은 ‘사실관계’를 다툴 영역이 아니라 법률적 쟁점이다. 따라서 애플 기술의 자명성 여부에 대해선 법률적 분석이 필요한 데 항소법원은 그 과정을 생략했다는 게 삼성 주장이다.

3. 특허 기술과 회복할 수 없는 피해 간의 상관관계?

마지막 쟁점은 특허 침해 때 배상 과정과 관련이 있다. 흔히 특허침해 소송에서 배상을 할 때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전제가 성립해야만 한다.

하지만 단순히 피해를 입었다는 점만으론 부족하다. 그 피해가 특허기술과 직접적인 인과관계(casual nexus)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항소법원은 애플에 배상금 판결을 안겨주면서 ‘일부 관계(some connection)’란 표현을 썼다. 그건 다시 말해 다른 부분은 관계가 없다는 의미라고 삼성 측은 주장했다.

데이터 태핑 특허권 개념도. 165번과 167번이 별도로 분리돼 있는 것이 애플 특허권의 핵심이다. (사진=미국 항소법원 판결문)

또 다른 쟁점은 특허 청구항을 어느 정도 침해했느냐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이번 소송 최대 쟁점인 ‘데이터 태핑 특허’(647 특허)다. 삼성 배상금의 80% 가량이 647 특허 침해와 관련돼 있을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삼성이 647 특허 일부 청구항을 침해했는데 항소법원이 거액의 배상 판결을 했다는 게 삼성 주장이다. 이런 판결은 ‘모든 청구항을 침해했을 경우에 한해 특허 침해가 인정된다’는 연방대법원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삼성은 강조했다.

4. 현지 전망과 향후 일정은?

지난 5월25일 워싱턴D.C에 있는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는 삼성과 애플 간 2차 특허소송 상고허가 여부를 전망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컨퍼런스에 참가한 전문가 상당수는 "특허법 보호를 위해서도 삼성 상고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전문 매체 로360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협회를 대표해서 참석한 엘렌 사란츠 대외 고문은 "이번 재판은 결코 의미가 적지 않다"면서 "대법원이 개입을 거부할 경우엔 특허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히스패닉 리더십 펀드의 칼 케케르 역시 "특허는 매우 막강한 무기다. 따라서 진짜 발명에 대해서만 정당하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삼성 주장대로 연방항소법원 전원합의체의 '자명성' 해석은 대법원 판례와 상당히 다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물론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이다. 삼성 상고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오는 22일 대법관 회의에서 9명의 대법관 중 4명의 찬성표를 얻어내야 한다.

연방대법원이 삼성의 상고를 수용할 경우엔 어떻게 될까? 일단 상고심은 10월 이후에 열리게 된다.

대법원 판사들은 7월초부터 9월말까지 긴 하계 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통상적으로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개정된다.

1차 소송 때도 2016 개정기 시작 무렵인 10월초에 공판이 열렸다. 최종 판결은 2개월 뒤인 12월에 나왔다. 상고심은 한 차례 공판만 열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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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상고 신청이 기각될 경우엔 어떻게 될까? 그럴 경우엔 항소심이 열렸던 연방항소법원으로 되돌려보내진다.

하지만 이 때도 변수가 있다. 연방항소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해 10월 삼성 패소 판결을 하면서 ‘고의적인 침해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선 다시 1심 법원에서 추가 배상금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