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EO] "빛 못 본 그림, '아티스티'에 올리세요"

정줄리 대표 "현대판 반 고흐 찾겠다"

인터넷입력 :2017/05/19 17:44

미대를 졸업한지 5년이 지난 A씨는 화가의 꿈을 접어가는 중이다. 혼을 담은 작품들을 세상에 알릴 방도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열자니 자금이 없고, 갤러리의 문턱은 너무 높았다. 그의 작품은 방 한 켠에서 먼지만 먹고 있다.

원화 판매 플랫폼 '아티스티'는 A씨와 같은 신진화가들에게 단비로 여겨지고 있다. 이 서비스에 본인의 그림을 올리면 구매자와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합리적 가격에 원화를 구매하려는 일반 고객들이 북적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삼성벤처투자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사업성까지 인정받았다.

창업자 정줄리 대표㊱는 '현대판 반 고흐'를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력을 갖추고도 기회를 얻지 못한 화가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메시지다.

"미술계는 소수의 갤러리와 유명 화가(작가)들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여기에 끼지 못하면 예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또 개인들이 미술을 좋아해도 큰 돈이 없으면 원화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 역시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아티스티에서는 회원 누구나 원화의 이미지를 업로드, 대중과 공유할 수 있다. 원화를 주제로 한 대형 커뮤니티인 셈이다. 다만 판매에 나서려면 '작가 등록'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 대표는 이 심사를 본인이 아니라 국내외 대학교수, 갤러리 등 다수를 통해 진행하면서 객관성을 끌어 올렸다.

화가들의 반응은 지난해 7월 문을 열자마자 뜨거웠다. 졸업을 앞둔 미대생부터 취업을 알아보던 전직 화가, 본인 작품을 길에서 팔던 이들까지 밀려들어왔다. 사업 1년이 채 안된 최근 기준으로 회원은 2천여 명에 달한다.

아티스티의 또 한가지 관전 포인트는 지방 화가들에게 큰 힘이 됐다는 부분이다. 갤러리가 집중 된 수도권에서 활동해야 기회가 생긴다는 기존 인식을 지워가고 있다. 화가들은 본인 위치와 상관없이 아티스티를 통해 대중을 접할 수 있다.

게다가 화가들이 원화를 판매할 때마다 아티스티에 돌리는 수수료 비중도 기존 갤러리 대비 상당히 낮다고 정 대표는 강조했다. 신진화가 입장에서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견고하게 갖춰진 모습이다. 이는 카페24 서비스로 운영 중인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미술품 가격은 작품 자체에 의해 책정돼야 합니다. 작가의 명성과 갤러리 마케팅의 의존하는 기존의 관행과는 다른 길을 걷겠습니다. 아티스티 임직원과 고객들은 재능, 창의력 등을 갖춘 신진화가 누구나 환영합니다."

사업 초반이지만 정 대표의 시선은 이미 글로벌 시장까지 뻗어있다. 한국에서처럼 각국의 신진화가들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한 계획이 진행 중이다. 반대로 한국 신진화가들의 작품을 해외에 알리는 시나리오 역시 갖춰가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 아트페어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갤러리 제휴와 투자 유치 측면에서도 좋은 소식이 이어질 것이라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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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캐나다에서 생물과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어린 시절 화가 지망생이었다고. 10년전 한국에 들어와 신진작가들이 크기 힘들다는 국내 미술 환경을 체감한 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아티스티를 열었다.

"사회의 발전 동력 중 중요한 하나가 예술창작활동이라고 믿습니다. 발달된 IT 환경은 예술가들에게도 큰 혜택을 돌릴 수 있습니다.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아트 러버'(Art Lover)들의 응원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