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영향력으로 수익 만든 '매드스퀘어'

1억3천만 잠재고객 보유한 커머스 플랫폼 '카리스'

인터넷입력 :2017/05/19 15:47

많은 SNS 구독자를 보유하며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인플루언서'라 부른다. 특히 동영상 플랫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동영상 퍼스트' 시대를 이끈 주역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이들은 영향력 만큼 수익을 올리고 있을까?

안준희 매드스퀘어 대표는 동영상 큐레이션 서비스 스낵을 운영하면서 인플루언서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를 자주 가졌다. 그러면서 이들이 외부에 알려진만큼 큰 수익을 얻지 못해 고민하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

안 대표가 지난 해 9월 인플루언서 마케팅 커머스 플랫폼 '카리스'를 출시한 건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카리스는 출범과 함께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아 작년 10월 3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도 유치했다.

사업은 순항중이다. 카리스 소속 인플루언서는 1천300여명, 구독자 수 총합은 1억3천만명 수준에 도달했다. 카리스에 대해 "지금까지는 기틀을 닦았고, 이제부터는 전략적 운영으로 결과물 도출을 시도할 단계"라고 말하는 안 대표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인플루언서 확보·결제 체제 구축에 공들여…"이제는 플랫폼 활용 시도 단계"

카리스는 동아시아 8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커머스 플랫폼이다. 승인된 인플루언서만 접속할 수 있는 플랫폼 내에 판매 상품 정보, 그리고 제품 1개를 판매할 때마다 인플루언서 측에 배분되는 수익을 함께 제시한다.

인플루언서만 접속할 수 있는 '카리스 셀럽'에서 상품 소개와 함께 배분되는 수익을 보여준다.

상품별 모네타이즈(monetize) 버튼을 클릭하면 각 인플루언서 별 판매 페이지를 제공한다. 공유 버튼은 인플루언서가 주로 사용하는 SNS에 해당 페이지 링크를 소개할 수 있는 게시물을 작성하는 팝업창을 띄워준다. 각 판매 페이지가 따로 제공되기 때문에 어떤 인플루언서를 통해 상품마다 몇 개가 팔렸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구독자의 충성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있고 구체적인 판매 수익도 개별 책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플루언서 확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직원 다수가 해외 인플루언서를 직접 만나 카리스를 홍보했다.

안 대표는 "카리스가 보유한 1천300여명의 인플루언서 중 1천여명은 직접 얼굴 보고 만나서 섭외한 사람들"이라며 "전체 직원이 30명 정도인데, 절반 이상이 해외권 거주 경험이나 유학 경험이 있어 해외 소통이 원활한 편이다. 가방에 상품들을 한껏 싣고 다니면서 현지 인플루언서에게 밥 한 번만 먹자고 적극적으로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언서' 커머스 플랫폼이기 때문에 핵심성과지표도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주로 보는 매출액이 아닌, 인플루언서 구독자 수 총합으로 잡았다. '1억명을 만들 때까지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자'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한 결과 작년 12월 1일 목표치에 도달했다. 플랫폼 출시 5개월만에 낸 결과다.

인플루언서 확보 외 또다른 난제는 결제 시스템이었다. 인플루언서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아시아의 경우 아직까지 결제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아 한국처럼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이 용이하지 않았다. 싱가포르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그나마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라 결제시스템 구축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는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나면 상품 수령 시점에서 금액을 지불하는 COD 방식이 흔한 상황이다.

안준희 대표는 "해당 국가에 알맞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는 1천명이 결제 시도를 하면 그 중 990명이 결제 과정에서 이탈했다"며 "초기에 페이팔 또는 신용카드로 결제하게끔 했는데, 인플루언서 구독자들은 신용카드나 페이팔을 이용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두 달 전부터 계좌이체 지원 등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더니 결제 시도에서 구매까지 도달하는 비율이 1천명 중 80%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렇듯 시행착오를 겪으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플루언서별 구독자 수 총합도 크게 늘었다. 그 결과 플랫폼 출시 초기와 달리 상품을 들고 찾아오는 기업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대부분 역직구 배송 방식을 채택하고 있긴 한데, 태국·말레이시아의 경우는 물량이 늘어서 현지 법인을 통해 상품을 배송하기 시작했어요. 또 이제는 상품 위탁 판매가 아니라, 그냥 상품을 건네주면서 인플루언서들한테 제공해달라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어요. 또 구독자 수 1억명을 넘긴 시점에서 인플루언서를 추가로 확보하기보다 관리·운영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10명 정도 가입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희 플랫폼의 영향력을 인정받았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죠."

매드스퀘어 건물 내부 사진. 역직구 배송될 예정인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또 사업이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올해부터는 소속된 인플루언서들을 특징에 따라 구분, 특정 인플루언서 집단에 적합한 상품을 집중 홍보·판매하도록 하는 전략을 사용해 플랫폼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지난번에 모 제품 정보를 인플루언서 전용 페이지 상단에 배치했는데, 2주만에 6천만원 정도의 거래량이 나타났습니다. 참여한 인플루언서가 39명인데, 저희가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1천3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다양한 판매 전략을 실행에 옮겨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원들과 성과 적극 공유할 것…긍정적인 지표 계속 나와"

과거 안준희 대표는 직원 복지로 유명한 핸드스튜디오를 지휘했다. 자연히 매드스퀘어의 직원 복지 정책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안 대표는 매드스퀘어의 경우 높은 수준의 복지 혜택보다는 사업 성장에 따른 수익 배분을 우선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매드스퀘어는 복지 정책이 특출난 편은 아니다. 대신 주주들을 설득해 입사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 절반 넘는 인원에게 스톡옵션을 줬다"며 "향후 회사 전체 인력에게 스톡옵션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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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할 일은 넘치도록 쌓여 있다. 안 대표는 인터뷰 전날인 17일도 전체 직원 30명 중 27명이 자정까지 야근을 해 기념사진까지 찍었다고 했다. 구성원 모두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9개월을 지나 이제는 대기업에서도 상품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며 안 대표는 최근 나타나는 성과에 대해 만족을 표했다.

안준희 매드스퀘어 대표.

"플랫폼 사업의 가장 큰 적은 '지루함'입니다. 워낙 해야 될 게 많고 매일 열심히 해도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죠. 바퀴로 비유하면 한 바퀴 도는 데 매우 오래 걸리는 거대한 바퀴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소비자 불만이라도 들어왔으면 싶을 때도 있고요. 카리스의 경우 이제 조금씩 바퀴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공유한 링크를 타고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확인하니까 직원들이 '이제 되게 재미있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보통 배너광고를 통해 상품 판매 페이지에 들어가면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1% 정도인데 카리스는 이미 인플루언서의 상품 후기를 접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구매율이 5%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성과들이 하나씩 나타날 때마다 '아, 되는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