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비서, 왜 아이폰 속에 뛰어들었나

UI전쟁 승리 포석…'트로이목마' 역할 해낼까

인터넷입력 :2017/05/18 18:11    수정: 2017/05/18 18:1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그냥 ‘간’을 보는 걸까? 아니면 탄탄한 적진 속에 ‘트로이 목마’를 파견한걸까?

구글이 음성인식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아이폰 앱으로 출시했다. 북미지역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구글의 이번 행보는 상당히 눈길을 끈다.

아이폰 생태계 내에선 터줏대감인 애플 시리와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시리에게 아이폰은 안마당이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음성 명령을 내리면 곧바로 시리가 뜬다. 별도로 앱을 실행할 필요도 없다.

구글의 음성인식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아이폰용 별도 앱으로 출시됐다. (사진=씨넷)

반면 아이폰 이용자들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려면 앱을 실행해야만 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윈도 생태계에서 익스플로러와 경쟁했던 넷스케이프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 뿐 아니다. 애플은 서드파티 앱들에겐 시계 앱 기능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폰 속에 있는 구글 어시스턴트는 알람 설정을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왜 굳이 아이폰용 어시스턴트 앱을 만들었을까?

■ 클릭-터치스크린 다음은 '제로UI 시대'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17일(현지시간) 이 질문에 대해 흥미롭게 접근한 장문의 기사를 출고했다. 이 기사를 중심으로 몇 가지 논점을 살펴보자.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인터페이스 전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아이폰이기 때문이다. 단일 스마트폰으론 가장 널리 이용되는 데다 그 동안의 UI 혁신을 주도해 온 주체이기 때문이다.

PC와 모바일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두 번의 인터페이스 혁명을 경험했다. 첫 번째는 ‘클릭’이고, 두 번째는 터치스크린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 인터페이스 혁명은 모두 애플이 주도했다.

윈도 운영체제(OS)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클릭은 원래 애플이 만든 기능이다. 마우스를 활용한 인터페이스 덕분에 복잡하게 명령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됐다.

마찬가지로 터치스크린 덕분에 스마트폰은 정보 소비 기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선다 피차이 구글CEO는 구글I/O에서 모바일 퍼스트를 넘어 AI 퍼스트로 가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 다음 단계는 뭘까? 바로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제로UI다. 구글이 17일 구글I/O에서 자신들의 모든 서비스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아예 물리적인 인터페이스 자체가 없는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구글 어시스턴트다.

이런 관점을 바탕에 깔고 다시 한번 살펴보자. 구글은 왜 아이폰용 어시스턴트를 내놨을까?

더버지는 이에 대해 “방대한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선 반드시 정복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단일 스마트폰으론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폰을 정복하지 않는 한 구글의 야심은 반쪽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아이폰 특유의 생태계 무너뜨릴 비책은?

그렇다면 이 쯤에서 두 번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과연 구글은 야심을 실현할 수 있을까?

잘 아는대로 음성 비서 쪽의 절대 강자는 아마존 알렉사다. 애플 시리 역시 알렉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의 지분을 갖고 있다. 물론 아이폰 생태계에선 시리가 터줏대감이다.

반면 구글 어시스턴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지메일, 유튜브를 비롯한 원군들이다. 아이폰 이용자들도 지메일이나 유튜브, 검색 같은 구글 서비스를 쓸 때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로UI 시대’의 선두 주자가 되려는 구글에게 어시스턴트는 아이폰 생태계에 침입한 ‘트로이 목마’나 다름 없는 셈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로 구글렌즈를 통해 주위를 촬영하면 여러가지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예약, 결제 등까지 지원한다.

더버지는 이와 함께 구글이 어시스턴트를 검색과 별도 앱으로 내놓은 점에 주목했다. 그 대목에서 애플과는 다른 구글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잘 아는대로 검색은 주로 ‘공적인 정보(public information)’를 찾는 기능이다. 반면 구글 어시스턴트는 주로 개인적인 정보를 구하는 데 활용된다. 전략상 검색을 중심으로 한 구글 앱과는 별도로 운영할 수밖에 없단 의미다.

더버지는 또 아이폰에 침투한 구글 어시스턴트는 앱보다는 웹에 가까운 기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앱보다는 모바일 브라우저 같은 접근 방식을 택할 것이란 의미다.

결국 구글은 최소한 음성 비서 경쟁에선 아마존이나 애플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 더버지의 분석이다.

물론 구글의 이런 야심이 하루 아침에 실현되긴 쉽지 않다. 더버지 역시 “스마트폰 혁명이 워낙 빠른 시간 내에 이뤄져서 그렇지, 원래 UI 혁신은 순식간에 일어나느 게 아니다”고 진단했다.

■ AI 퍼스트 거대한 야심, 출발은 어시스턴트

구글은 17일 I/O 개발자회의에서 AI 혁명에 대한 거대한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선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아예 “이젠 AI 노력들이 결실을 맺을 때도 됐다”고 단언했다.

그 선봉에 서 있는 것이 구글 어시스턴트일 가능성이 많다. 인공지능과 음성을 결합한 새로운 인터페이스. 사람들이 ‘인터페이스’가 존재하는 지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제로 UI시대’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거대한 야심.

구글닷에이아이는 구글 서비스를 넘어서 새로운 AI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쩌면 그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구글은 ‘아이폰 생태계’ 속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밀어넣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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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구글 어시스턴트는 거대하고 탄탄한 애플 생태계에 침투한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하루 아침에 나오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염두에 두면 애플과 구글 두 거인간의 인공지능 경쟁이 새롭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