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사업영역 분류를 바꿨을까

新-舊 광고 분리…"시장 독식" 과도한 비판 차단

인터넷입력 :2017/04/28 16:12

"왜 그랬을까?"

지난 27일 공개된 네이버의 1분기 실적 보고서에는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그 동안 3개로 분류해 왔던 사업부문을 5개로 세분화 한 것이다.

이번 재분류의 핵심은 광고 부문에 함께 포함돼 있던 ‘전통 광고’와 ‘검색 광고’ 영역을 분리한 것이다. 전통광고는 그대로 ‘광고’ 영역에 포함시킨 반면 검색 광고는 ‘비즈니스플랫폼’으로 분류한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새로 생겨난 검색 광고 영역을 전통 광고와 분리한 셈이다.

네이버가 이처럼 사업영역을 새롭게 조정한 것은 국내 광고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왜곡된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업 영역 분류, 3개서 5개로 늘려

네이버는 2017년 1분기 실적 발표 때부터 기존 3개의 사업 영역을 5개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지난 27일 2017년 1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매출 1조822억원, 영업이익 2천908억원, 순이익 2천109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사업 부문별 영업수익과 비중은 ▲광고 997억원(9%) ▲비즈니스플랫폼 5천97억원(47%) ▲IT플랫폼 434억원(4%) ▲콘텐츠서비스 235억원(2%) ▲라인 및 기타플랫폼 4천60억원(38%)을 기록했다고 알렸다.

전체 매출 중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9%로 확 줄어든 반면 비즈니스 플랫폼 영역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이 눈에 띈다.

이 같은 비중 변화는 사업 영역 조정 때문이다. 그 동안 ‘광고’, ‘콘텐츠’, ‘기타’로 분류하던 것을 ‘광고’, ‘비즈니스플랫폼’, ‘IT플랫폼’, ‘콘텐츠서비스’, ‘라인 및 기타플랫폼’으로 재분류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유사한 사업들이 광고와 비즈니스플랫폼이란 두 영역으로 따로 구분된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새롭게 사업부문을 개편하면서 광고 영역에 ▲일반 디스플레이 광고(DA) ▲쇼핑 DA ▲네이버TV 동영상 광고 등 CPM(1천회 광고를 노출시키는 데 사용 된 비용)을 묶었다. 반면 그 동안 광고 영역에 묶였던 ‘일반 검색 및 쇼핑 검색’ 광고 부분을 떼어내 ‘비즈니스플랫폼’ 항목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일단 전통 매체들과 사업 영역이 겹치는 일반 광고 영역은 그대로 뒀다. 하지만 지상파, 케이블TV, 동영상 관련 업체들과 상대적으로 무관한 검색 광고 부문을 별도 사업으로 분류한 것이다.

그 동안 네이버 매출에선 이 두 영역이 광고란 영역으로 합쳐졌다. 그러다보니 검색 광고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네이버 광고 매출이 과도하게 커 보이는 효과를 냈다.

이에 방송과 같은 전통 매체들이 줄어드는 광고 수익을 자체 경쟁력 저하에서 찾지 않고, 새롭게 주류 매체가 된 네이버 탓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

네이버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는 “라인이 상장했고, 네이버 사업이 쇼핑, 페이, 클라우드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는 부분이 있어 분류 변경을 검토한 것”이라는 말로 전체적인 분류 변경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광고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구분한 것은 광고 매출은 전통적인 광고를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비즈니스 플랫폼은 광고주나 판매자들의 비즈니스 전략과 이용자들의 정보 탐색, 상품 비교 수요를 네이버의 검색 플랫폼 중심으로 연결해주는 것”이라는 말로 전통 광고와 검색 광고가 서로 구분돼야 하는 이유를 언급했다.

■‘광고 독식’ 왜곡된 비판 차단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지난 2월 개최한 ‘광고 산업 새롭게 보기’ 미디어 산업 토크 콘서트. 당시 인터넷 광고 규제에 대한 논란이 토론 주제로 다뤄졌다.

네이버가 일반 광고와 검색 광고를 분류한 배경에는 “지난해 광고 매출 약 3조원을 달성한 네이버가 국내 광고 시장을 독식한다”는 비판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일부 언론에서는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을 가리켜 ‘광고 블랙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규제 당국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로,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에 대한 광고 쏠림을 우려해 규제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광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 만능론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광고 시장에 경쟁적 관점에서 독점 폐해가 존재하는지부터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매체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전통 광고의 상당부분을 인터넷이 빼앗아 왔다는 논리의 허점을 꼬집었다. 전통 미디어 광고와 인터넷 광고는 광고주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대체 영역이 아니란 비판도 제기됐다. 인터넷 광고의 증가가 전통 미디어 광고를 빼앗아 불균형해진 것이 아니란 뜻이다.

숙명여대 문장호 교수는 지난 2월 관련 토론회에서 “정통 미디어 광고를 인터넷 광고 시장이 가져가느냐고 묻는다면 일부를 가져온 건 맞지만 전통 광고의 대부분을 인터넷이 빼앗아 왔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단언했다.

이어 “전통 미디어 광고와 인터넷 광고는 광고주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대체 영역이 아니다”며 “비중이 큰 네이버 검색 광고의 경우 광고주의 80% 이상이 월 50만원 이하로 광고비를 집행하는 소액 광고주다. 이들이 지상파 광고주와 겹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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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광고 독식 논란에 시달린 네이버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전통 광고와 새로운 형태의 광고를 따로 구분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 배너 광고와 검색 광고가 한 데 묶여 마치 네이버가 국내 모든 광고 시장을 독식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오류를 차단코자 사업 부문을 세분화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네이버 설명대로 기존 분류 방식이 네이버의 다양해진 사업 영역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개선하려는 목적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