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진술 번복 부적절" vs 삼성 "끼워맞추기 논리"

이재용 8차 공판…'승마 지원' 공방

디지털경제입력 :2017/04/27 17:07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에게 삼성이 승마 훈련을 지원한 경위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서 피고인들의 진술이 번복됐다는 특검 측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피고인들의 진술에는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특검이 상식을 벗어나는 논리를 펼치며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전무 등 5인의 제8차 공판에서는 정 씨의 승마 지원에 대한 비진술증거 서류조사가 진행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특검은 이날 승마협회 설명자료를 첫 증거로 제시했다. 이 자료는 정 씨의 승마 의혹이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보도됐을 당시 삼성 측의 입장을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정리한 자료다.

특검은 삼성그룹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社)를 맡게 된 경위에 대해 피고인들이 진술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특수본 조사 당시 삼성 측은 승마협회 회장사였던 한화그룹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회장사를 맡게 됐다고 진술했다"면서 "그러나 이들은 특검 조사 과정서 대통령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회장사를 맡게 됐다)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피고인들은 공소사실과 관련해 동일한 이해관계에 놓여있다"며 "이 부분을 양지해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이 진술을 번복하는 패턴이 일치하기 때문에 간접 증거로써 공소 사실을 입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피고인들이 서로 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단은 "(처음 조사 받을) 당시는 박 전 대통령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독대 내용과 관련된 사항을 말하지 못했다"면서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피고인들은 기억하고 있는 것을 사실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특검은 박 전 사장이 2015년 3월 승마협회 회장에 취임한 이후의 문자메시지 내역과 출장 일정표를 공개했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삼성전자 명의로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말 세 마리와 차량 등을 구입해 정 씨 등에 지원했다. 또한 박 전 사장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기 바로 전 날인 2015년 7월 2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행 비행기 편을 예약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아시아승마협회장 선거 관련해 일이 있어 영국에 가기로 했던 박 전 사장이 갑자기 독일을 가겠다고 했다"며 "이는 대통령과의 독대 때 (이 부회장이) 질책당한 후 관련 사항을 확인하기 시작했다는 이전 진술과 상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측은 이 같은 특검의 의혹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박 전 사장은 당시 아시아승마협회장 선거에 몰두해 있었다"며 "영국에 가서 선거와 관련된 인물을 만나는 김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시 박 전 사장에게 가장 큰 이슈는 아시아승마협회장 선거였다”며 "박 전 전무를 만나러 간 목적은 아시아승마협회장 선거 도움을 받기 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측은 박상진 전 사장이 박원오 전 전무를 만나기 위해 독일을 간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원래 일정이었던 영국으로 가는 도중 독일에 잠시 들러 아시아승마협회서 영향력이 큰 박 전 전무를 만나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박 전 사장이 박 전 전무를 만났을 때 최순실의 영향력 등 예상치 못했던 내용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어 특검은 삼성이 지난 2015년 8월 용역업체인 코어스포츠와 체결한 계약서 내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코어스포츠는 최 씨와 정 씨가 공동 소유한 독일 법인이다.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기 위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비덱스포츠'의 전신이다.

특검은 "일반적인 용역계약서에는 한 쪽이 불이행할 시 제재, 혹은 계약 해지 등을 할 수 있는 조항이 들어있지만 이 계약서에는 그런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이는 정상적인 용역계약이 아니고, (코어스포츠가) 원하는 대로 해준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용역계약이 졸속으로 급박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특검 측 주장에는 부분적으로 동의한다"며 "그러나 이처럼 사후 계약서가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고, 실제로 용역이 최초로 지급된 날은 9월 10일이 아니고 9월 14일이었다"고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반박했다.

이날 양측은 삼성이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알게 된 시점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지난 2014년 9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당시 삼성에서 최 씨의 영향력과 정 씨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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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삼성이 최 씨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시점은 지난 2015년 7월"이라며 "코어스포츠의 박원오(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최 씨가 대통령의 ‘비선실세’로서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삼성이 2014년 말부터 최 씨의 존재를 인지하고 정 씨의 승마 지원을 계획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후 1년 여 시간 동안 삼성이 최 씨와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사실은 설명이 안 된다"며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이 승마 지원이 미흡하다며 이 부회장을 크게 질책한 것 또한 모순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