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계획 왜 백지화 했나

사업 구조·사회 환경 고려하면 현체제가 더 나아

디지털경제입력 :2017/04/27 11:43    수정: 2017/04/28 14:11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검토하던 삼성전자가 27일 이사회에서 이를 없던 일로 전면 백지화한 배경에는 현재 삼성을 둘러싼 정치적 변수와 총수 부재라는 불안한 경영 환경 등 여러 어려운 제반 여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지주사 전환 작업과 관련해 지난해 11월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전략, 법률, 재무 등 다각적인 측면으로 검토해왔다.

그 결과 전환하지 않는 게 더 낫다는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추진 작업이 사업 경쟁력 강화 효과는 미미한 반면 현재의 경영 역량을 분산시키는 등 사업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향후에도 지주사 전환 추진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삼성전자 사옥 (사진=삼성 뉴스룸)

오히려 스마트폰-TV 등 세트사업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이 균형을 이루는 현재의 사업구조가 차별화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무리한 지주사 전환보다는 현 경영 구조를 유지하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지주회사 전환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 가치 제고다.

그동안 기업들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투명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본업에 집중하고 개선된 실적으로 주주 배당을 크게 늘리면서 주가 상승효과를 누려왔다. 그러나 이게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 회사의 잉여현금을 지속적으로 주주친화정책에 사용하고 수익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불리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처럼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을 지속해야만 하는 사업 구조에서는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분할과 지주사 전환 작업은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주주 제안 형식으로 제안한 것이기도 하다.

기업 경영 외적인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인한 사회적 시선 그리고 국회에 계류된 각종 법안 등도 지주사 전환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유력한 대선 주자들은 대기업 기업지배구조와 상법 개정(금산분리) 분야에서 모두 재벌의 특권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 후보의 경우 상법개정안에 있어 다중대표소송제, 집중/전자투표제/서면투표제 도입을 비롯해 지주회사 요건 및 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밖에 금산분리 강화를 위한 통합금융감독시스템까지 구축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안 후보 역시 지주사 전환 요건 강화 등 관련 기조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주사가 보유해야 할 자회사 지분을 현행 20%(상장사 기준)에서 3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또 국회에는 기업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 자사주 활용을 제안하는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도 제출된 상태다. 자회사 의무보율 비율이 올라가고 자사주 활용이 가로 막히면 기업 입장에서는 지주사 전환에는 천문학적인 추가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금산복합 자본으로 복잡한 지분구조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사실상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지주사 추진하다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첫 케이스로 삼성이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지금 당장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금융 계열회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이 필요할 수도 있어 삼성전자 주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대목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도 지주사 전환이 백지화된 한 요인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 대기업 총수로는 유일하게 구속돼 현재 두달째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이건희 회장은 3년 가까이 병석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 등 그룹 전체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경영 사안을 판단하고 결정하기는 불안 요인이 크고 어렵다는 게 일반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반적인 검토 결과 주주가치, 사업 경쟁력 제고 등 효과는 별로 없고 (금산법에 따라)계열사 지분 등을 팔아야 하는 등 기업 부담만 크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안다"며 "이사회 등기 이사 중 한명인 이재용 부회장도 이 같은 보고를 받았고 다른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사주 소각과 관련 "자사주는 인수합병 등 '빅딜'을 할 때 현금 대신 기업을 사오거나 우수 인재 영입 때 스톡옵션을 지급하기 위해 보유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내부 보유 현금이 73조원에 달하는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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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 1천798만1천686주와 우선주 322만9천693주 등 40조원을 상회하는 자사주를 내년까지 2회에 걸쳐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13.3%(보통주 12.9%, 우선주 15.9%)에 해당된다.

한편 엘리엇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탈과 포터 캐피탈의 국내 홍보사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은 없다"며 "지주사 백지화와 관련 (엘리엇 측의)입장이 나오면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