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삼성, '영재센터 지원' 놓고 공방

비진술증거 조사 첫날…삼성전자·영재센터 직원 간 이메일 공개

디지털경제입력 :2017/04/26 17:06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특검과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넨 후원금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영재센터 지원 지시를 받은 이 부회장이 미전실 주도 하에 지원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은 제일기획 등 계열사 업무 협조 차원서 영재센터를 후원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6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제7차 공판에서 삼성전자 직원이 영재센터 직원 김모 씨와 주고받은 이메일 등 비진술증거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이날 오전에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삼성전자 신모 차장은 지난 2015년 9월 25일 당시 영재센터 직원이었던 김모 씨에게 "(영재센터 후원금 지급) 계약서를 작성했으니 수정할 사항이 필요 없으면 도장을 찍어 퀵으로 보내달라"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해온 재단이다. 삼성은 총 16억여 원을 이 재단에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특검과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넨 후원금을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특검은 "일반적으로 후원을 받는 쪽에서 계약서 초안을 작성해 보내면 후원하는 쪽과 협의를 해 계약서를 완성한다"면서 "삼성전자에서 계약서 초안을 먼저 작성해서 보내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이메일이 전송된) 25일 당시 후원이 서둘러 이뤄졌다는 사안임을 알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업체 등록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영재센터에 후원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면서 과도한 친절을 베푼 것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긴급하게 지원이 이뤄져야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를 인식한 후 미전실 주도 하에 영재센터를 후원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그러나 "계약서 초안을 먼저 작성하면 (후원하는 쪽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기본 틀을 잡을 수 있다"며 "실제 실무에서는 전혀 이례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특검 측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또한 "당시 계약 체결 과정서 장 씨가 영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그러므로 장 씨와 최 씨의 연결고리 역시 몰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후원 계약 체결 당시 삼성이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서도 "추석 전날이었기 때문에 연휴 전에 업무를 일찍 끝내기 위해서였다"며 "또한 삼성은 후원금만 지급한 것이 아니라 영재센터를 후원하며 최소한의 권리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특검과 삼성 측은 이날 오후 공개된 장충기 전 삼성 미전실 차장(사장)의 문자메시지를 두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펼쳤다.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장 전 차장은 제일기획 직원에게 "전자 홍보팀에서 영재센터에 후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며 "실무 미팅은 황성수 전무와 같이 할 예정, 최대한 빨리 (후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지시했다.

특검은 이 증거를 근거로 삼성이 미전실 주도 하에 영재센터에 후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하며, 영재센터 후원 건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스포츠마케팅을 이유로 제일기획에 후원금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영재센터 후원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등을 통해 접수된 건이었다"면서 "그러나 계열사 업무 협조 차원에서 내부적 논의가 이뤄져 삼성전자가 그룹 산하의 글로벌마케팅실(GMO)를 통해 영재센터를 후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의 주장에 따르면 영재센터 설립을 위해 장시호 씨 등을 수차례 만났던 김 전 차관이 제일기획에 영재센터 지원을 요청했다. 이후 제일기획의 업무 요청을 받은 삼성전자가 영재센터 측에 후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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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공판에선 비진술증거에 대한 서증조사가 처음으로 다뤄졌다. 통화 내역, 문자메시지 등이 포함되는 비진술증거는 진술증거와 달리 임의성은 문제되지 않지만 적법성이 엄격히 요구된다.

다음달 2일 열리는 10차 공판부터는 본격적으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첫 번째 증인으로는 삼성전자 승마단 소속으로 활동했던 승마선수 최준상 씨와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 부장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