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메르스 사태 때 로비" vs 삼성 "의혹 말고 증거 대라"

이재용 6차 공판서 특검, 삼성서울병원 감사 특혜 주장

디지털경제입력 :2017/04/21 16:41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발생 당시 삼성그룹이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 감사원 측에 '밀착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특검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벌였다.

특검 측은 이를 부정 청탁이라고 주장했고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뚜렷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단순 의혹만 내놓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6차 공판에서 박의명 전 삼성증권 고문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박 전 고문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감사원이 삼성서울병원을 감사하는데 미래전략실 이수형 팀장이 나서 각자 역할을 분담해 대응하자고 했다"며 "그 과정에서 (본인은) 국장 인사와 감사원 수감 부분을 총괄하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사장이 감사원 현안과 관련해 알아봐달라고 했다”며 “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를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박 전 고문은 2015년 전국적으로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감사가 시작될 무렵 관련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감찰국장 출신으로 삼성증권에 입사한 박 전 고문이 감사의 절차 및 동향 등을 일일이 조사해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 보고했다는 설명이다.

특검은 이같은 진술 내용을 근거로 "레벨(상대)에 맞춰 하는 밀착적인 로비였다"면서 "아래 선상에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그 위인 청와대와 수석 비서관 라인, 그 선에도 해결되지 않으면 (대통령) 독대로 해결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6차 공판기일에서 메르스 사태 발생 당시 삼성이 감사원 측에 '밀착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특검과 삼성 양측이 공방을 벌였다.(사진=지디넷코리아)

이날 특검은 진술서와 함께 박 전 고문이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증거로 공개했다. 문자 메시지엔 주로 메르스 감사건과 관련된 감사원 쪽의 반응이 담겨 있었다.

박 전 고문은 장 전 사장에게 문자 메시지로 "감사원 쪽 사람들과 식사 약속 예정인데 갤럭시S6 8대 지원해주시면 유용히 사용하겠다", "감사원 국장과 만나 본 결과 (삼성서울병원의) 처분이 감염병 관리법 위반으로 인한 고발조치에서 의료법관계법령에 따른 적정 조치로 바뀌었다"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특검은 이를 두고 "감사원 출신을 동원한 깨알같은 로비"라며 "삼성서울병원이 책임을 줄이기 위해 감사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특검은 박 전 고문이 감사원 출신이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수사했다. 특검이 박 전 고문의 소속인 삼성증권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었는지에 관해 묻자 박 전 고문은 "금융일류화팀을 비롯해 미전실 업무를 수행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증권 쪽에서 따로 요청받아 처리한 업무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삼성 측은 특검의 이같은 주장에 무수한 '의혹' 제기 대신 '제대로 된 증거'를 제시하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 부정청탁이나 대가관계 합의가 실제로 있었는지 의문스럽다"며 "박 전 고문의 진술 내용은 본인의 개인적 의사 표명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고문이 장 전 사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건넨 당시(2016년 1월경)는 박 전 고문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재계약을 염두에 둔 박 전 고문이 내용을 잘못 전달하거나 과장시킨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지적은 박 전 고문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과도 대략적으로 일치한다. 박 전 고문은 특검에 "(감사원 측 사람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던) 갤럭시S6는 실제로 전해주지 못했다"면서 "전화기를 제공했다고 한 문자 내용은 단지 장 전 사장에게 과시하기 위함이었다"라고 진술했다.

또 변호인단은 "메르스 사태와 그로 인한 삼성서울병원 감사 결과는 병원 이미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삼성그룹 차원의 이슈이기 때문에 미전실이 대응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에서 자꾸 로비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옳지 않다"며 "로비란 (문자 그대로) 민원인 자격으로서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과정이므로 적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특검 측에 "이미 본 사건의 주요 쟁점에 대해 어느 정도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상태"라며 "다음 공판부터는 (특정 교수의 논평 등) 불필요한 발언을 삼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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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앞서 이날 특검 측이 "삼성의 로비 정황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의 발언이 생각났다"며 "김 교수는 미전실에 대해 '커튼 뒤에 숨어있는 조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언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검이 인용한 김 교수는 속칭 '삼성 저격수'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김 교수는 논평에서 "삼성은 우리 사회 모든 사람을 회유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며 "그 힘을 오남용하는 삼성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게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