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와 친한 韓 중기, 디지털변혁은 왜 더딜까

"표준 프로세스 도입 노력 부족" 지적

컴퓨팅입력 :2017/04/11 18:01    수정: 2017/04/11 18:03

국내 중소기업들의 소프트웨어(SW) 도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디지털변혁 준비는 상대적으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중소 기업들의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글로벌 표준과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SAP코리아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중소기업 디지털 변혁 지원 전략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국내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변혁을 이끌기 위한 전략을 발표하고 업계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SAP 코리아 한송이 상무, 형원준 대표, 이재진 웅진 대표, 최석 RGP 코리아(요기요-배달통) 부사장, 장순열 한국IDC 상무

장순열 한국IDC 리서치그룹 상무는 전 세계 13개국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변혁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IDC 중소기업 디지털 변혁 연구조사’는 SAP가 IDC에 의뢰해 진행한 연구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3개국의 3천900개 주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협력 소프트웨어 및 ERP를 포함한 총 10개 소프트웨어 평균 사용률은 38.5%로 조사 대상 13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디지털 변혁에 대한 자가진단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한국 중소기업은 디지털 변혁 시작단계라고 답변했다. 특히, 실시간 인사이트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3.3%에 불과했는데, 이는 13개국 중 최하위다.

장 상무는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 대상의 다양한 지원 및 정책으로 국내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도입률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높았지만, 정작 이를 활용해 효율적인 디지털 변혁에 성공한 기업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표준 프로세스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장 상무는 “디지털 변혁에는 많은 기술이 동원되는데 이 기술들이 플랫폼 위에서 모듈화된 앱과 서비스로 함께 움직이려면 (ERP 같은) 비즈니스 핵심 프로세스가 표준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며 "해외는 이런 작업이 잘 되어 있는데 반해 국내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 "내부 핵심 시스템 투자가 디지털 변혁 준비 첫 단계"

이날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IT서비스 업체 웅진의 이재진 대표는 기업 내부 핵심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이 디지털변혁을 준비하는 가장 첫 단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외부의 빅데이터를 가지고 내부의 구매, 원가, 고객 등 핵심 데이터와 결합하지 못하면 효율을 낼 수 없다"며 "내부 시스템의 디지털 코어를 투자해서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정비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이유"리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 프로세스로 자리잡은 SAP의 ERP 도입을 고려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크게 낮다는 것이 SAP코리아 측 설명이다.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는 “유독 한국에서만 SAP는 대기업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인도나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국가에서도 SAP 매출의 3분의 1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단 7%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형 대표는 또 "정부가 중소기업이 ERP를 도입하는 경우 5천만원씩 매칭펀드를 통해 지원해 주면서 국내에 30여개 ERP회사가 생겨났다가 지금은 몇 개를 제외하고 다 사라졌다"며 "이런 과정에 수 천개의 중소기업이 (이후 지원이 되지않아)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산인 SAP는 이런 지원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없어서 국내 중소기업 시장에 진입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형 대표는 이날 SAP코리아 국내 중소기업의 디지털 변혁을 돕기 위한 솔루션들도 소개했다. SAP코리아는 현재 웅진을 비롯한 다양한 파트너사와 손 잡고 다양한 규모와 업종의 중소기업 고객사를 위해 S/4HANA, 바이디자인(ByDesign)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SAP코리아는 국내 중소기업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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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대표는 "세계의 강소기업들은 각 산업의 디지털 변혁과 4차 산업혁명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반면 대부분 국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대기업 의존적이고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세계시장은 ICT 인프라도 뛰어나고 변화대응에도 민첩한 한국의 중소기업들에게 가장 큰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SAP 코리아는 지난 20여 년 동안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의 디지털 변혁과 글로벌화를 위해 성공적으로 기여해 왔다”며 “향후 SAP 코리아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규모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을 손쉽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