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미래, 있는 제품 잘 만들기 아니다"

SAP코리아 정대영 DT 부문장 "새로운 서비스모델과 제품 스마트화 관건"

컴퓨팅입력 :2017/03/29 16:28    수정: 2017/03/29 17:04

SAP가 인더스트리4.0 흐름에 대응하려는 한국 제조 기업들에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으로 나아가기 위한 접근 관점과 국외 업체들의 사례를 제시했다. 생산 효율을 높이거나 공정을 자동화하는 범주를 넘어, 스마트한 제품을 만들고 스마트한 서비스를 얹어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에 방점을 찍었다.

"독일과 일본은 사물인터넷(IoT) 개념을 꼭 제조에 국한해 바라보지 않는다. 사회전반, 일상의 맥락으로 (관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3년전 인더스트리4.0 설명하거나 국내 스마트공장 프로젝트 참여시 아쉬웠던 점이다. 우리는 생산쪽에서 어떻게 지금 만드는 제품을 더 싸고, 빠르고, 품질 높게 만들지에 관심을 둔다. 공정이나, 중소기업의 제조실행시스템(MES)을 지원하면서. 하지만 인더스트리4.0에서 말하는 제조업의 미래는 현재 있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게 아니다."

SAP코리아 정대영 DT 부문장

SAP코리아에서 DT를 담당하는 정대영 부문장이 29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독일 인더스트리4.0을 통해 본 한국형 4차산업혁명 미래 모델' 컨퍼런스 오후 발표자로 나서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제조업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사례 및 SAP 솔루션'이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스마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IoT와 R&D, 물류 등의 가치를 통합할지, 새로운 서비스모델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제조설비 외의 제품을 스마트화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이런 관점 없이 협소하게 센서 정보 얻어 뭔가 개선할 수 없나에 너무 초점을 맞춘 게 아닐까."

그는 오전에 진행된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acatech) 회장의 기조연설에 담긴 인더스트리4.0 대응 모델 4단계 다이어그램을 제시하며 설명을 보탰다.

"모델 첫단계는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범주대로 버티컬 인티그레이션을 통해 공장 생산정보를 투명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두번째는 프로세스뿐 아니라 수평적인 가치사슬을 통합해 어떻게 개인화 제품을 만들어갈 것인가다. 세번째 단계는 제품에 어떻게 서비스를 더해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매출을 확대할까 하는 관점이다. 네번째는 제조라는 한 산업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다른 영역을 지향하는 것이다. 네가지 단계는 반드시 순차적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고, 준비를 병행할 수 있다."

정 부문장은 이런 관점에서 한국 제조 기업들이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와 비즈니스모델을 포괄적으로 재고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방향으로 함께 일하게 되면 직원들이 어떻게 그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해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조 기업들은 인더스트리4.0을 어떤 형태로 실천할 수 있을까. 정 부문장이 열거한 글로벌 제조 업종의 트렌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첫걸음은 공정에 IoT를 접목해 정보를 얻고 자동화하는 버티컬인티그레이션이다. 공장에 로봇을 활용하는 게 기본이다. 한국은 반도체, LCD, 자동차 등 특정산업중심으로 로봇 도입률이 높아 산업종사자 1만명당 설치 로봇 대수를 지수화한 '로봇덴시티' 통계에서 세계 1위지만, 다른 산업은 그렇지 않다. 자동화하지 않은 업종에 로봇 도입을 늘려 비용, 가격 경쟁력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 부문장의 설명이다.

생산성 다음은 품질 개선이다. 육안검사와 기존 기계식 검사는 공정의 리드타임 단축을 저해하는 성격이 큰데, 이 단계에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애초부터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미 발생한 불량품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환경적 요인과 공정 조건을 개선해 불량률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브라질 제지업체 클라빈(klabin)이 이런 식으로 하루 1.5테라바이트(TB)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면서 품질을 높였고, 일본의 모 자동차 업체는 도색 라인에서 불량을 예측해 이를 예방하고 있다. 또다른 일본 업체 도요타머티리얼핸들링은 증강현실(AR) 스마트글래스로 물류 피킹 작업 실수를 줄였고, 웨어러블 기기로 지게차를 원격 조정해 신체조건이 불리한 작업자도 공정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정 부문장은 "소스 데이터는 다르지만, 데이터를 입력해 시각화와 분석으로 예측을 한다는 맥락에서 품질 개선을 위한 예측적 품질 관리와 동일한 기술로 '예지정비'도 할 수 있다"면서 "이와 별개로 이전부터 어렵지 않게 구현은 가능했지만 비용 측면에서 제약이 있었던 AR 기술은 물류 피킹, 지게차 작업시 동선 안내, 설비 정비의 인스트럭션 등과 같은 분야를 도입하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음은 수평적인 가치사슬 통합이다. 국외 제조 업종은 정치권의 자국내 일자리 창출 압박과 발빠른 수요처 맞춤 제품 공급이라는 2가지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에 '마이크로팩토리'와 '온디맨드매뉴팩처링'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제조업계 트렌드는 대형 공장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마이크로팩토리 수준의) 수요지 근처에 생산 설비를 두는 것이다. 생산지와 소비처가 가까워야 한다. (대형 공장을 한 곳에 두고 각지에 배송을 하는 식으로) 공장이 원거리에 있으면, 각국 수요 충족 시기를 놓친다. 온디맨드매뉴팩처링은 3D프린팅으로 부품을 만드는 접근이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양산은 어렵지만, 주요 부품의 스페어파트 또는 제품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때 유용하다는 게 검증됐다. 개인화(personalization)는 온디맨드매뉴팩처링, 마이크로팩토리와 함께 지향할 수 있다. 기존 대량생산 방식에선 비용상 문제로 불가능한, 소비자 개인의 기호뿐아니라 효용까지 충족하는 것. 생산과 물류 관리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최종적으론 배송도 있다. 한국에서 생각해온 빠른 배송 형태 서비스가 미국에선 아마존프라임, 우버러시, 인스타카트나 관련 신생 스타트업을 통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누가 물건을 빠르게 먼저 갖다 주느냐로 경쟁한다."

이어 독일 인더스트리4.0 흐름에 맞춰 제조 기업들이 대응하고 거둔 성과가 간단히 언급됐다. 할리데이비슨은 과거 표준모델만 생산하고 딜러가 커스터마이징을 했었다. 이젠 '커넥티드매뉴팩처링' 개념을 도입했다. 고객이 웹사이트에서 개인화 제품을 주문하면 회사는 생산에 반영한다. 65가지에 달했던 단일직무를 혼합형으로 조정해 5종으로 줄이고, 나머지 업무를 자동화와 아웃소싱으로 줄여 인력 50%를 감축했다. 정 부문장은 이 회사가 "공정을 자동화한 게 아니라 공장 자체를 뜯어고친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생산계획에 반영되기 전 주문 체류 기간을 과거 21일에서 현재 6시간으로 줄였다.

그냥 제품을 파는 것에서 서비스를 포함한 제품을 파는 형태로, 나아가 서비스를 팔기 위해 제품을 그냥 주는 형태로 진화한 사례도 제시됐따. 컴프레서업체 케서(KAESAR)는 설비가 아니라 사용된 공기량에 과금한다. 필립스는 조명기기를 그냥 달아주고 조명 사용량을 측정해 과금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런 사업 모델은 고객사가 제품 쓰는 비용을 지출이 아닌 운영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고, 회사측은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어떻게 더 많이 쓰게 만들까 고민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기술전문가, 유지보수인력을 두고 활용 가이드를 제안하는 식이다.

정 부문장은 SAP가 제조 기업들의 변화를 돕기 위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생산 공정에 넘기고, 물류를 움직이고, 배송까지 하는 과정, 이후 사용 행태를 보고 추적해 과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케 해주는 기술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IoT와 공금방관리 등 제품을 아울러 '레오나르도'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해 출시했다. 데이터 가시성을 기반으로 머신러닝, 통계분석, 시각화로 예측 인사이트를 얻고 업무 프로세스 효율을 높여 신사업 구상 돕는 비전을 담은 제품이다. 제조에만 국한하지 않았고 스마트프로덕트, 물류, 빌딩과 건물 등 인프라 관련 부분, 거래 분야, 사람까지 6개 영역을 상정했다."

설명에 따르면, SAP 레오나르도는 영역별 IoT 애플리케이션 시나리오를 3개씩, 총 18가지 지원한다. 시나리오는 더 추가될 예정이다. 솔루션에는 다른 애플리케이션 만드는 기반을 제공하는 부분이 또다른 축으로 제공된다. 사물이 다른 사물, 시스템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엣지' 대응 요소도 포함한다. 인더스트리4.0의 '어드미니스트레이션셸'이라는 개념이 이 IoT엣지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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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문장은 한국 제조 기업들이 망설이기보다는 이미 플랫폼을 갖춘 다국적 기업들과 협력에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인더스트리4.0 지향할 부분은 계속 발전해나가야 하지만, 독일과 미국 중소기업과 대기업들은 이미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거야 좋지만 바깥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뀐다. 앞서 말한 플랫폼 하는 업체들이 있다. SAP아니라 지멘스, 보쉬, GE, 언더아머같은. 이 플랫폼업체와, 내가 가진 비즈니스를 어떻게 더해갈까 하는 부분을 고민한다면, 대응 진도를 빨리 앞당기고 트렌드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